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의 과감한 선택이 가요계 던진 뼈저린 교훈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사실 최근까지 여자 솔로 가수 시장은 영 신통치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알 수 없었지만 차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 솔로에 비해 여자 솔로는 수도 적었고, 히트 하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이러다 보니 여자 솔로 아티스트들이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지분과 존재감은 크게 달라졌다. 걸그룹들이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한 이후 개막된 아이돌의 시대가 여자 아티스트들의 솔로 활동 자체를 ‘프로젝트’의 성격으로 바꿔버렸다. 물론 이런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만족스런 결과를 낸 건 아니었다. 이 시장 자체가 얼어붙어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씨스타의 보컬, 그리고 최근 스티비 원더와의 듀엣으로 화제를 모았던 효린은 이런 상황에서 솔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그녀도 걸그룹 멤버다. 솔로가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싱글이 아닌 정규작이라는 점에서 다른 프로젝트와는 깊이와 질이 달랐다. 발매 전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녀가 여태껏 걸그룹 멤버 중 가장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주인공 중 한명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혼자서도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성공 여부에 대한 시선이 쏠렸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상황 때문에 회의적으로 내다본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각종 음원 차트를 올킬하며 1위에 올랐고, 수록곡들을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26일 개최했던 미디어 쇼케이스도 수많은 취재진이 몰리며 관심을 입증했다. 차가운 바닥, 얼어붙었던 현실을 뚫고 여자 솔로 아티스트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한 그녀의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일단은 역발상을 눈여겨봐야 한다. 대부분 지금이 시기적으로 여자 솔로 아티스트가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래서 다들 대부분 싱글에 그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스크를 최소화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효린은 오히려 판을 크게 가져갔다. 정규작으로 앨범을 꽉꽉 채워 넣었고, 요즘 들어 대부분이 택하는 공개 방식 대신 발매일 자정에 모든 곡을 한꺼번에 공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몸을 사릴 때 오히려 어깨를 쫙 펴는 역발상으로 앨범을 가져간 것이다.



정규작이라는 것도 어쩌면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가요계의 트렌드는 정규보단 싱글이나 미니 앨범 쪽에 맞춰져 있다. 활동 주기를 좀 더 빠르게 만들고, 물량 공세에 최적화 되어 있는 구조가 한 몫을 담당하고 있는 중이다. 정규는 그만큼 부담이 큰 작업이다. 과정도 오래 걸리고, 투입되는 스텝의 규모도 더 커진다. 안 되면 빨리 접을 수 있는 미니 앨범과는 달리 상당한 위험성을 떠안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자신감과 확실한 기획 콘셉트가 없다면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게 지금 세상의 정규 앨범이다.

첫 번째 솔로곡인 만큼 정규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는 과감한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시작하며 느꼈던 일종의 부담감과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다. 망설임보다는 과감한 손길 하나가 오히려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효린의 솔로 앨범 자체가 온갖 조건을 다 머리에 떠올린 채, 완성도 보다는 수익성을 저울질 하는 잘못된 기획 방법에 좋은 충격 요법이 아닐까 한다. 아울러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때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더블 타이틀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호기심을 색다르게 자극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더블 타이틀이 흔하지 않기도 했지만, 전혀 다른 색깔의 두 곡이 정면으로 나서자 상당한 관심이 모아진 게 사실이다. ‘론리(Lonely)’ 에서의 효린은 우리가 여태까지 만나지 못했던 그녀의 모습이다. ‘너밖에 몰라’의 효린은 씨스타 때부터 이어져 온 섹시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어느 정도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여태까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둬온 노선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은 것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건 아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너무 색다른 걸 택하자니 반응이 우려스럽고, 너무 잘된 걸 택하자니 변신에 대한 욕구가 줄지 않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지나치게 부딪히지 않는 방향으로 좋은 지점이 나왔다. 고민의 결과일 것이다.



노래 잘하는 가수에 대한, 혹은 음악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아티스트에 대한 갈증도 효린의 차트 올킬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이 짧은 문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노래를 잘해야 가수가 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돌 열풍 이후 이 당연했던 문장이 상당 부분 흔들렸다. 그래서 갈증이 더 심해졌었던 건 아닐까? 효린은 참 노래 잘하는 가수다. 어떤 노래를 맡겨놔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원시원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그녀가 다시 당연했던 명제를 말한다. 그 당연성에 대중들이 반응한다. 그만큼 노래 잘하는 가수가 그리웠던 것이다.

필자는 그녀가 만들어 갈 여자 솔로 아티스트의 색다른 모습이 무척 기대된다. 밑그림을 너무나도 잘 그려 놨다.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했던 업계 사람들에게도 뼈저린 교훈을 주고 있다. 완성도와 고민이 함께 곁들어진 콘텐츠라면 언제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효린처럼. 그러니 좀 더 고민하고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여자 솔로 아티스트의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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