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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는 신뢰를 줄 수 없으면 불가능한 직업”
기사입력 :[ 2013-03-14 15:14 ]


-“‘현실을 닮은 고귀한 환상’을 공유하고 싶다”
- <환상동화> 연출가 김동연 인터뷰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연극을 보고 재미있다고 느낀 관객은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와요. 어찌 보면 공연이 ‘종교’같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죠. 다시 또 보고 싶게 하는 것. 공유하는 것. 그렇게 해서 공연 문화가 확산되는 것, 이런 게 바로 공연이 오래 오래 살아 남는 길 아닐까요”

‘연극’은 본래 시인의 노래처럼 아름답지만 또한 무사의 칼날처럼 강력하다고 외치는 극단 <시인과 무사>의 <환상동화>가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라는 거짓말들이 무대에서 환상을 만들고 사람들이 이 환상을 즐겁게 공유한다면, 그래서 아주 조금 정말 조금이라도 세상이 달라진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한 작가 겸 연출가 김동연을 만났다.

■ 몸 풀기 대화

-최근 <커피프린스 1호점>,<심야식당>, 그리고 12월에 선보이는 <카르멘> 등 뮤지컬 연출가로 더 이름을 알린 것 같다. 연극 작업은 왜 자주 하지 않나?
“의도적인 건 아닌데 그동안 뮤지컬 작업 콜이 더 많았어요. 연극은 관 단체 작업이 아닌 이상 자기가 직접 꾸려서 하지 않으면 작업하기 힘든 점도 있고요. 갈수록 극단 체제 연극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상동화>는 2006년에 대학로에서 입성했다. 당시 <거울공주평강이야기>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 기억으로도 당시 평론가들이 저와 민준호 연출을 같이 비교하면서 평가했던 것 같아요. 지면으로 나온 건 아니었는데 떠도는 말들이 그랬어요. 공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새로운 발상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최근 어떤 공연을 봤는가
“곧 <여신님이 보고계셔:여보셔>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그 작품 초고 나왔을 때 평을 하기도 했는데 정식 작품으로 올려 진 건 아직 보지 못했거든요. 박소영 연출 등 <여보셔>팀이 저희 <환상동화> 작품을 좋아해요. ‘환상’이 들어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두 작품의 성향이 비슷하죠.”

■ 무한 창조, 그리고 융합하는 연극 <환상동화>

연극 <환상동화>는 젊은 연출가 김동연의 오랜 구상 끝에 2003년 변방연극제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다. 언제나 웃음을 주지만 슬픔을 표현하는 아이러니한 존재로서, 무엇이나 창조 가능한 ‘광대’를 가지고 만들었던 연극. 오랜 시간 수정, 보완의 과정을 거쳐, 서울문화재단의 기금을 받아 2006년 대학로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사랑, 전쟁, 예술 광대가 들려주는 소리를 잃어버린 음악가와 눈을 잃어버린 무용수의 사랑이야기가 줄거리다.

2013<환상동화>에선 사랑광대(이현철 이원), 예술광대(송재룡 성종완), 전쟁광대(김태근, 황지노), 한스(김호진 신성민), 공연의 홍일점인 마리(양잉꼬 김보금)를 만날 수 있다.

-<환상동화>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스스로 연극과 문학이 싸우는 지점, 문학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쓰게 됐어요.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컸고요. 세계 1차 대전 당시 카바레 볼테르에 모여 다다이즘을 탄생시킨 것에 착안해 작품 구상을 했어요. 소극장이다보니 극중 배경을 ‘카바레’라고 차마 말하진 못하고 ‘카페’라고 명명했습니다.”

-<환상동화>는 소설 문체로 쓰여 진 희곡이라 작가가 ‘문학 소년’ 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학창시절 ‘문학소년’은 아니었고 ‘연극반 소년’이었습니다. 제 극작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연출 작업을 하기 위한 대본이었습니다. 연극 속에 칼린 지브란, 셰익스피어, 히포크라테스, 마틴 루터와 같은 고전의 명언을 대사화 했어요. 조금 티나게(?) 가지고 오기는 했죠.(웃음)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문학, 미술, 음악, 무용 등의 장르가 각자의 이미지 속에서 충돌하고 화합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융합’ 공연에 관심이 많은 건가
“제가 그동안 넌버벌 <난타><점프>, 마술 공연 <이은결의 매직 콘서트 Magic concert > 등도 작업했는데,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은 계속하고 싶어요. 드라마가 기본이 되겠지만 어떤 장르든 ‘융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장르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하반기에 작업하게 될 뮤지컬 <카르멘>도 마술, 서커스를 결합시켜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가치가 있는, 오래가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다시 <환상동화> 이야기를 하자면, 작가의 페르소나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말하는 ‘예술광대’인가
“초연 땐 ‘예술광대’가 그런 의미로 탄생했죠. 그런데 여러 번 공연을 하면서 바뀌는 것 같아요. 조금 뒤엔 ‘사랑광대’에 더 애정이 생겼거든요. ‘사랑광대’의 징징거리는 투정, 말도 안 되는 우기기 등이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어요. 광대들의 드라마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거죠. 최근엔 ‘전쟁광대’가 계속 신경이 쓰이고 있습니다. ‘전쟁광대’는 심심하면 ”폭격이다“를 외치는데, 우리네 인생에 그런 말들도 필요한 거잖아요. 누군가 ‘세상은 그렇게 예쁜 이야기로만 되는 거 아니야’라고 끝까지 이야기 해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또 그게 그렇게 슬프게 느껴집니다.”

-전쟁, 사랑, 예술 세 광대의 ‘연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나 덤비지 못할 배역으로 보인다.
“광대들이 소설 문체의 대사를 감정이 묻어있는 대화를 하듯 읽어줘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대사 암기 자체가 힘들고 통으로 이야기를 말하듯이 해야 해 중간에 엉키면 회복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광대 역을 제대로 소화해 낼 배우 찾기가 어려운 거죠. ”

-지금까지 거쳐 간 ‘예술광대’ 배우의 느낌에 대해서 말하자면
“초연 때 ‘예술광대’는 오용 배우였는데 상당히 자유스러운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예술광대’ 송재룡 배우는 열정정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광대였어요. 마지막으로 성종완 배우는 시니컬한 느낌이 강해요. 세 광대의 느낌 모두 다르지만 ‘예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아요.

■ 시인의 마음 한편에 무사의 다짐어린 칼을 찬 연극인

김동연 연출이 추축이 된 극단 ‘시인과 무사’는 젊은 연극인들이 연극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가지고 모인 집단이다. 문학, 음악, 미술, 인간의 몸, 빛과 소리 이 모든 것이 화해하고 하나가 되어 다른 세계를 창조하듯 세상도 좀 더 화해하고 서로 어울려서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도 아래 연극 <환상동화>가 탄생했다. 광대들의 '마술과 마임, 한스의 맑고 고운 피아노 선율, 그리고 나비처럼 아름다운 발레리나 마리의 몸짓까지 연극 한편에서 다 만날 수 있다.

-대학로 소극장 연극이 오래 살아남기 힘든데,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환상동화>의 매력은 뭔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관람대가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세대별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극으로 인식해주시는 것 같아요. 저희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관객은 대개 ‘연극’이란 틀 없이 편하게 보시거나, 정확하게 어떤 형식의 연극인지 이해하고 보시는 분들이세요. 그런데 중간에 걸쳐져 있는 관객들은 ‘이게 무슨 연극이지?’하는 퀘스천 마크를 날리시기도 합니다.(웃음)”

-초연 때 관람객들이 계속 사랑해주고 있는 건가
“예전에 즐기셨던 분들이 다시 찾아오시기도 하지만 새롭게 즐기시는 분도 많아요. 소극장 연극 문화는 거대한 마케팅을 하기 보다는 보고 또 보고 싶게 만드는 것,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 아닐까요. 흔히 ‘공연 전도’라고 하죠. 그 분들의 공연에 대한 애정이 공연 문화를 살리는 것 같아요.”

-요새는 ‘회전문 관객’(한 공연을 다시 보고 또 보는 관객)이 없으면 공연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도 있던데
“최근 3~4년 사이에 공연 관람객이 확 늘어난 것 같아요. 저 때만해도 ‘싸이월드 클럽데이’를 개최해 단체관람을 했거든요. 한 달에 한번 이벤트를 열어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했었고요. 배우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기보단 공연에 중심을 뒀죠. 저희 작품은 유명 배우는 나오지 않지만, 공연 자체의 힘을 믿어요.”



-<환상동화>든 다른 작품이든 사람들은 왜 공연을 본다고 생각하는가
“직접적으로 뭔가를 느끼려고 오는 거 아닐까요. 판타지를 만드는 사람의 열기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 그것도 같은 공간에서 말이죠. ‘환상’안에 같이 있어서 더 끌린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면, ‘공연’은 같이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게 참 좋습니다. 10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이 극장을 벗어나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가 TV를 보겠죠. 그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겠지만 그 100분간의 ‘환상’이 힘을 줘요.”

-그렇다면 리얼한 연극은 좋아하지 않는가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론 정의신 작가의 <야끼니꾸 드래곤>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데, 평범하고 리얼한 이야기인데 무대에서 상징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좋아해요. 매우 현실적인 감정까지 컨트롤해 너무 드라마 같아 보이는 작품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대 매커니즘이 주제를 관통해 강렬한 느낌이 나는 연극에 끌리는 것 같아요. 오경택 연출의 <세자매>가 그런 점에서 기억에 남는 연극 중 하나입니다.”

■ “‘어떤 방향으로 가는 연출인가’가 중요하다”

고교 시절 연극동아리를 거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나온 김동연은 배우에 대한 꿈과 동경이 있었다. 고등학교 근처 뒷동산에 올라가 발성 연습도 열심히 했다. 대학시절 내내 배우로 무대에 섰다. 하지만 곧 본인은 배우의 기질과 맞지 않다고 여기고 연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배우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있나
“흔히 공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배우는 되고 싶지만 정작 하지 못할 때 연출가를 하고 연출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 평론가를 한다고요.(웃음) 배우에 대한 동경으로 이 길에 들어섰지만 개인적으론 ‘연출’ 작업이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연출가의 어떤 점이 잘 맞았는가
“‘배우’는 내 몸이 컨트롤이 안 되면 절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연출가는 다른 사람을 통해 꿈을 구현할 수 있어요. 본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의 역량으로 공연을 완성시키는 거죠.”

-그렇다면 연출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뭔가
“음. 우선 성격이 좋아야 됩니다. 한 없이 착하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관심과 이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말이죠. 한편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선, 문학이든 음악이든 각 분야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설득을 해야 하니까요. 단순히 ‘음악’을 잘 안다고 음악분야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하겠죠.”

인터뷰 말미 김동연은 ‘연출가란 신뢰를 줄 수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배우 및 스태프 들은 공연의 막이 오르기 전에는 믿을 사람이 연출 밖에 없어요. 연출이 ‘신뢰’를 주지 않으면 공연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겠어요?. 물론 끝나고 나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도 연출이지만요.(웃음)

어떤 연출로 인식되는 것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는 연출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힌 그의 말대로 그가 나아갈 방향이 어디일지 잘 갈고 다듬어진 예리한 칼을 옆구리에 찬 채 지켜봐야 할 듯 싶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이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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