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도현,‘나가수’ 맞춤형 가수로 재조명

[서병기의 핫이슈] 윤도현은 ‘나는 가수다’에서 성적이 잘 나온다. 첫 회에서 ‘It burns’로 4위를 차지했던 윤도현은 지난 3월 20일 ‘나항상 그대를’을 록버전을 불러 1위, 그 다음주에도 백지영의 ‘대시’를 거의 펑크에 가까운 록 스타일로 편곡해 불러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윤도현은 줄곧 3~4위로 안정권을 유지해왔다. 사실 지난 8일에는 노래를 잘못 불렀다.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부를 때는 음정이 불안했고, 음이탈했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도 윤도현은 5위(6위는 김연우, 7위는 BMK)를 차지했다. 지난 15일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을 잠깐 불러 중간평가에서 7위를 예상했을 때도 5위를 받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윤도현은 이날 제작진의 사전 이미지 투표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윤도현이 록커가 대중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청중평가단으로 부터 매번 좋은 성적을 받으며 덤으로 ‘로큰롤 베이비’라는 캐릭터까지 얻으며 선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략 3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윤도현은 뭔가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숙제를 내줬을 때 잘하건 못하건 뭔가를 많이 준비해온 것 같아 선생의 기분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윤도현은 노래라는 기본 재료에 뭐라도 얹어 예습을 많이 한 것 같다.

‘대시’를 부르며 하모니카로 인상적인 시작을 알리고, 차분하게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강렬한 무대로 좌중을 압도했다. 이런 퍼포먼스는 ‘나가수’에서 윤도현이 ‘짱’이다. 윤도현은 다년간의 라이브 콘서트 경험을 통해 현장에서 무엇이 관객의 감정을 흔드는지를 잘 안다. 그래서 윤도현의 퍼포먼스는 다른 가수들보다 잘 먹힌다.
 
또 하나는 밴드의 잇점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가수들은 단순 세션으로 밴드를 활용하지만 윤도현은 YB라는 밴드가 자신과 한 몸이다. 밴드는 현장을 제압하는 힘이 있다.
 
마지막은 윤도현은 사실상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항상 엄살을 부린다는 점이다. 매번 꼴찌할 것 같다고 말한다. 꼴찌 할 것 처럼 말하는 엄살형인데 알고보면 3위 정도는 나온다. 학창시절 이런 친구는 꼭 있다.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을 군무 없이 혼자 불러야 되는 상황에 이르자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잖아”라고 말한다.



윤도현은 매니저인 김제동의 도움을 거의 못받고 있다. 윤도현-김제동조는 참가팀중에서 방송 분량이 가장 적게 나오고 있다. 김제동이 같은 소속사인 윤도현과 만만한 사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방송에서 윤도현에게 “저거, 건반 치워”와 같이 말하는 것은 별로 좋게 들리지 않는다.

김제동은 김연우에 대해 “김연우씨는 노래 부를 때 감정이 거의 안보여요”라고 부정적 발언을 해놓고, 윤도현이 노래를 잘못 불렀다고 말하는 고영욱 등 몇몇 매니저에게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말해 네티즌에게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김제동은 김건모 재도전과 관련된 발언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을 주고 있다.

박정현-김태현, BMK-박휘순, 이소라-이병진, 임재범-지상렬조는 별말을 하지 않아도 방송분량이 살아나고 있다. 긴장하는 가수를 조용히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워주며, 가끔씩 유머를 터뜨리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윤도현과 김제동은 그런 그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김제동은 너무나 친한 윤도현의 매니저를 안하는 게 옳았다. 그럼에도 윤도현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버릇없는 동생을 대하는 아량 있는 형의 자세를 보여줘 김제동의 실수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않고 있다.
 
윤도현은 요즘 소화하기 쉽지않은 ‘런데빌런’을 불러 탈락됐다는 스포일러로 인터넷이 뜨겁다. 하지만 윤도현은 만약 7위로 탈락하더라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충분히 거둔 셈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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