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웨딩싱어>(The Wedding Singer)는 평생을 함께 할 ‘특별한 누군 갈 찾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대신 ‘함께 늙어 갈 사람이 진정한 반쪽’ 임을 사랑스럽고 따뜻하게 알려주는 뮤지컬이다.

듣기만 해도 우울한 ‘줄리아 굴리아’가 될 뻔했던 줄리아는 결국 사랑스런 이름 ‘줄리아 하트’로 다시 태어나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그저 그런 로맨틱 뮤지컬 결혼식장에서 온기 없는 패스트 푸드 음식을 먹게 될 거라 예상했던 관객들은 맑고 소박한 곰탕 한 그릇을 들이킨 기분을 안고 돌아가게 된다. 이 점이 <웨딩싱어>의 장점이다.

뮤지컬 <웨딩싱어>(연출 최성신)는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가 출연했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순정파 웨딩싱어 ‘로비’(오종혁 김도현 강동호)와 낭만적인 결혼을 꿈꾸는 웨이트리스 ‘줄리아’(방진의 송상은)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2006년 초연했으며 국내에서는 2009년 황정민, 박건형, 방진의 주연으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원작 영화 보다 ‘로비’와 ‘홀리’(최우리)의 비중이 커졌다. 결혼식 당일 신부에게 일방적인 파혼 통보를 받은 로비는 충격과 함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돈 많은 약혼자 ‘글렌’(오승준 그룹 ‘캔’의 배기성)과 정해진 수순을 따라 결혼 준비를 해 가던 줄리아는 불안감이 문득 문득 고개를 드밀어 내적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이 두 남녀의 공통적인 화두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이다. 둘의 관계에 다리를 놓아주는 이는 줄리아의 사촌이자 오랜 친구인 홀리이다. 로비의 친 할머니 ‘로지’(오은미)의 한 마디, “세상에 늦은 일이란 없다” 또한 두 남녀가 함께 늙어갈 수 있게 만든다.



노래 말고는 다른 건 생각하지도 않았던 작곡가가 꿈인 남자 로비에겐 두 번의 고비가 찾아온다. 약혼자 ‘린다’(김하나)가 현실적인 이유로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해 폐인이 되다시피 했던 그에게 다시 사랑의 감정이 찾아 온 것. 하지만 줄리아 옆에는 능력 있고 돈 많은 증권사 직원 글렌이 자리하고 있다. 로비의 모습은 ‘꿈’보다 강한 ‘돈’ 앞에 잠시 흔들리는 현재의 젊은이들 모습 그대로이다. “돈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는 홀리의 말에 반박할 수 없고, “돈이 사람을 얼마나 좋게 바꾸겠어”란 말에 마음은 ‘아니야’라고 강하게 도리질 치지만, 이미 고개는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로비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멋진 차를 몰고,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쉽게 구하기 힘든 휴대폰을 든 채 거들먹거리는 부자 글렌 처럼 통크게 놀아야 할까? 고민도 잠시, 뭘 해야 하는지 잘 아는 미워할 수 없는 우리의 로비는 결국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된다. 마음의 눈을 담아 프러포즈 하는 순간 스스로 답을 찾아냈으니 말이다.



최성신 연출의 말처럼 ‘고백의 기적을 담고 있는 뮤지컬’이다. 멋지고 화려한 프러포즈 곡을 쓰려했던 로비는 줄리아와 대화를 나누며 보다 진실한 마음을 담은 곡을 쓰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봤을 때 터져나오는 ‘우와~’란 감탄사에서 시작된 솔직한 감정은 “Grow Old with You”란 곡을 쓰게 만들었다. 노래 가사처럼 ‘나의 소원은 너와 늙는 것’이란 프러포즈를 하게 된 것.

젊은이들의 결혼식부터 금혼식까지 다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은 물론 흥겨운 디스코 리듬은 현란한 군무와 인상적인 퍼포먼스가 더해져 추억여행을 하게 만든다. 현란한 조명과 춤이 함께하는 나이트 장면, 화끈한 물 쇼 장면 등 몇몇 쇼적인 장면에 호불호가 나뉠 순 있겠지만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작품 색을 잘 살려낸 것으로 보인다.

초연 때 충무아트홀 대극장의 큰 덩치의 세트 위주로 이뤄졌던 무대와 달리, 일본 크리에 극장(중극장) 버전의 세트 디자인을 가져온 이번 무대는 객석과의 밀착력이 높아져 감칠맛이 더해졌다. 젊은 관객 뿐 아닌 80년대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장년층 관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즉각적이었다는 점도 인상 깊다. 배가 아플 정도로 웃어대던 옆자리 아주머니 관객은 박수를 치며 ‘아이고 재미있어’란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오종혁과 김도현 모두 꿈과 현실 사이에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물론 사랑스런 ‘웨딩싱어 로비’의 모습을 불러냈다. 미소가 환한 오종혁이 그룹 클릭비 시절 베이스를 치던 가수로서의 강점을 잘 살려냈다면,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김도현은 찌질하면서도 순수한 남자 기운을 객석에 불어넣었다. 송상은 줄리아는 불확실한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마음이 가는 사람과 결실을 이루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성공을 위해선 ‘남의 등에 칼 꽂는’ 섬뜩하면서도 능글맞은 오승준 글렌의 속물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배기성은 ‘핑크빛 슈트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돈 많은 한량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최우리 홀리는 파워풀한 매력 외에도 엉뚱하고 귀여운 포인트를 잘 살려냈다. 이 외 육현욱(조지), 정순원(새미), 이자영(줄리아의 엄마 앵지), 한연주(홀리 얼터 겸 앙앙 거리는 신부), 이은진(공항 창구 직원 크리스티나)등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매력이 모여 사랑스러운 뮤지컬 <웨딩싱어>를 만들어냈다. 2월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뮤지컬 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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