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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달’ 모든 세대 통하는 한 편의 로드무비”
기사입력 :[ 2013-11-08 17:23 ]


[인터뷰] 국립극단 <노란 달> 배우 오정택▪공예지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국립극단이 영국 청소년극을 대표하는 연출가 토니 그래함을 초청해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청소년극 <노란 달>(YELLOW MOON)을 선보인다. 11월 8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개막하는 <노란 달>(부제: 레일라와 리의 발라드)은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소년과 소녀가 만나 다른 세계로의 탈출을 함께 꿈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소년이그랬다>를 시작으로 <레슬링 시즌>, <빨간버스>에 이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네 번째 작품이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우울한 엄마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네 최고 골칫거리 소년 ‘리’와 학교 최고 모범생이자, 중산층 무슬림 소녀 ‘레일라’의 사랑과 환상, 꿈과 미스터리가 노란 달 빛 아래 빛난다. 마치 만화경처럼 다양한 시점의 거울로 말 할 수 없는 비밀, 말해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비추는 점이 매력적이다.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 공예지와 오정택을 만났다.

◆ 오정택과 공예지가 처음 만난 <노란 달>은?

“처음에 ‘노란 달’이란 말을 들었을 때, 왜 ‘달’을 노랗다고 말 할까? 궁금했어요. 제가 보기엔 하얗거나 빨갛거나 노르스름하게 보였거든요.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보름달’이란 빵이 생각났어요. 처음엔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러다 대본을 읽고 이 제목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상관 있지 않나?란 생각도 하게 됐어요.”-오정택

“‘노란 달’이란 제목, 영어로 말하면 ‘엘로우 문’이란 제목을 듣고 큰 호기심보다는, 나도 모르게 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어요. 작품을 읽고 나서는 매 순간 변하는 ‘달’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어요. 사실 달을 보면 계속 변하잖아요. 우리는 초승달이다. 반달이다고 말하지만 그 순간에도 달은 차오르고 있죠. <노란 달>이란 작품 안에 그런 뜻과 이미지가 있어요.”-공예지

◆ ‘리 매클린든’은 동네 최고 골칫거리가 아닙니다.

“표면적인 줄거리만 본다면 문제아와 모범생의 동행기? 나쁜 소년 ‘리’와 착한 소녀 ‘레일라’의 여행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더 큰 게 있어요. ‘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저는 모범생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문제아라고 구분 짓기 애매한 게 그 시기에 겪어야 할 것들을 못 겪은 친구 들 중 한 명이죠. 가정 환경에서 결핍을 겪은 청소년인데 요즘 청소년들도 ‘리’와 비슷하다고 봤어요. 맞닿아 있어요. 그들이 ‘리’와 다른 건 숨기고 있다는 점이겠죠.”

◆ ‘리 매클린든’과 ‘레일라 슐레이만’은 닮았다

“레일라도 ‘리’와 비슷한 인물이예요. 레일라는 모범생, 리는 문제아 이렇게 반대로 보이지만, 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통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두 인물 안에 든 감성은 결국 같거든요. 극중 레일라는 말만 안 할 뿐 다 보여줘요. 벙어리 연기를 어떻게 보여 줄거냐고요? 몸으로 눈으로 호흡으로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연출님도 그러셨어요. 레일라의 리액션이 없으면 리의 한 마디 한마디는 쌩쇼가 되버리는거라고. 순간순간 레일라의 리액션 있어야 그 다음 장면이 펼쳐지거든요.”



◆ “왜 로드무비 연극인지 궁금하시죠?”

“<노란 달>은 한편의 로드무비란 수식어가 있더라구요. 전 그걸 보고, 어 난 연극 대사를 하고 있는데 왜 무비라고 하지? 이런 의문을 가졌어요. 그런데 (청소년들로 구성된) ‘스토리텔링 클럽’ 아이들 앞에서 몇 장면 시연을 했는데,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는 거 였어요. 연출님도 ‘여기는 클로즈 업, 줌 아웃 돼서 하는 부분’이란 코멘트를 해 주셨는데, 그 부분들이 청소년들에게도 작용하는 게 마법 같았어요. 청소년 관객들이 디테일을 바로 알아챈다는 게 꽤 짜릿했죠. ”-오정택

“저는 그게 가장 신기했어요. 저희 무대는 딸랑 의자 세 개, 배우 4명밖에 없는데 각자의 그림이 관객들 마음에 있다는 점이요. 관객들이 강요받지 않고 빈 공간을 그려냈어요. 내러티브의 힘, 상상력의 힘이 확실히 있는 작품이자 관객이 완성 시키는 작품인 거죠.”-공예지

“<노란 달>은 자기 생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 좋아요. 굉장히 큰 장점이죠. 허름한 아파트에서 시작해서 큼직한 자연이 함께하는 하이랜드, 눈내리는 산, 동굴 등 끊임없이 장소 이동을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돼요. 그걸 관객들이 과연 볼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그런데 청소년들도 숲과 바다가 (극장)여기에 있었다는 걸 봤다고 말 하는 걸 듣고 깜짝 놀랐어요. 작품에 대한 믿음도 더 커지고 꽤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오정택

◆ “리에게 있어 수사슴은 ‘꿈’입니다”

“리는 수사슴이 그려진 야구모자를 쓰고 자신을 수사슴이라고 믿어요. 작품 내내 수사슴과 함께해요. ‘수사슴’은 겉으로 보기엔 중요한 물건이죠. 더 깊은 뜻은 좇고 있는 ‘꿈’이구요. ‘일루전’이 그 의미와 가장 비슷하다고 봐요. 결과적으로 공연에서 말해주고 있거든요. 꿈을 좇는 게 긍정적일 때도 있고, 내려놓았을 때 긍정적일 때가 있어요. 또 누군가는 꿈을 내려놓고 나서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하기도 해요.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일루전’이 담겨 있고, 그걸 무시하지 않는 작품입니다.”

◆ “리와 레일라는 옷도 다 벗고 뽀뽀합니다!?”

“청소년극인데 노출 수위가 어떻게 되냐고요? 저희는 옷도 다 벗고 뽀뽀하고 같이 잡니다.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웃음). 그 장면에서 분명 벗고 있을 거다. 둘이 잤을 거다. 생각을 하는 거죠. 내레이션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요. 나레이션도 어른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박지아 오정택 배우분들이 가져가시고.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나레이션은 저와 예지가 가져가요. 레일라와 리의 성인 모습일 수도 있는 홀리와 프랭크, 즉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청소년들이 꽤 관심을 두더군요.”

◆ “토니 그래함 연출과의 작업은 신기하고 편하다”

“토니 선생님은 ‘낫 배드’란 말을 많이 해주세요. 배우들을 엄청 믿어줘요. 연출과 배우가 같이 만들어가고 있는 기분을 갖게 해요. 순간순간 존중이 배어있어 다가오는 느낌이 달라요. 새로운 시도도 터치하지 않고 존중 해 줘요. 전 영어를 잘 하지 못해요. 그런데도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게 느껴져요. 통역 선생님도 단어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선택했다는 게 느껴지게 통역을 해 주세요. 이런 토니 선생님의 연출 태도는 배우를 나태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안달나게 해요. 신기한 느낌입니다.”-오정택

“저도 정택 오빠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람이 살면서 남에게 (언어)폭력을 행사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기적이다고 말 할 수 있지만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연출님은 거기서 항상 최소를 선택하세요. 폭력의 최소를 선택하는 거죠. 상대가 상처받지 않게 마음을 쓰세요. 사람들도 그걸 읽어내고요. 그러니 연습도 감동일 수밖에 없어요. 막 힘이 나요. 잘 하고 싶어지는 동기 부여를 확실히 해 주세요. 확실히 함께 속해 있다는 느낌, 그게 제일 좋았어요.” -공예지



◆ “노란 달은 청소년들에게만 최적화된 연극이 아니다”

“<노란 달>이 청소년극이라고 하니 청소년들만을 위한 연극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대상이 지정 돼 있지 않아요. 홍보적 접근에서 봐주길 원하는 게 청소년이라는 의미이지, 일반 성인들 모두에게 적합한 연극입니다. 저도 이 작품을 하기 전엔 오해하고 있었던 게 있었어요. 청소년극은 일반 연극보다 쉽게 가는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훨씬 복잡하고 디테일하게 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연출님도 ‘모른 연령에게 가장 좋은 걸 보여줘야 한다. 10대에게 훌륭한 연극은 모든 세대와 만나는 연극이다.’고 말씀하세요. 셰익스피어가 훌륭하듯이.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를 다 수용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고.”-오정택

“전 엄청 와 닿는 게 10대 때보단 성인이 된 20대 때 ‘나는 누구인가’란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학교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20대에 마주하게 되는 흔들림, 방황이 이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공감 됐어요.” -공예지

◆ “<노란 달>은 무엇보다도 내 자신을 믿게 해준 작품”

“저는 27년을 살면서 삶에 큰 의욕이 없었어요. 살면서 두 번 정도 그런 의욕이 생겼는데, 이번 <노란 달>작업이 그 중 하나입니다. 이런 절 보고 제가 맡은 ‘레일라’와 비슷해 보인다는 말도 들었어요. ‘배우로서 열정이 없어보인다’고 말 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보통 ‘내가 잘 하는 게 뭔가’란 생각 하에 진로를 결정해요. 그런데 그 시기에 과연 내가 뭘 잘 하는지 제대로 아는 이들이 많을까요. 전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어요. <노란 달> 작업을 하면서 정택 오빠에게도 토니 연출님에게도 믿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게 됐어요. 내가 나를 믿고 서로를 믿는다는 게 작품 뿐 아니라 배우 모두를 질적으로 향상시켜줘요.” -공예지

“전 고등학생 때 CA 반에 들어가 연극의 재미를 알게 됐어요. ‘배우는 무대에서 박수를 받아서 좋다’란 말은 너무 낯 간지럽구요. 재미 있는 게 가장 컸어요. 중간 중간 연기를 그만 두고 싶었던 타이밍도 있었어요. 내가 연기를 못한다는 생각, 재정적인 것 두 가지 때문인데 포기하지 않고, 어찌 어찌 오게 됐어요. 제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어요. <노란 달> 작업을 하면서는,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를 알게 됐어요. 더 많은 고민을 했을 때 나오는 심플한 디테일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노란 달>로 인해 달라진 점이라면 저희 엄마의 시선이요. (웃음) 엄마가 기분이 좋으셔서 연습실로 음식을 해 오실 정도입니다. 이전 공연 작업을 할 땐 학원 강사로 나가면서 부수입을 벌어야만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면, 이번엔 연기에만 올인할 수 있어요. 국립극단이란 타이틀과 함께 따라오는 안정적인 페이가 있으니까요. 주인공을 맡았다는 주변의 기대와 상관없이 절 대견해하는 엄마의 시선이 좋아요.”-오정택

◆ “<노란 달>은 말이 통하는 소개팅 남”

“연극을 보러 가는 이유는 결국엔 자기 자신을 보기 위해서 아닐까요. 자기를 발견하려고. <노란 달>은 정말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바라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작품입니다. 프랭크, 홀리, 제니, 리, 레일라 구석구석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전 연극을 보러 가는 게 꼭 소개팅 하러 가는 기분 같다고 생각 할 때가 많아요. 재미있는 연극 만나면 계속 보고 싶고, 재미없는 연극을 보면 빨리 만남을 끝내고 싶은 것 처럼요. 그런데 <노란 달>은 우연히 만났지만, 평생 만나고 싶은 분 같아요.”-공예지

“사람들은 웃고 싶어서 혹은 울고 싶어서 극장에 와요. 연극이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사람 온기로 웃고 울 수 있다는 점이죠. 사람 이야기를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말을 하는 것도 잘못하면 틀어질 수도 있고 기분이 좋을 때도 있어요. 가장 고급스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장르가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난 이렇게 생각해’란 연출관이 지나치면 폭력적인 방식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은 연극들이 비폭력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해요. <노란 달> 작품의 살아있는 온기도 느껴보세요.”-오정택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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