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요계 콘셉트 전쟁, 무엇이 해답인가?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콘셉트’ 에 살고 ‘콘셉트’ 에 죽는 시대다. 가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음원 사이트의 신보란을 한번쯤 들여다 본 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의 신보 뿐만 아니라 신인급, 그리고 대중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중고 신인들의 신보도 지속적으로 발매되고 있다. 하지만 물론 알다시피 이들 중 살아남는 용자는 소수다. 그러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 아티스트에게 가장 잘 맞는 콘셉트를 잡는 과정이 무척 중요한 일로 인식되게 되었다. 사전적 정의를 빌리면 콘셉트란 어떤 작품이나 제품, 공연, 행사 따위에서 드러내려고 하는 주된 생각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티스트에게 있어서도 콘셉트는 앨범을 통해 구현하려는 가장 중점적인 이미지가 될 것이다. 앨범에 담긴 음악들을 오롯이 나타내 줄 수 있는 생각, 그게 바로 콘셉트의 요점이 되어야 한다.

데뷔하는 아티스트들의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그만큼 콘셉트도 많아지고 있다. 과거 남자답거나, 귀엽거나 혹은 귀엽거나 섹시하거나를 넘나들던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콘셉트도 점점 다변화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샤이니와 포미닛은 최근 컴백을 선언하며 좀비 퍼포먼스를 들고 나왔다. 앨범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라고 보긴 어렵지만 무대에서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꽤나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보이그룹 빅스는 ‘다칠 준비가 돼 있어’에서 보여준 특별한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 느낌으로 이어지고 있는 활동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다른 보이그룹과는 차별화된 지점이 보인다.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는 언론의 평가도 있었지만, 이 콘셉트로 쏠쏠한 결과를 얻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미지에 신선함을 느낀 대중들이 어느 정도 공감의 선을 발견했다. 모 아니면 도로 가야 했던 보이그룹의 콘셉트에 반전급 충격을 안긴 탓이다. 이렇게 풀 수 있는 해답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담론이었다. 예측 가능한 결과를 피해갈 수 있는 색깔이 존재했으니 더욱 반가웠다.



물론 이런 새로운 콘셉트 전쟁의 요즘 화두는 단연 ‘19금’ 콘셉트다. 박재범은 신곡 ‘Welcome' 뮤직비디오에 파격적인 베드신을 등장시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여태껏 표현하지 못했던 대담한 가사를 담은 이 곡은 19금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표현 수위에 대한 생각들을 조금은 완화시킨 모양새다. 선정성의 이유로 19금 판정을 받은 나인뮤지스도 마찬가지다. 티저부터 19금 판정을 받은 나인뮤지스의 'Wild' 는 뮤직비디오 역시 19금 판정을 받았다. 쇼케이스에서 멤버들은 ’나인뮤지스이기 때문에 19금 판정이 난 것 같다‘ 는 말을 남겼지만, 몇몇 소품들 때문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 뿐만이 아니다. ’Mama Beat' 로 데뷔를 선언한 그룹 LC9은 19금을 자진 신고하고 나섰다. 뮤직비디오에 폭력적인 부분이 가미 돼 자진 신고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곡의 뮤비에는 다소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한다. 19금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글의 요점은 괴기스럽게 느껴지고, 19금으로 판정받을 수밖에 없는 콘셉트를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대중가요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게 10대라는 걸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정화의 필요성은 존재하겠지만, 콘텐츠를 향유하는 계층이 다양한 만큼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즐기고 싶은 세대의 구미도 맞춰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상황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셉트 위주로 흘러가는 기획이다. 이건 아티스트의 문제가 아니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나치게 일시적 자극으로 시선을 끌려하는 기획자들의 문제일 수 있다.



음악이란 지속 가능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는 수단이다. 그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고, 또 나의 이야기가 그의 이야기가 되는 신기한 순간에 서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게 음악의 강점이요 미학이다. 결국 콘셉트보다 음악적 공감대와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먼저 인식되어야 하는 게 맞는대도 불구하고 콘셉트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 일수는 있다. 80년대 이후 열리게 된 영상의 시대가 비쥬얼을 논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표출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말초신경 자극을 통해 소비되는 콘셉트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건 음악의 진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말 음악을 위해 기획된 것인지를 한 번 쯤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철저히 기획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콘셉트의 현실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콘셉트와 음악을 소화해 내는 건 아티스트다. 기획자의 마인드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마인드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반영되면 무대에서 더욱 신이 나는 건 바로 아티스트다. 소화력과 표현력이 더 풍부해 질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수직적인 구조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택해야 하는 이유다. 상상력이 가장 자극될 수 있는 지점은 본인 스스로 끌고 가는 리더십이 발휘될 때, 라는 사실. 이제는 대중음악에서도 이 사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중심을 바꿀 때가 존재한다. 어쩌면 지금이 그런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해외에서 케이팝을 주목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케이팝에 열광한다. 이런 때에 좀 더 진정성 있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공급된다면 이미지를 개선하고 열풍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해답은 진정성에 달려있다. 진심어린 고민 몇 번이 콘텐츠의 질을 바꿀 것이다. 지금은 마음을 돌아봐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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