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분장실, 숨겨진 그 이면은?



[배국남의 연예계 막전막후-이것이 궁금하다] 한 연예인이 스타인지 아닌지를 금세 판별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방송사 분장실이다. 방송가에선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개인 분장실이 주어지면 스타이고 그렇지 않으면 스타가 아니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분장실이 연예인 인기의 척도인 셈이다.

KBS, MBC, SBS 등 방송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할 때 개인 분장실과 공동 분장실을 운영한다. 스타나 비중이 큰 연예인에게는 개인 분장실을 사용토록 배려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공동 분장실을 이용하도록 한다.

이렇다보니 분장실에 대한 신경전은 연예인들 사이에 적지 않게 일어나다. 심지어 분장실에서 연예인간의 싸움과 폭행 등 불미스러운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분장실이 갖는 상징성도 한몫한다.

신인과 무명은 스타들이 이용하는 개인 분장실을 보며 “언젠가는 스타가 될거야”라는 다짐을 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한다. 또한 개인 분장실을 사용하다 시간이 흐르고 인기가 떨어져 공동 분장실을 사용하면서 인기의 무상함을 느끼는 연예인도 있다.

이처럼 분장실은 스타 여부를 판별하는 기제이며 어떤 이에게는 꿈을 꾸게 하고 어떤 이에게는 지난날의 자신의 위상과 영광을 회고하게 만드는 기호이다.

방송사가 개인 분장실과 공동 분장실의 분리 운영은 1990년대 들어서다. 이전에는 스타나 중견 연예인, 신인 등이 함께 하나의 분장실을 이용했다.

방송사 초창기부터 연기를 시작한 중견 연기자 최불암은 “1960~1970년대까지는 분장실을 여러 연예인들이 함께 사용하며 분장도 본인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상도 연기자나 연예인들 스스로가 직접 챙겼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전문 분장사가 있어 분장을 해주기 시작했다”고 이전의 분장실 풍경에 대해 설명한다.



이 때문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분장실은 선후배 연예인들이 만나고 교류하며 대화하는 장이 됐다. 분장실은 연기자로서, 예능인으로서 갖춰야할 태도나 자세, 그리고 후배가 선배에게 할 도리를 배우는 공간적 역할도 했다. 더 나아가 인기의 부침, 불규칙한 생활, 대중매체가 구축한 이미지와 실제와의 간극 등 연예인만의 직업적 특성에서 초래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토로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중견 연기자 고두심은 “분장실에서 개인적으로 힘든 고민이나 어려운 점을 동료 연예인이나 선배들에게 털어놓고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선배들에게 연기에 대한 지도나 교육을 받는 곳도 분장실이었다. 그리고 분장실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수다의 공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장실 풍경이 변한 것은 바로 1990년대 공동 분장실과 개인 분장실의 분리가 이뤄지고 연예 기획사가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부 스타들은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 분장실을 사용하고 연예 기획사 소속의 연예인들은 의상을 교체하고 분장을 할 수 있는 차량을 이용하면서 이전의 분장실의 풍경이 사라졌다. 분장실에서 선배와 후배가 서로의 고민과 어려운 점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모색하며 진한 인간관계를 구축했던 풍경은 박제된 과거의 하나의 모습으로 전락했다.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근래 들어 늘고 있는 연예인의 자살과 선후배 정을 나누던 분장실의 풍경의 실종과 연관짓기도 한다. 최불암은 “인기와 수입만이 최고의 가치가 돼버린 스타 시스템이 자리를 한 후 방송사나 제작현장에서 선후배 사이에 진정한 대화가 실종됐다. 과거 분장실에서 드러났던 서로를 진정으로 위해주고 위하는 연예계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선후배 사이는 삭막해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사진 =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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