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대디 젤리같이 달콤한 조승우 ‘헤드윅’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2013년 여덟 번째 시즌을 맞는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은 조승우다. 아니 '조드윅(조승우+헤드윅)'이다. 한국공연 오리지널 캐스트이기도 한 조승우는 <헤드윅> 1차 판매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공연 회차의 전 좌석을 판매 개시 9분만에 모두 매진시키는 위엄을 자랑했다. 보조석까지 한 자리도 남김없이 전석 매진이다.

관객들의 지갑은 물론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열게 만드는 조승우의 매력은 뭘까. 그 보다 잘 생긴 배우가 없어서? 아니다. 그 보다 노래를 잘 하는 배우가 없어서? 그것도 물론 아니다. 정답은 ‘인척’하는 게 아닌 ‘그 자체’인 연기, 노래가 노래로만 들리지 않고 이야기처럼 들리게 만드는 마력, 무대 위에서 제대로 놀지만 메시지는 놓치지 않는 노련함에 있다. 이 세 가지가 조합되니 ‘슈가 대디 젤리’ 같이 달콤한 ‘조드윅’이 탄생했다.

21세기형 <록키 호러 픽쳐 쇼>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은 <헤드윅>은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이 남편 이츠학, 록 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펼치는 콘서트 형식의 작품이다.

의사의 실수로 여자도, 남자도 아닌 몸을 갖게 된 ‘헤드윅’은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가수이다. <헤드윅>의 스타일리쉬함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그 스타일이 살아나기 위해선 ‘헤드윅’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그려내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히 트랜스젠더라고만 명명할 수 없는 이 인물을 조승우는 본인만의 색깔로 체화했다. 처음엔 부드러운 대화로, 절규의 노래로, 혼돈의 제스처로, 마지막엔 슬픔과 고통이 중화된 목소리로 다채롭게 그려냈다. 그 사이 사이 남자도 여자도 아닌 고독한 내면이 묻어나왔다. 덧칠해지고 또 덧칠해지는 유화 느낌 그대로다. 그 결과 ‘오리진 오브 러브’(Origin of Love), 슈가 대디(Sugar daddy), ‘위키드 리틀 타운’(Wicked little town)로 이어지는 감정의 파고를 따라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조드윅’은 친절하기도 했다. <헤드윅>이 웨스트 빌리지 허드슨 강가의 한 허름한 호텔 리버뷰를 극장으로 개조해서 공연된 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해주는가 하면, 아버지의 만행을 고백하면서도 마냥 슬픔에 젖기보단 보다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헤드윅>의 러닝 타임은 약 2시간이다. 하지만 조승우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것도 극장을 나선 뒤에 알아차렸다. 보이지 않는 끈에 이끌려 성난 슬픔과 파도치는 외로움을 함께 던져버리게 만든 조드윅 세상을 경험하고 온 기분이다. 그리고 예상 못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겟세마네’로 이어지는 전율에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어진다. 가발과 의상이 벗겨진 날 것 그대로의 조승우와 헤드윅, 그렇게 관객과 가슴을 마주했다.

이번 시즌 연출은 한국 초연 이래 가장 많이 <헤드윅>을 이끌었던 이지나가 맡았다. 또한 <헤드윅>의 강남 진출과 대중화를 완성했던 배우 송창의, ‘탑 티어 루키’ 손승원이 트리플 캐스팅 돼 쾌속 질주를 하는 중이다. 유태인이자 드랙퀸, 그리고 헤드윅의 남편인 이츠학 역을 맡은 배우 구민진, 조진아의 와일드하면서도 진한 매력이 무대 위에 넘실거린다. 9월 8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쇼노트]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