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야 산다, 음원 홍수 속 돌파구 찾기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정말 달라야 산다는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많아도 너무 많다. 한주에 열리는 각종 쇼케이스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아마 기자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다. 음원 사이트를 가만히 지켜봐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매일 공개되는 음원의 수는 홍수에 가깝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컴백 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9, 10월에도 컴백이 예정된 아티스트가 많다고 하니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이쯤 되면 차별화를 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몇 몇 팀들의 사례를 통해 최근의 트렌드를 분석해 보고 올바른 방향성을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역시 에프엑스(f(x))와 엑소(EXO)다. 두 팀은 음원 홍수 속에서도 차트 올킬을 달성하며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음원 차트에서 롱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두 팀은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포기했다. 티저 공개는 똑같이 실행에 옮겼지만, 음원 공개 후 무대에 오르는 일반적인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발매 전 선방송 트렌드를 채택하며 먼저 무대를 보여주는 방식을 선보였다. 어느 정도 우려가 있는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중들이 타이틀곡에 대해 충분한 이해력을 갖추고 손을 댈 수 있게 만들었고, 오히려 이런 친근감이 음원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기존 팬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먼저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온 건 오히려 광범위한 홍보 효과를 누리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약간의 역발상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 준 것이다.



에프엑스(f(x))의 아트 필름도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아트 필름에 등장하는 콘텐츠들은 그야말로 ‘아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대중적 터치를 지극히 가미한 콘텐츠라기 보다는 약간의 작가 주의적 성향이 보였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향을 그대로 따랐다고나 할까. 이런 시도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낯선 선택이었다. 어쩌면 대중들이 만들어 놓은 기호에 대한 기준을 그대로 따라가도 모자를 판에 전혀 새로운 걸 던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전혀 새로운 걸 가지고 본 적 없는 대중성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남들이 전혀 쳐다 보지 않았던 영역에서 달라지는 방법을 발견한 듯 하다.

엑소(EXO)의 ‘으르렁’ 뮤직비디오는 원테이크 방식으로 촬영됐다. 영화에서나 사용될 법한 낯선 개념이다. 속도감 있는 영상 편집을 요구하는 뮤직비디오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기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EXO는 이걸 도입했다. 뮤직비디오 내내 EXO가 춤추는 것만 보여주지만, 여기서 색다른 역동성과 생명력을 발견한다. 앞서 언급한 f(x)와 마찬가지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중적이지 못한 영역에서 대중성을 끌어낸다.



신인인 로얄 파일럿츠도 방향성 면에서 남다르다. 이들은 데뷔 싱글을 내기도 전에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슈퍼소닉 2013’이 이들의 무대였는데, 가왕 조용필에 의해 슈퍼루키로 발탁된 탓이었지만 다른 신인들과는 분명 다른 행보였다. 이 당시 그들의 데뷔 음원은 공개되기도 전이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로얄 파일럿츠는 음원이 공개되기 전에 또다시 방송 무대에 올랐다. 자신 있는 무대 매너와 연주, 그리고 가창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무대 연출을 먼저 가져가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사실 낯섬의 연속이다. 분명 ‘슈퍼소닉 2013’에서도, 방송 무대에서도 지켜보는 대중들은 이들을 잘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 로얄 파일럿츠는 무대로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직접 부딪히며 느끼는 현장 마케팅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또한 책상 앞 홍보가 주가 되고 있는 요즘 트렌드에서 벗어나 다름을 설파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미개척지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것이다. 미개척지라기 보다는 남들이 대중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적이라고 평가받는 것들의 대부분은 정말 뻔한 것들이다. 이미 대중들을 시험하는 데 사용된 것들이고, 지루함을 느끼는 방법들이다. 지금같이 많은 아티스트들이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은 대중적이지 않다고 평가받았던 숨겨진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게 아닐까? 낯설음에서 오는 어색함을 극복하고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만 남겨둔다면 대중적이지 않을 것들도 친근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요즘의 가요 시장이다.



탁상공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생각과 기획은 끊임없이 이뤄진다. 하지만 대자본의 흐름과 익숙함에 부딪혀 생각에서 끝난다. 그래서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춘 콘텐츠는 거의 없다. 모두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f(x)와 EXO, 로얄 파일럿츠는 모두 생각했던 것들을 현실로 옮겼다. 그런 자신감으로 대중들에게 공감을 요한다. 대중문화의 주체는 당연히 대중이다. 이런 자신감과 오리지널리티가 존재하는 팀들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결국 누가 실행하느냐의 문제다. 한 발짝만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과감함이 똑같은 것, 다른 것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과 같이 공급 과잉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존재하지 않는다. 돌파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을 한 번씩 뒤집어야 한다. 이제 멀리서 답안을 찾아야 할 시기가 왔다.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눈이 승부처를 결정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 애플오브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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