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윤과 윈터플레이로 본 기획의 긍정적 변화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사실 기획 방향이라는 게 있다. 프로그램에 기획의도가 있듯이 앨범에도 기획 방향이 존재한다. 당연히 기획 방향이라는 건 기획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목소리가 반영 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이런 현실이라 한들 직접 노래를 부르고 소화할 아티스트의 장점과 색깔이 녹아들어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이런 긍정적 상황은 만나기 어렵다. 이유도 알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의견 반영은 끝난다. 대형 기획사 일수록 기획 단계에서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게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최근 몇몇 사례가 올바른 기획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어 시선이 멈춘다. 아티스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내고 이를 통해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아이돌 열풍이 불어 닥친 후 트렌드 혹은 대세라고 불리는 바람을 중심으로 이뤄진 기획들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물론 기획사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 논리라는 게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선례들에 비하면 훨씬 긍정적이다.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긍정적 시선을 보낼 수 있는 게 케이팝계의 속성이다.

첫 번째 사례는 연습생 생활을 선언하며 오랜 준비를 거친 강승윤이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밀리지 않고 선공개 싱글로 음원 차트를 올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슈퍼스타 K> 출연 이후 꽤나 공백기가 있었다는 걸 감안해보면 놀라운 성적이다. 그가 들고 나온 ‘비가 온다’는 트렌디한 넘버가 아니다. ‘본능적으로’를 부를 때부터 보여준 록 음악의 가능성을 적정한 수준에서 폭발시킨 곡이다. 답이 보이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만들어 낸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가 온다’는 강승윤이 가지고 있는 보이스의 매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 당시부터 그가 높은 평가를 받았던 건 타고난 스타성과 매력적인 보이스였다. 게다가 록 음악을 제대로 소화할 줄 아는 이해도도 그의 능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비록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거친 그이지만, 이 때부터 보여준 자신의 매력은 하나도 반감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스에 묵직함이 더해지며 특유의 강점이 더 진해진 느낌이다. 연습 과정을 통해 늘어난 실력으로 록 음악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한층 더 높아졌다. 아티스트가 가진 색깔을 최대한 존중하는 선에서 이뤄진 기획과 트레이닝이다. 결론적으로 강승윤은 자신이 가진 토대 위에서 더 발전했다. 그를 오랜만에 만난 팬들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중시하며 만들어 낸 소통의 구조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음원 차트 정상을 밟은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3번째 정규작을 발매한 윈터플레이도 좋은 사례다. 2인조로 개편을 선언하며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큰 변화보다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강점을 살렸다. 윈터플레이는 그동안 활동을 하며 팝적인 재즈 음악으로 일본 및 유럽 시장에 진출하며 음악성을 과시한 팀이다. 특히 일본과 영국 시장에서 거둬 낸 인지도와 성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마니아 층을 형성할 정도로 좋은 느낌이었지만,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트렌디한 음악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다. 물론 과거보다 좀 더 대중적이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윈터플레이표 재즈 음악이 가진 강점은 버리지 않았다. 아티스트가 좀 더 중심에 서서, 가장 자신있는 방법으로 승부해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나 이런 장르는 좀 더 남의 말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대중적인 터치가 트렌디한 장르보다는 떨어지기에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중심은 여전히 아티스트에게 있었다. 덕분에 윈터플레이스런 음악이 나왔다. 간섭이 많았다면 쉽지 않았을 일이다. 개편 이후에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가 보이고 있다.



기획이라는 건 사람들의 머리가 모여야 하는 일이기에 늘 쉽지 않은 업무 중 하나다. 이런 바닥에 지나치게 대세가 관여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돈과 직결과는 대세 앞에서 가슴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리로만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획일화를 조성하고, 이에 따라 민망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아이돌 그룹이 많아질수록 이런 추세를 사라져야 했지만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쉽게 납득시킬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긴 설명, 긴 시간 없이 빠른 반응을 얻고 싶은 효율론이 빚어 낸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작용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아티스트에게 맞출 수 있는 한 번의 배려가 케이팝을 다양하게 만들고, 지쳐있는 대중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인 것 맞다. 하지만 한번쯤은 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객전도의 상황을 바꾸는 신의 한 수가 역전을 가져올 수 있다. 결국은 음악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Mnet, 라우드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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