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홍철, 한국형 오디션 진행자로 적격이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요즘 주말은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기존 프로그램들만으로도 감정 수습이 버거울 판에 지난주 시작된 아이돌판 ‘나가수’ KBS2 <불후의 명곡2>며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 tvN <코리아 갓 탤런트>까지 가세하면서 TV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오늘부터 MBC가 유명인들의 댄스 도전기 <댄스 위드 더 스타>를, 또한 SBS가 이달 24일부터 연기자 오디션 서바이벌 <기적의 오디션>을 내보낸다 하니 점입가경이라 할밖에.

이 같은 피 말리는 경쟁의 범람이 가뜩이나 숨 가쁜 세상을 점점 더 각박하게 만들지 싶어 심란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숨은 인재들,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감동을 발견할 때면 이런저런 불만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볼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던 누군가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한 지금껏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통해 새로운 감정이 눈뜨는 시간이 오기만 한다면, 까짓 손에 땀을 쥐는 긴장 따위는 감수해보자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추세를 따르느라 급조된 프로그램이 워낙 많다보니 시청자가 느끼는 미흡함은 일일이 나열키도 어려울 정도다. 그중 가장 큰 아쉬움을 꼽자면 맞춤 진행자의 부재가 아닐는지. 놀랍도록 재기 넘치는 참가자들, 그리고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리는 심사위원들은 존재했지만 믿음이 가는 MC는 이때껏 찾아보기 어려웠으니까. 각양각색의 수많은 참가자들과 살벌하기로 이름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다리 역할을 해내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라이언 시크레스트에 필적할 인물을 바라는 건 아니다.

단지 한국형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적합한 MC가 절실할 뿐. 경쟁 프로그램 MC가 가져야할 최고의 덕목은 매끄럽고 순발력 있는 진행보다는 따스한 인성이 아닐까? 그 무엇보다 마치 외계에 혼자 떨어진 듯 외롭고 두려울 도전자들에게 친구처럼, 혹은 가족처럼 힘이 되어줄, 그리고 세상을 다 잃은 듯 낙담하는 탈락자에게는 진심어린 위로를 해줄 진정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12주의 대장정을 이끌 <코리아 갓 탤런트>의 MC 노홍철에게 관심이 간다. 무대 뒤에서 그가 참가자들의 부담감을 어떤 너스레를 떨어 덜어줄지, 그리고 탈락자에게는 얼마나 진심을 다한 격려와 위로를 할지 짐작이 가고 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지극히 사소한 재능을 지닌 참가자라 할지라도 얕잡아 보지 않으리란 믿음과 확신이 있어서이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해온 그를 수년간 지켜본 결과, 그는 약한 보통 사람에게 강할 사람은 결코 아니었으니까. 아직은 지역 예선 과정인지라 그의 역량이 크게 발휘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나 지난 주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낸,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홀로 살아왔다는 이십대 초반의 청년, 어떤 숱한 사건을 겪었을지 우리로서는 도무지 상상하기도 어려운 최성봉 군에게 노홍철 그가 시청자인 나를 대신해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는 합격 후 무대를 내려오는 최성봉 군을 감싸 안으며 이제 널 응원하는 사람이 수백 명이 넘었고 이 방송이 나가면 수천 명이 너를 응원할 테고 끝까지 가면 전 세계가 너를 보며 열광할 것이라 말했지만 나로서는 계속 이어질 최성봉 군의 도전에 에너지 넘치는 노홍철이 힘을 보태리란 사실이 참으로 든든했다. 비단 최성봉 군뿐만이 아니라 어렵게 세상의 문을 두드린 외로운 삶을 살아왔을 참가자들에게 부디 꿈과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참가자들에게 끊임없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노홍철 씨. 잘 부탁드립니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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