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절’ 막장 없어도 밋밋하지 않은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의 해원(김희선)은 갑작스럽게 복수의 얼굴을 드러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온 부친의 생전 마지막 음성 속에는 해외 유학중이었던 그녀에 대한 부친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육성에는 또한 해원 부친의 죽음과 그녀 집안이 갑자기 기울어진 이유에 대한 단서도 담겨 있었다. “왜 보자고 했냐! 네 짓이냐! 이 모든 게 다 네 짓이냐고. 오치수!”

오치수(고인범)는 다름 아닌 해원이 다니는 대부업체 사장 오승훈(박주형)의 아버지. 즉 해원이 이 회사를 다니며 오승훈의 애인인 척 행세했던 데는 그녀의 복수심이 깔려 있었던 것. 이 설정은 착한 가족드라마로만 보였던 <참 좋은 시절>이 의외로 강한 극성의 복수극을 숨기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경주로 오게 된 그녀의 옛 애인 강동석(이서진)이 검사라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사기를 당해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 아주머니를 도와주는 강동석은 고지식할 정도로 정의로운 인물이다. 부임하자마자 사건을 캐고 다니는 그의 경주 발령에도 무언가 숨겨진 내막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동생 강동희(옥택연)가 오승훈의 보디가드이고 무슨 일인지 감방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향후 해원의 복수와 강동석의 수사는 이들이 엮어갈 멜로와 가족극에 어떤 변수를 가져올까.

복수극과 가족극의 만남. 어찌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이미 <찬란한 유산> 같은 주말드라마를 통해 시도된 바 있다. 소현경 작가의 <찬란한 유산>은 미니시리즈적인 긴박감 넘치는 전개에 주말드라마에 어울리는 가족극을 접목시켜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천편일률적인 가족드라마의 공식은 이미 대중들에게 다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남녀가 나오고 양가가 등장해 결혼을 두고 벌이는 이른바 혼사장애의 스토리는 가족드라마의 닳고 닳은 작법이다. 또 결혼한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이야기도 그렇다. 이 익숙한 공식은 가족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 편안한 시청을 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최근 가족드라마는 다른 요소들을 집어넣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말드라마 시간대에 미니시리즈를 주로 써왔던 작가들이 들어와 일련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이 약간은 성격이 다른 드라마 형태가 하나로 엮어지는 실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투윅스> 같은 미니시리즈가 가능한 소현경 작가의 <찬란한 유산>이나 <내 딸 서영이>같은 주말극이 그렇고,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작품을 쓴 박지은 작가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그렇다.

<참 좋은 시절>의 이경희 작가는 <상두야 학교 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의 미니시리즈를 써온 작가. 휴먼드라마에 가까운 멜로드라마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이 작가의 주말극 실험에는 그래서 단순한 가족드라마와는 다른 색깔이 느껴진다. 해원과 동석의 멜로드라마적인 요소가 바탕에 깔려있고 해원의 복수극과 동석의 수사가 엮어지며, 다른 한편으로는 동석의 가족들과의 이야기가 풀어진다.

<참 좋은 시절>은 막장 없는 착한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등장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그 선하고 훈훈한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밋밋한 드라마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드러난 강한 멜로와 복수극의 요소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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