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상 PD가 말하는 K-pop의 성공비결[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뮤직뱅크>만큼 K-pop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실시간으로 K-pop을 전 세계 54개국에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 제작자들이 방송 3사 음악순위 프로그램 중 <뮤직뱅크>에 유독 신경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K-pop은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어 제대로 전파만 된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 말하는 <뮤직뱅크>의 김호상 PD. 그에게 K-pop을 물었다.(대담 참여 : 김호상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덕현 : 전에 베트남에 갔더니 KBS 월드에서 <뮤직뱅크>가 생방송되더라고요. 야, 이거 <뮤직뱅크>가 K-pop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구나, 했어요.

김호상 : 지금 전 세계 54개국으로 KBS 월드 동시간대 <뮤직뱅크>가 생방송되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76개국으로 늘어날 예정이고요.

정석희 : 그러게요, 그래서 해외에서는 PD님 이름까지 안다고 하더군요.

김호상 : 동시간대 프로모션을 해외에 하는 효과가 있어서 제작자들이 방송 3사 음악프로그램 중 KBS에 나오는 것을 더 신경 쓴다고 해요.

정덕현 : 아무래도 K-pop을 의식하시죠?

김호상 : 한류의 첨단에 있는 프로그램이니까. 당연하죠.

정덕현 : 최근 기사를 보니까 SM타운이 유럽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군요.

김호상 : 우리도 지난 4월에 프랑스에서 50명이 방청을 왔어요. 어떻게 온 거냐하면 KBS파리 특파원 후배가 2월에 전화를 했습니다. 한류를 취재했는데 프랑스에도 한류 자체 모임이 있더라는 거예요. 리포트를 하는데 몇 백 명이 모였는데 그 중에서 50명 정도가 한국에 온다고 했대요. 그들의 제 1 목표가 <뮤직뱅크> 방청이라더군요. 4월에 연락이 왔습니다. 50명의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냐고. 그 때 방청한 50명 중 90%가 여성들이고 인종도 다양했죠. 우리 씨엔블루, 유키스 패널을 들고 노래를 똑같이 따라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 오래된 노래도 아니었는데 정확히 따라하는 거예요. 그래서 리액션을 더 많이 넣게 되었습니다. 그 때 씨앤블루가 1위를 했는데 방송이 끝나고도 그 친구들은 계속 끝까지 노래를 따라하더군요.

정덕현 : 현장에서 보기에 K-pop의 강점은 뭐라고 보세요?

김호상 :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SM 같은 대형기획사에서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 샤이니 같은 팀들의 노하우를 선점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보편적으로 이 노하우가 퍼져 있습니다. 안무에 있어서도 옛날에는 HOT나 신화 정도나 군무가 가능했거든요. 하지만 그 안무가들이 다 이제 독립되어 나와서 군무 자체가 SM만의 트렌드가 아니라 군소 제작자라 할지라도 그 수준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작곡도 마찬가지죠.



정덕현 : 음악 자체도 굉장히 글로벌한 경향이 있죠.

김호상 : 우리나라 시장자체가 좁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국을 겨냥하는 거죠. 국내시장은 아무리 수익을 내도 5억에서 10억 미만입니다. 그래서 해외 시장을 공략하다 보니까 그게 먹히기 시작했던 것이고, 반대로 일본 같은 경우에는 자국 시장만 해도 음반이 여전히 팔리기 때문에 자국에 머문 경향이 있습니다. 글로벌 트렌드로 가면서 K-pop은 작곡자도 국내 작곡자만 쓰는 게 아니라 해외 작곡자들도 쓰고 있죠. 라니아라는 팀의 경우는 테디 라일리 같은 마이클 잭슨 프로듀서도 작곡을 했고, 레인보우의 '투미'는 일본의 유명 작곡가가 만든 곡입니다. 특히 SM은 국내에 한정짓지 않고 유럽 작곡가의 곡을 받아서 그것을 우리나라 스타일로 바꾸어서 발표하죠. 그러다 보니 K-pop은 우리나라 음악 같지만 사실은 전 세계 음악을 우리화해서 나오는 글로벌 트렌드를 보이게 됐죠.

정석희 : 요즘은 시스템 자체도 수출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김호상 : 예를 들어 중국 같은 경우에는 아예 아이돌 그룹을 주문제작 합니다. 아이돌 그룹 있는 팀에다가 뮤직비디오, 안무, 의상 패키지를 만들어서 그대로 가져가는 시스템이죠. 실제로 이런 경우 중국에서도 반응이 좋죠. 시스템 적으로 우리나라가 문화수출을 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겁니다.

정덕현 : PD님은 연령이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이런 디지털 세대 음악에 대해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호상 : 저는 지금 <뮤직뱅크>에서 다루는 음악이 더 좋습니다. 물론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저 역시 옛날 감수성에 젖게 되지만. 사실 4,5년 전부터 차에서 <뮤직뱅크> 순위 음악을 계속 듣고 다녔습니다. 계속 업데이트 해가면서 관심을 갖고 듣다 보니까 더 좋아졌죠. 또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같이 보는 프로그램이 음악 프로그램이에요. 그 외에는 같이 보는 게 없죠.

정덕현 : 아이돌 가수의 가창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호상 : 아이돌 가수는 애당초 조합 단계에서부터 다섯 명 그룹이다 하면 한 명은 노래 잘하는, 또 춤을 잘 추는, 얼굴이 정말 예쁜, 랩을 잘하는, 버라이어티에 장기가 많은 이런 다양한 소스를 모아서 하죠. 물론 다섯 명이 다 잘하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봐요.



정덕현 : 그렇다고 아이돌의 가창력이 너무 저평가 되는 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김호상 : 저도 굳이 전원이 노래를 다 잘 해야 된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K-pop이 어필하는 이유는 이런 완벽한 군무와 잘 생긴 얼굴, 그리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노래, 이런 것들이 조화를 이뤄서 그런 거지 노래만 다 잘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죠.

정덕현 : 음악을 보는 관점이 가수를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 있고, 프로듀싱까지 전체를 보는 관점이 있는데 아이돌은 후자에 더 가까울 뿐이죠.

정석희 : 제가 보기엔 같은 음악이긴 해도 장르 자체가 다르지 싶어요.

정덕현 : KBS에서 <불후의 명곡> 시즌2를 시작하면서 아이돌판 <나는 가수다>를 하겠다고 합니다. 아이돌들이 자기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레전드 급 가수들의 노래를 그 앞에서 부르는 것이죠. 거기 나오는 아이돌들을 보니 전부 가창력 있는 친구들이더군요.

김호상 : 물론이죠. 다 각자의 팀에서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참 볼만 한 프로그램으로 기대됩니다.

정석희 : 어느 방송사나 방송사와 기획사 사이에 알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잘잘못을 떠나 싸울 때 싸우더라도 보고 싶은 가수들을 보기를 원할 뿐인데요. 여기에 대해서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김호상 : 글쎄요. 많은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시는데요. 거기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노코멘트를 해오고 있습니다.



정석희 : 최근 들어서 가요에 대한 대중의 트렌드도 조금씩 바뀌고 있죠?

김호상 : 작년 하고 올해를 두고 보면 아이돌 경향에서 가창력 있는 솔로 가수 쪽으로 많이 넘어왔죠. 가요계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 그 영향이 프로그램에도 나타나고 있죠. 작년과 지금은 확실히 다릅니다. 작년에 그룹이 많았다면 올해는 양파, 아이유, 휘성, 케이윌 제이세라, 이런 가창력 있는 솔로들이 많이 나왔죠. 가창력 있는 가수로 관심이 돌아섰습니다. 최근 솔로 가수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데엔 이런 이유도 있습니다.

정덕현 : 대중들이 듣는 음악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호상 : 3,4월까지 많은 남자 아이돌 팀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예전에 비해서 주목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죠.

정석희 : 혹 올해 준비 중인 것들은 없으신지요.

김호상 : 올해는 <뮤직뱅크>도 7월에 도쿄 돔에서 일본 특집을 편성할 예정입니다. 아마 지금껏 해온 해외 공연 중 최대 규모가 될 것 같습니다.

정석희 : 대지진의 영향은 없을까요? 여러모로 아슬아슬한 상황이지 싶은데요.

김호상 : <청춘불패> 때 가까워진 일본기자들이 많은데 지진 때문에 한류가 주춤해서 걱정되는데 어떠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는 오히려 더 K-pop에 목말라 있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K-pop이 그들에게 많은 위안이 된다는 거죠. 또 올해는 그밖에도 몇 차례의 해외 특집을 기획 중입니다.

정덕현 : K-pop은 이젠 국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뮤직뱅크>가 여러 나라로 직접 가서 하는 특집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쪼록 <뮤직뱅크>가 K-pop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정덕현

[사진 = 전성환 기자 shjeon0877@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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