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사원’, 인터뷰하는 그들을 인터뷰하다[대담1]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경쟁시대에 입사시험의 툴로 인식돼서 그렇지 사실 인터뷰는 그 자체가 흥미롭다. 서로 모르는 양자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거기에는 있기 때문이다. MBC에 아나운서를 뽑는 과정을 프로그램화한 <신입사원>은 그래서 거기 응시한 출연자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그들과 함께 지낼 MBC 아나운서들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하다. 사실 예능으로서의 <신입사원>과 실제 MBC 아나운서를 뽑는 과정을 동시에 방송으로 치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갖은 오해와 억측이 생기는 건 바로 이 두 가지 성격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입사원>에서 예비 아나운서들을 인터뷰하는 그들과 대담을 나눴다. (대담 참여 : 최재혁 아나운서, 신동호 아나운서, 전성호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 여자 아나운서들은 <지피지기>를 비롯한 몇몇 예능 프로그램 덕에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신동호 아나운서와 같은 중견 남자 아나운서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됐다는 게 <신입사원>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최재혁 : 사실 신동호 부장은 입사부터 실력에 안 맞게 큰 프로를 해왔죠(웃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당시 아나운서들에게는 가장 큰 거였는데 차인태, 변웅전, 김동건 선배 이후에 신동호 아나운서가 맡았고 6년간이나 했죠. 연말에 하는 각종 시상식들도 젊은 연차에 했고, 그 때 예능에서 엄청나게 제의가 많이 왔어요. 당시 신동호 부장은 거부했었는데 지금은 그걸 후회한다죠(웃음). <신입사원>은 보직 간부이기에 거부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신부장이 즐겨 쓰는 말 중에 "이 전투는 끝에 내가 남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자세로 하고 있습니다. 바쁜 스케줄 중에 프로그램의 총괄을 맡고 있는데 저는 사실 굉장히 예능이 탐낼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정석희 : <신입사원>에 나오는 아나운서 분들은 존중과 배려가 확실하다는 면에서 다른 예능 MC와는 차별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아나운서의 이미지라는 게 있기 때문에 편집에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하지 싶어요. 맞춤법이라든지 어순이라든지, 실수하는 장면 같은 게 나가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요?

전성호 : 어, 저희는 오히려 좀 실수하기를 바라는데...

정석희 : 그래도 지난번 나경은 아나운서의 “아싸~” 같은 경우에는 파장이 꽤 컸었죠.

전성호 : 그 때는 그게 오피셜한 자리가 아니었어요. 무대 뒤에서 지켜보는 개념이었으니까요. 사실 리얼리티의 영역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늘 고민합니다. 솔직히 이번 아나운서 오디션에도 상당히 리얼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걸 다 넣기는 어렵죠. 하지만 팀 대결만큼은 아나운서들끼리 소속감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평소에 하던 게 나왔어요.

최재혁 : PD로서는 화면에 대한 선택이죠. 사실 <신입사원>이 아나운서 홍보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잖아요. 이건 리얼리티입니다. 다 넣을 수는 없지만 감출 수도 없는 거죠. 그 선택인데 거기에 나경은 아나운서의 돌발 발언이 들어간 거고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리면서 본인도 힘들어했죠. 다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자기편이 아니어도 출연자가 떨어지면 눈물 흘리고 안쓰러워했던 장면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화면에서 볼 수 없었던 것뿐이죠. 혼은 났지만 멘토들도 출연자들을 응원하고 떨어졌을 때 똑같은 상실감과 정서적 교감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하죠. 아나운서들도 사람입니다.



정덕현 : 사실 아나운서도 사람인데 너무 반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좀 다른 면들, 감정들이 확 들어가는 부분들이 있으면 훨씬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재혁 : 그렇죠. 드라마에 착한 캐릭터만 많이 나오면 재미없잖아요. 엄밀하게 따지면 전성호 PD가 이런 장면에 대한 과장이 없습니다. 흐름 속에서 뭔가를 끌어내는 PD죠. 일부러 갈등을 찾아서 편집하면 억지가 됩니다. 노이즈마케팅을 한다거나 신상을 드러내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부각시킨다든지 하면서 자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걸 참고 과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보통 리얼리티나 서바이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직장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시청률을 포기하더라도 이걸 지키겠다는 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저는 전PD가 좀 더 욕심을 내주길 바라는 편이죠. 거꾸로 전PD는 지키자는 편이구요.

정석희 : 시청률은 답보 상태여도 과장 없는 편집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편집되어 들어간 후 토크가 정말 재미가 있더라고요.

정덕현 : 사실 그 부분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리얼리티가 있죠. 뭔가 이면에서 일어나는 걸 보고 듣는다는 즐거움도 있고.

전성호 : 같이 이야기하면서 출연자들이 했던 잘잘못을 얘기해보자 이런 식으로 접근했죠. 이것이 또한 출연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서 얘기할 수 없었던 것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으니까요.

정덕현 : 그 분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배울 점이 거기 많이 있더군요.

정석희 : 저 역시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음이나 어순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호감을 주고 어떻게 하면 매력을 드러내는가를 많이 배웠죠.

전성호 : 저희가 사실 프로그램이 좀 어렵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보기에는.

최혁재 : 시청률이 서울은 8.8% 수도권은 7.1% 정도, 전국으로 치면 5%가 나옵니다. 하지만 광고는 시청률에 비하면 많이 붙는 편이죠. 예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비하면 7배나 됩니다. 확실한 시청 층이 형성됐고 자녀를 두고 있고 직장생활을 통해 ‘말하기’에 대한 고민이 있던 분들도 즐겨 보게 되었어요. 여러 변화에도 점유율이 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석희 : PD님이 <우리 결혼했어요>를 정점에 올려놓은 분이잖아요?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방법을 다 알면서도 쓰지 않는 걸 보며 신뢰감이 느껴지더군요.

전성호 : 그게 한계점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직장을 두고 만드는 거라 과장할 수도 없고, 또 말로만 하는 거라 재미가 덜하죠. 그래서 말을 어떻게 잘하는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이제 점점 출연자의 숫자가 줄어서 개인에 대한 집중이 좀 더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스무 명, 서른 명 정도 되는 입장에서 한 사람에 너무 집중하면 그 사람에게 너무 유리한 지점이 만들어질 수 있죠. 그래서 그걸 의도적으로 배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줄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꿈같은 게 드러날 것입니다.

최재혁 : 아나운서를 6,7년 동안 선발해오면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점이 지방에서 순수하게 꿈을 갖고 응시한 친구와 서울에서 학원 다니며 엄청나게 투자한 친구 사이에 놓여있는 불합리함 같은 것이었어요. 처음에 논란이 됐었던 1차 시험이 너무 짧다는 얘기는 사실과는 다릅니다. 사실은 실제 시험보다 6배 정도 시간을 더 드렸어요. 왜냐하면 그런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하는 시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단점을 보고 떨어뜨렸지만 이번에는 장점을 찾아내야 해서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죠. 경쟁과정에서 저 사람은 발음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왜 계속 붙을까, 이런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은 실은 한 번도 아나운서로서 교육을 받지 않았던 분들이에요. 이미 훈련된 사람과 아닌 사람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보는 건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파이널에 가서는 왜 이런 분들이 뽑혔는가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지금은 전성호 PD 말대로 의도적으로 개인들의 이야기가 드러나 있지 않죠. 차차 그런 이야기들이 드러나고 캐릭터가 생기면 아마 다른 회사에서라도 “저 친구 MBC보다 좋은 조건으로 뽑아 보세”하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석희 : 사실 당락결정에 의아한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심사위원 7명이면 보는 시점이 다 다를 텐데요, 도전자 김대호 씨 같은 경우에는 원칙을 깼다는 점을 지적한 심사위원이 있는 반면, 소신에 점수를 준 심사위원이 있었던 것 같던데요.

최재혁 : 사실 완벽한 틀은 없죠. 김대호라는 친구가 등수 5등으로 합격된 것은 원칙을 본 사람도 있지만 솔직함 순수함에 점수를 준 사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등수로 나온 게 5등이었죠. 완벽하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5등에는 딱 맞아떨어졌다고 봅니다.



정덕현 : 심사위원마다 심사기준이 조금씩 다 다를 것 같은데.

신동호 : 심사위원 숫자 갖고 얘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세 명 정도를 할까도 생각했죠. 그런데 애초에 이 포맷을 잡으면서 생각한 게 사원을 뽑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예능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본래 신입 아나운서를 뽑는 툴을 그대로 적용하자고 했습니다. 평상시에도 면접 3차쯤 가면 외부 심사위원까지 해서 6명 정도가 되거든요. 7명은 승부를 가리기 위해서 입니다. 연차와 남녀를 고려해 배분했죠. 세대에 따라 아나운서 트렌드가 다릅니다. 당대에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조금 지나면 올드패션이 되기도 하죠. 그래도 심사기준의 공정성 얘기가 나오는데, 예를 들어 A와 B가 베틀을 했을 때 A가 압도적으로 잘했는데 결과는 7대 0으로 B가 통과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이유는 우리 판단으로 A는 이게 맥시멈이라는 겁니다. B는 지금은 A에 모자라지만 가능성을 본 거죠. 한 6개월 정도 가르치면 더 뛰어날 수 있겠다는 거예요. 요즘 학원이 참 많습니다. 물론 순기능도 많이 있는데 좋은 나무를 이상하게 재단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경우 돌이키기가 어렵죠. 통나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아예 잘라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방법이 없어요. 이미 만들어진 상태는 우리는 못씁니다. 이것이 방송에 투영됐을 때 이상하다 여겨졌을 수 있습니다.

최재혁 : 사실 그 나무도 통째로 만드는 게 아니죠. 그 나무가 본연에 갖고 있는 걸 잘 자라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놀랍게도 발전하고 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 보입니다.

정석희 : 요즘 많은 서바이벌들이 기껏 우승자를 가려놓고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알아서 하라는 식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신입사원이 좋은 선례를 남길까요?

신동호 : 뭐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이렇게 뽑힌 친구만큼 확실한 인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검증에 검증을 거친 상태이고 또 이미 방송을 통해 알려지기 때문에 여러 모로 향후 활동에 유리할 수밖에 없죠.

최재혁 : 확실히 여타의 서바이벌과 다른 건 이건 뽑아 놓고 마는 게 아니고 뽑아서 30년을 함께 지내는 것이라는 겁니다. 차원이 다르죠.

신동호 : 중요한 부분이 나이 같은 것인데 제약이 되긴 하겠지만 장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오픈되어 있죠. 저희끼리는 회의 하면서 외국인이 와도 뽑겠다고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최재혁 : 사실 초반에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우리들의 일밤> 쪽으로 급하게 연결돼서 그런 거지, 전PD 생각은 사실 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출연자들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가려 했죠. 지방분들이나 심지어 장애가 있으신 분들까지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뽑으려 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아쉽습니다. 매년 공채가 있기 때문에, 이번 특채는 확실하게 특별한 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다음 회에 <신입사원> 아나운서들의 솔직한 속내 그 두 번째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정덕현


[사진 = 전성환 기자 shjeon0877@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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