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 통한 록커들의 부활, 김구라는 뿌듯하다

[서병기의 프리즘] 록 가수들이 갑자기 주목받고 있다. 임재범, 김태원, 박완규, 김경호 등 록커들이 부각되고 있다. 김경호는 ‘위대한 탄생’ 5분 출연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나는 가수다’에 출연시켜달라는 요청을 받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백두산의 유현상도 예능물에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이들을 대중에게 관심을 갖게 한 계기는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물이다.

그 동안 록커들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푸대접을 받아왔다. PD 입장에서 볼 때 댄스 가수들은 그림이 되고, 발라드 가수는 무대 설치비가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록밴드는 설치해야 할 것이 많고 반주까지 합치면 노래가 긴 데다 시청자의 반응까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록커들의 힘겨웠던 삶이 예능을 통해 그 스토리가 먹히고 있다. 김연우 같은 굴곡 없는 평탄한 삶보다 삶의 굴곡이 심한 임재범이나 김태원이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과거에는 이들의 절절한 삶이나 스타일(헤어스타일, 옷차림을 포함한 비주얼)이 TV로 담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그런데 록커들이 예능을 통해 부활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바로 김구라다.

김구라는 김태원, 유현상, 김종서, 이광기 등과 친하다. 오래전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김구라는 록커들이 뜨기 전부터 친했다. 김구라는 밴드리더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말과 행동에 리더의 요소가 있음을 발견했다. 한 음악 그룹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개성이 강한 멤버들을 몰아부치기도 하고 회유하기도 해야 하는 게 리더다. 쉽지 않은 일이다. 기본적으로 입담이 셀 수밖에 없다. 김태원은 25년간 ‘부활’의 보컬리스트 후보 수백명을 만나 뽑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디션의 멘토와 심사위원의 내공이 생겼다. 거기에다 록커들은 감성까지 풍부하니 방송용 콘텐츠로는 적격이다.

김구라는 “록밴드 리더중에 말을 잘 못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입담이 세다”면서 “김태원은 여자(아내)에게 뻐꾸기 날리는 게 장난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원뿐만 아니라 김종서, 유현상, 문희준도 말을 잘한다.

사실 록밴드들은 해체하지 않고 유지한 것만도 대단하다. ‘부활’이 25년간 고생한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다 풀어낼 수 없다. 록밴드 리더들은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삶의 내공이 생겼다. 예능 프로그램에 필요한 덕목이다.
 


김구라는 김태원이 예능에서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예능 PD에게 소개했다. 이 추천으로 김태원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4차원의 독특한 이미지로 뜬 후 ‘남자의 자격’을 통해 최고의 인간적인 스타가 됐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김태원의 예사롭지 않은 인생 자체가 더욱 더 솔직하고, 인간적이며 감동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
 
문희준이 솔로 데뷔 후 록을 하다 수많은 안티에 시달려 외출도 못하고 파주의 집에서만 생활할 때 거의 유일하게 문희준 집을 왕래한 사람이 김태원이다. 군 입대 직전 기자와 만난 문희준은 “태원 형과 음악 얘기를 하며 용기를 얻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여기에도 김태원과 친한 김구라의 역할이 있다. 김구라는 문희준과의 악연을 방송으로 풀어(절친노트) 문희준이 재기하는 데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임재범의 ‘나가수’ 출연은 김구라가 연결 고리를 만든 건 아니지만 김태원과 유현상 등 록커들의 힘겨운 야생적 삶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확인하고 용기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주위에서는 “(임재범이) 그 성격에 예능에 나가다니”하고 의아해 하지만 김태원 등 록커들의 방송 출연에 자극받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김구라는 뿌듯하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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