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만큼 따뜻함도 찾겠다는 '강심장'의 박상혁 PD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대중문화를 묻다] '강심장'은 제목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는 토크쇼다. 사실 강호동과 20명의 게스트들이 대적하고 있는 장면 자체가 스펙타클한 인상을 준다. 무언가 시끌벅적하고 산만하다고 여겨지지만, 사실 그 안에는 정교하게 합을 맞춰 굴러가는 흐름이 있다. 최근 들어 정체된 느낌을 일소하려는 듯 초심을 찾고 조용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강심장'의 박상혁 PD를 만났다.

정 : 요즘 초반에 비교해서 시청률이 좀 빠지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박 : 저희가 느끼기에도 변화가 필요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기다렸다 봐야하는 프로였다면 지금은 그저 그런 프로가 있다는 정도가 된 느낌이랄까. 1년 반이 됐고,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 : 복안이 있나요?
박 : 어떤 포맷이 있는 프로가 아니라서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 기존에 있던 코너들, 예를 들면 특기가요 같은 그런 코너들은 좀 줄이고 토크에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강심장'은 '강심장'만의 장점이 있습니다. 시끌벅적하고 예측불가능하고 다이내믹하다는 것이죠. 이걸 살리는 것이 복안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 : 요즘 토크쇼들은 게스트에 따라 울고 웃고 하는 것 같습니다.
박 : 아무래도 토크쇼는 게스트에 종속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두 가지 방식의 토크쇼가 있다고 봅니다. 즉 첫 번째는 게스트에 형식을 맞추는 것이죠. 세시봉 친구들이 나오면 거기에 맞추고 위대한 멘토가 나오면 거기에 맞추는 식입니다. 이런 형식은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스트가 나오면 시청률이 떨어지죠. 그래도 감안하고 갑니다. 게스트에 열려 있는 프로니까요. 또 두 번째는 어느 게스트가 들어와도 기본적인 시청률을 가져오는 프로가 있습니다. 항상 재미를 가져올 수 있는 형식 자체가 재미있는 프로죠. '해피투게더'나 '강심장'이 그렇다고 생각하는데요, 배틀 같은 요소나 중간 중간 들어있는 코너들이 그 자체로 기본적인 재미를 주죠. 스타가 이야기를 하는 게 토크쇼잖아요. 그러니까 스타에 방점을 찍는 것과 저희처럼 이야기에 더 방점을 찍는 프로가 있죠. 다만 1년 반이 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예측 가능한 부분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 약점입니다. 이를 어떻게 보완할까 고민 중이죠.



정 : 그래도 게스트 섭외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 : 어렵지만 우리는 게스트 풀이 넓죠. 미리 미리 인터뷰를 해놓는데 그래서 기다리는 게스트들도 스무 명 정도는 됩니다. 그냥 내보내는 게 아니고 그 때 그 때 이슈가 되거나 출연하는 인물들을 함께 세웠을 때 스토리가 되는 그런 때를 기다리죠. 예를 들어 이병준씨 같은 분은 언제 할까 고민했는데 마침 왕영은씨를 섭외하게 됐죠. 이병준씨가 예전에 '뽀뽀뽀'를 한 적이 있었다더군요. 여기에 신동까지 연결되니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구성됐죠. 이렇게 연결고리들이 나오면서 의외의 변수들이 많이 생겨 변화하는 이야기. 이것이 바로 '강심장'의 장점입니다. 요즘 느슨해졌다는 비판은 이 다이내믹함이 없어져서 그렇죠. 그걸 다시 찾으려고 합니다.

정 : '강심장'은 토크쇼라기보다 버라이어티쇼에 가깝지 않을까요. 토크쇼의 형식으로 보면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지만 버라이어티쇼로 보면 참신하게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박 : 물론 버라이어티쇼적인 요소가 많죠. 하지만 형식적으로 어느 쪽이라기보다는 '강심장'만의 형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강심장'은 차별화된 요소가 많죠. 투맨쇼에 집단게스트를 갖고 토크쇼를 하겠다는 프로는 없으니까요. 사실 초반에는 '강심장'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저 '서세원의 토크박스' 식으로 웃긴 이야기를 하면서 배틀을 하려고 했었죠. 하지만 현재 대중들은 토크박스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이야기니까요. 예능에서 진정성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나의 이야기여야 마음을 울리죠. 제목을 '강심장'이라 지으니까 게스트들이 강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어요. 내 인생의 가장 강한 이야기를 하게 됐죠. 그래서 성공했다고 봅니다.

정 : 리액션은 토크쇼의 핵심인데, '강심장'은 너무 많은 인원이 일렬로 앉아 있기 때문에 리액션 잡기가 쉽지 않은 듯 보입니다. 단독샷이 리액션을 위해 인서트로 들어가는 건 인위적인 느낌도 많던데.
박 : 처음에 녹화를 하고보니 연예인들이 많이 지치게 되더군요. 즉 인원이 많아서 내 얘기보다 남 얘기를 들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던 게 김효진씨를 발견한 겁니다. 김효진씨는 지치지 않고 남 얘기를 들어주더군요. 거기다 강호동에게 들이대주는 역할도 했죠. 강호동은 사실 독불장군 캐릭터인데 집단으로 뭉치자 강호동이 당하는 흥미로운 그림이 그려졌죠. 김효진은 그걸 선동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주었고. 4회 때 김영철을 만났는데 역시 안 지치고 남 얘기 듣는 걸 즐겨했습니다. 사실 '강심장'에서 가장 힘든 자리 두 개가 있는데 그게 김영철과 이승기의 자리입니다. 김영철은 4층 끝에 있는데 모두를 내려다보지만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자리죠. 그래도 분위기 만들어주고 주변에 리액션 해주고 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이승기는 강호동이 게스트쪽으로 돌아서 버리면 안 보이게 되죠. 그런데 여기서 이승기는 가만있지 않고 치고 들어옵니다. 그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MC라고 생각됩니다. 리액션 잡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이런 MC들이 있어서 그나마 운이 좋았죠.



정 : 이승기는 어떤 스타일의 MC인가요.
박 : 이승기는 녹화 전에 공부하고 대본에 내용을 적어옵니다. 그리고 그 이외에 웃긴 얘기 10개를 가져오죠. 그걸 이야기 중간 중간에 써먹는 겁니다. 물론 지금은 준비 안해도 애드립이 되죠. 강호동을 통해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강호동의 강한 토크를 이승기는 자기식으로 하는데 그게 재미있죠.

정 : 변화된 '강심장'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박 : 확 바꾸진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조금씩 변화하려고 하죠. 6월 정도에 왕중왕전 하면서 이때까지를 정리할 생각입니다. 변화의 방향은 '강심장'만의 특색을 강화하는 쪽으로 할 거구요. 우리 포맷이 약하다던가 트렌드가 아니라면 바꿔야겠지만 그게 아니니까요.

정 : '강심장'을 한 마디로 하면 어떤 토크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박 : '강심장'은 야구 같습니다. 야구도 집단 경기인데 기본적으로 타석에 들어오는 순간 타자와 투수의 개인전이죠. '강심장'도 이야기하면 그 사람에 집중됩니다. 단순히 시끌벅적한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중이 중요하죠. 20명이나 출연하는데 거기 왜 나가느냐는 게스트분들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몇 분 간 편집 없이 진솔한 자기 얘기를 그대로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실 인터뷰나 기사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야기도 많죠. 매체가 늘어나도 자기 얘길 할 수 있는 장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죠.

정 : 게스트 입장에서도 좋은 포맷이 될 수 있지만, 초기에는 비판도 많이 받았죠?
박 : 초기에는 너무 배틀 식으로 하려고 했죠. 그래서 그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두 달 째부터 바뀌었죠. 배틀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 : 논란도 있었지만 그게 장치가 돼서 시청률 끌어올리는데 힘을 줬던 것도 사실이죠.
박 : 그렇습니다. 사실 병풍 논란이 나왔을 때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왜 그걸 신경 써야 할까. 중요한건 시청자인데 그럼 재미없는 것도 나가야 되나? 하지만 배려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죠. 그걸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배틀과 배려. 그 균형을 잘 맞춰나가야 되겠죠.

정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박 : 좀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주목받지 못하는 분들이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데요. 그런 분들도 속내를 풀어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고 싶습니다. 오래 가려면 인간적인 면, 따뜻한 면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심장'이 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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