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개월·악동뮤지션, 라이벌 구도가 반가운 이유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그러고 보면 혼성 듀오를 만난 게 꽤 오래전 일이다. 아니 혼성 그룹 자체가 활약하는 걸 본 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유로 댄스의 인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던 1990년대, 가요계는 혼성그룹들의 활동으로 더욱 풍성해 졌다. 영턱스 클럽, 쿨, 샵, 스페이스 에이, 코요테 등이 차트를 수놓으며 가요계는 혼성 그룹들의 각축전으로 더욱 뜨거운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런 혼성 그룹들은 조금씩 자취를 감췄다. 새롭게 데뷔하는 팀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가요계는 남성그룹, 혹은 여성 그룹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모습이다. 정상급 아이돌 그룹들은 모두 남성 또는 여성 그룹이다. 지금은 잠시 멤버 한 명을 제외한 채 활동하고 있는 ‘써니힐’ 말고는 정말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혼성 그룹의 생명력은 질기게 이어지지 않았다. 9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두 팀의 혼성 그룹 때문에 가요계가 흥미로워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혼성 듀오다. 음원 차트를 양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투개월과 악동 뮤지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투개월은 지난 2011년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만나 팀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스타K3>의 세 번째 시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스타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 윤종신이 수장으로 있는 레이블 ‘미스틱89’와 계약을 맺었고, ‘Number 1’을 통해 오랜만에 대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악동 뮤지션은 <케이팝 스타>의 두 번째 시즌 출신으로 등장하자마자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독특한 가사와 특색 있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하는 자작곡으로 음원 차트에서 그간 돌풍의 핵으로 자리잡아왔다. 발표하는 곡들마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남다른 인기를 과시했고, 심지어 베이커리 회사를 위해 만들어진 ‘콩떡빙수’도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악동 뮤지션의 파워를 실감케 만들고 있다.



두 팀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최근 트렌드 보다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추구한다는 사실도 같다. 남자와 여자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닮았고, 남성 멤버가 여성 멤버보다 보컬 쪽에서 부차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흡사하다. 여성 멤버의 보이스가 어느 정도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음악적 방향성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투개월은 기존의 트렌드를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하는 방향을 취한다. 실제로 어쿠스틱 록적인 요소가 가미된 곡은 이미 존재했던 방향성이다. 하지만 도대윤과 김예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이 만나 ‘투개월’만의 색깔을 짙게 만들어 냈다.

반면 악동 뮤지션은 독보적인 방향성을 보인다. 멜로디 면에서도 상당히 신선한 모습을 선보이며, 특히 위트 넘치는 가사는 악동 뮤지션만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최근 가요계가 의미 없는 가사 때문에 비판에 직면 했었다는 걸 상기해 보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 아티스트들이 일제히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인급이라 할 수 있는 두 혼성 그룹이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고무적이다. 특히 자취를 감췄던 혼성 그룹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룹의 형태는 다변화 될 필요성이 있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그룹, 여성으로만 구성된 그룹도 나쁜 건 아니지만 분명 혼성 그룹에서 뽑아낼 수 있는 특징적인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차별화 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혼성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남, 녀 체제의 다양성이 일정 부분 훼손되어 있었다. 두 그룹이 활약을 보이는 한 혼성 그룹의 음악적 강점이 가요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 진다.



더구나 두 그룹은 모두 소위 말하는 ‘잘 되는 장르’, ‘돈 되는 장르’에서 벗어나 있다. 신인급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들의 가장 잘 할 수 있는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당연히 ‘나만의 것’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것, 새로운 길을 닦아 나가며 더욱 공고한 음악적 방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신인급 아티스트가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건 충분히 긍정적이다.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 새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 대자본에 휩쓸려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 이 두 아티스트의 능력과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회사의 기획 시스템과 자본의 흐름이 지배하는 방향 속에서는 투개월과 악동 뮤지션의 잠재력이 맘껏 발휘될 수 없다. 지금껏 존재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 내고, 이를 두 아티스트에게 발전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 어쩌면 기본의 틀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아티스트다. 이럴 때 과감한 결단력이 두 아티스트의 미래를 논할 수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 안에서 최대치가 발휘될 때 혼성 듀오의 역사도 이어지고, 새로움에 대한 갈증도 해갈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긍정적 신호는 던져 졌다. 남은 건 이들을 향한 대중들의 꾸준한 지지와 능력을 뒷받침해 줄 환경이다. 시스템적인 측면이 이들의 재능을 가로막을 필요는 없다. 기존의 틀이 아닌 새 판에서 벌어질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 그게 두 혼성 듀오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론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미스틱89, SBS,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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