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타는 어떻게 걸그룹 지형도를 바꿔놓았나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하루가 멀다하고 쇼케이스가 열리는 요즘이다. 이상하리만큼 신보가 몰리면서 ‘알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해가고 있고, 모두가 긴장된 상태에서 결과를 지켜보곤 한다. 특히 ‘대전’ 이라 불릴 만큼 많은 걸그룹과 색깔 있는 아티스트들이 컴백해 판도를 흔들고 있는 상황, 그렇잖아도 하루 1위하기도 어려웠던 음원 차트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서 생각지도 못한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씨스타다. 지난 6월 11일 쇼케이스를 열며 컴백을 선언한 그녀들은 걸그룹과 섹시 스타들의 대전속에서도 음원 차트를 도배하며 ‘씨스타 대세론’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후 다른 아티스트들의 컴백이 이뤄졌지만 씨스타의 음원 차트 올킬 지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최근 음원 차트에서는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던 판세가 끝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승부하는 아티스트들이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트렌드를 변화 시킨 게 사실이고, 아이돌 그룹들이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며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새롭게 데뷔하는 아이돌들에게 현실은 가혹하기 까지 했다. 그래서 6월 컴백 아이돌 그룹들에 대한 전망도 그렇게 밝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기획사들도 아마 기획 단계에서 이런 부분을 우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러나 씨스타는 이런 걱정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무엇보다도 씨스타는 아티스트의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 중 정상급 가창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효린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그녀는 <불후의 명곡2> 출연과 숱한 라이브 영상들을 통해 가창력을 입증해 왔다. ‘한국의 비욘세’ 라는 영예로운 수식어를 가지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그녀의 존재감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그룹의 이미지와 수준이 크게 개선됐다.

무대에서 섹시한 콘셉트를 보여준다고 해도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노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내기 어렵지만, 아티스트의 기본적 요소가 제대로 갖춰져 있으니 긍정적 시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노래와 콘셉트가 따로 노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통일된 형태로 제시되는 콘텐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통일감은 무척 중요하다.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 들이 민망한 성적표를 받게 되는 건 각종 요소들이 하나로 일치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만한 모습이 연출되면 끝까지 지켜보기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의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분을 씨스타는 원만하게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섹시함에 대한 것도 새롭게 정의를 내려 볼 필요가 있다. 그녀들은 늘 자신감이 넘친다. 다른 그룹들처럼 빼빼 마른 몸집에 가녀린 섹시함이 아니라 누가 봐도 건강하며 운동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섹시함을 지녔다. 사람들은 흔히들 유독 한국에서 연예인에게 들이대는 몸매의 잣대가 지나치게 야박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후덕해 졌다’는 말을 매체에서 쓰곤 하지만 도통 쳐다봐도 후덕해 진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다. 매체가 끊임없이 이런 기준을 강요하니 대중들도 ‘거울 효과’에 의해 자신들의 미적 기준을 동일시 할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문제는 이게 건강한 미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씨스타는 이런 잘못된 미와 섹시함의 기준을 따라가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이미지를 가꾸며 새로운 섹시함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당당한 모습에 공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중매체는 여성에 대한 시선을 끊임없이 타자화하려 든다. 나의 기준이 아니라 타인이 기준을 들이대며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씨스타는 타자화된 시선을 거부한다. 걸그룹이지만 여성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서는 여태껏 등장했던 걸그룹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음악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음악이라는 건 아티스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아티스트의 전반적인 색깔을 규정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케이팝계에서 이렇게도 중요한 음악이 트렌드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장사를 해서 잘되면 그 업종이 우후죽순 몰리는 것처럼, 누군가가 어떤 음악을 시도해 잘되면 비슷한 음악이나 아티스트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획일화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씨스타는 지배적인 트렌드에서 늘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그녀들을 정상으로 올려놓기 시작한 ‘니 까짓게’는 트렌드에 최적화된 곡이었지만, 씨스타 19의 음악이나 이후 발표된 곡들은 정해진 답을 따라가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인 ‘Give It To Me’는 음악 자체에 탱고의 감성을 탑재하며 달라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정확한 기승전결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걸그룹 시장에서 한 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부분은 정체성부터 다르다는 인식을 주기 쉽다. 필연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물론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구성적 측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씨스타는 돋보이는 강점이 더 많다. 아이돌 그룹의 주 타켓층인 10대나 20대를 벗어나 30대, 40대, 5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가창력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던 세대다. 이런 세대들이 씨스타에게 마음이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음악적 요소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는 뜻이다. 이미 휴대가 가능한 음악의 소비 형태에 대한 건 기성세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음원 차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지속적인 히트에 대한 가능성 또한 높아진 것이다.

남들이 모두 말하는 해답은 재미가 없다. 제일 중요한 건 남들과 다르고자 하는 노력이다. 씨스타는 이런 느낌에 충실하다. 이제 남은 건 롱런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느냐의 여부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화로운 그녀들의 항해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GQ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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