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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영어판 서평…번역을 부탁해
기사입력 :[ 2011-05-13 11:05 ]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사무실 건물 앞에 보라색 등나무 꽃이 송이송이 달렸다. 등나무 꽃 향기는 은은했는데, 올해는 어째 예년보다 덜하다.

언제였을까. 동화 ‘재크와 콩나무’에서 ‘콩나무’는 오역이라는 의심을 품었다. 아무리 동화라지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사실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지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콩나무’가 아니라 ‘등나무’라는 가설을 세웠다. 등나무라고 해서 하늘을 찌를 정도로 자라지는 않지만, 콩나무보다는 그럴 듯하다고 여겼다.

며칠 전 확인해봤다. 등나무는 rattan이다. 동화의 영어 제목은 ‘Jack and the Bean Tree’다. 내 가설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bean이 콩이고 tree가 나무이니 bean tree를 ‘콩나무’로 번역한 듯하다.

내 아들 중 하나는 갓 영어를 배울 때 소나무를 깨쳤다. 소 cow, 나무 tree이니 “소나무는 카우트리”라고 외쳤다.

오해를 부르는 번역은 좋은 번역은 아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bean tree는 ‘콩깍지 비슷한 열매를 맺는 각종 나무’를 가리킨다. 콩은 한해살이풀이고, 우리 말에 ‘콩나물’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콩나무’는 없다.

‘빈 트리’로 불리는 나무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캐럽(carob) 빈 트리다. 캐럽은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상록수로, 초콜릿 맛 나는 암갈색 열매를 맺는다. 보석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인 캐럿(cr)이 바로 이 캐럽에서 유래됐다. 캐럽 콩 한 알의 무게는 0.2g이다.

캐럽은 구주콩나무라고 불린다. 다시 동화로 돌아가면, ‘재크와 구주콩나무’는 제목으로 어색하다. 상당히 어색하다. ‘Jack and the Bean Tree’를 ‘재크와 콩나무’ 말고 달리 번역하기는 어렵겠다.

완벽해지기 어려운 분야가 번역이다. 다들 대략 뜻이 통하면 넘어가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이상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런 부분은 소화되지 않은 채 계속 머릿 속을 맴돈다.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영어 번역이 잘 됐다고 한다. 잘 된 일이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신랄한 비평이 미국 공영방송 npr의 전파를 탔다. 비평가는 “김치 냄새나는 ‘클리넥스 소설이 주는 값싼 위로에 기대지 말라”고 충고했다.

오역은 이 서평의 평범한 듯한 제목에서 불거졌다. ‘A Guilt Trip To The Big City’.

뜻을 때려 맞힐 수 있다. 대도시에 온 엄마를 바쁜 자식들이 챙기지 못해 죄책감을 느꼈다는 말일 듯하다. 그래서 국내 언론 매체는 하나의 예외도 없이 서평 제목의 함정에 빠졌다. 국내 언론은 모린 코리건 조지타운대 교수의 서평 제목을 다음과 같이 잘못 옮겼다.

- 죄책감에 사로잡힌 도덕 이야기
- 죄책감에 범벅이 된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
- 죄책감에 가득찬 도덕 이야기
- 죄책감으로 점철된 도덕 이야기
- 대도시로 가는 죄책감 여행

‘도덕’이라는 단어가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trip은 여행이 아니다. 사람을 어떤 쪽으로 유도한다는 뜻의 단어다. 예문 둘.

Read the questions carefully, because the examiners sometimes try to trip you up.

Trip이 동사로 쓰였다. ‘문제를 잘 읽어라. 왜냐하면 시험관은 가끔 당신을 실수하게끔 하니까.’

Don't lay a guilt trip on your child about schoolwork.

여기서 trip은 명사다. ‘자녀에게 학교 공부에 대해 죄책감을 갖도록 하는 말을 하지 말라.’

‘guilt trip’은 ‘죄책감을 주는 말’을 뜻한다. 따라서 코리건 교수의 서평 제목은 ‘대도시가 죄책감을 갖도록 하는 말’ ‘대도시에 죄책감을 안겨주는 이야기’쯤 되겠다.

정확한 번역은 정말 힘들다. 코리건 교수는 자신의 서평 제목이 한글로 어떻게 옮겨졌는지 모를 게다. 번역을 부탁한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cobal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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