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이렇게 에너지가 넘칠 수 있을까! 무용수들이 내 뿜는 스페인의 정열과 청춘의 향기가 무대 뿐 아니라 객석까지 넘실댔다. 여름 내내 더위에 지쳤던 관객들에게 이만한 보양식도 없지 싶다.

지난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국립발레단 <돈키호테>는 공연 한 달 전 매진을 기록한 인기 발레.

27일 프레스 리허설 무대에 오른 이은원 김기완, 29일 주역으로 나선 박슬기 김윤식 모두 매력이 넘친 공연을 선보였다. 이은원 키트리는 빠른 장면 전환에도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발랄하고 새침한 매력을 살려냈다. 또 다른 키트리 박슬기는 귀엽고 깜찍한 소녀의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두 무용수 모두 풋풋한 청춘들의 모습을 보여준 1막의 감정 연기 및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공중 회전, 손에 부채를 든 채 32회의 푸에테(회전동작) 장면을 선보이는 3막 그랑파드 되까지 박수가 절로 나오는 현란한 기교를 뽐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젊은 무용수의 기량에 응원을 보내게 됐다.

어려서부터 키트리를 사랑한 이웃집 청년 바질로 나선 김기완은 장난스런 표정과 호흡을 유지하며 1막에 새롭게 추가된 고도의 2인무를 현란하게 소화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반면, 3막으로 갈수록 힘들어하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띈 점은 아쉬웠다.

주역 데뷔작으로 눈길을 끈 김윤식은 1막보다는 3막에서 더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다소 긴장한 듯 보였던 1막에선 파트너와의 호흡도 완전 일치하지 못했다. 하지만 3막에선 특유의 시원한 점프력과 안정적인 리프트 동작은 물론 재치 있는 표정을 되찾아 주역으로 선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이번 <돈키호테>에서 관객들의 눈길을 확실히 사로잡은 이는 폼생폼사 투우사 에스파다 역 송정빈, 고혹적인 메르세데스 역 정지영, 온 몸에 웃음의 기운을 장착한 산초와 카마쵸 역을 번갈아 한 김경식, 귀엽고 사랑스러운 큐피드 역 신승원, 익살끼 가득한 동작으로 미워할 수 없게 만든 무리 신혜진 박기현 배민순 최선용 이다.

특히 그랑 솔리스트 송정빈과 솔리스트 정지영은 본인의 옷을 제대로 입은 듯 관객을 뜨겁게 유혹했다. 테크닉 적인 면은 물론 캐릭터에 대한 고심에서 나오는 섬세한 표정 변화가 일품이었다. 내친 김에 오페라 <카르멘>의 에스카미오와 집시여인 ‘카르멘’ 역으로 초빙해가고 싶어질 정도였다.

발레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2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명랑 소녀 키트리와 낙천적인 동네 총각의 사랑놀음에 초점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책 속 주인공인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비중이 크지 않다.

2013년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돈키호테>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1896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한 버전을 문병남 부예술감독이 재 안무한 것. 문 감독은 돈키호테가 산초와 함께 구원의 여인 둘시네아를 쫓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돈키호테로 마무리했다.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으로 끝나는 원작과의 차별 점이다. 또 2막 ‘돈키호테의 꿈’에서 볼 수 있었던 집시 캠프 장면은 생략하고 ‘발레 블랑’의 분위기로 재 안무했다



문 감독은 “소설의 엔딩과는 다르게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돈키호테로 마무리 되는 이번 작품을 안무하며, 유머러스한 인물이 아닌 정의, 진리, 도덕성을 가진 순수한 인간 돈키호테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정신을 생각해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2010년-2011년 해설이 있는 전막발레 1탄 <코펠리아>, 2012년 해설이 있는 전막발레 2탄 <백조의 호수>에 이은 2013년 유형종과 함께하는 전막발레 3탄 <돈키호테>는 음악칼럼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형종의 해설과 함께했다. 루트비히 밍쿠스 음악을 오케스트라 반주가 아닌 녹음반주로 듣는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재치있는 해설자와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으로 작품의 유쾌한 기운은 충분히 전달됐다.

이번 <돈키호테>는 김지영·이동훈, 박슬기·김윤식, 이은원·김기완 김리회·정영재 이렇게 모두 네커플이 출연하기로 돼 있었으나 김리회의 부상으로 세 커플만 만날 수 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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