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의 글조차 ‘임성한 월드’를 공고하게 만든다니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역시 임성한 작가의 신작 <압구정 백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러운 반응들이 쏟아진다. 시누이 노릇 톡톡히 하던 백야(박하나)가 갑자기 올케인 김효경(금단비)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에 대해 ‘캐릭터의 일관성 부족’을 비판하는 글이나, 심형탁이 SNS에 마지막 촬영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한 것에 대해 ‘임성한 살생부’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글이 하루걸러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즉 아예 이런 비판의 글조차 쓰지 말라는 것. 즉 이런 글조차 임성한 작가의 노이즈 마케팅에 이용될 것이라는 걸 대중들은 이제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 현재의 임성한 월드의 힘이란 이러한 노이즈를 일부러 만들어내고 거기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

사실이 그렇다. 이 이상한 임성한 월드는 그 작품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얼마나 막장스럽고 이상한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관심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임성한 월드의 작동방식은 이제 대중들에게 이미 노출될 대로 노출된 상황인 것 같다. 한 번 속지 두 번 안 속는다는 대중들은 그래서 이 작동방식의 하나인 노이즈를 만드는 비판 글조차 쓰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즉 노이즈를 만드는 비판 글은 임성한 작가가 시청자들을 낚는 일종의 낚시질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욕하면서 보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아예 드라마의 판을 깨는 것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임성한 월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예 무시하려는 이러한 대중들의 태도는 시청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압구정 백야>의 시청률은 첫 회에 9.9%로 최고 수치를 냈지만 그 이후 7%대로 떨어졌다. 제 아무리 임성한 작가라고 해도 낚이지 않으려는 대중들의 이러한 반응에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것은 여러모로 전작인 <오로라 공주>의 여파가 너무 컸던 때문으로 보인다. 출연자들의 ‘줄초상’을 만든 임성한 작가의 무리수는 당시로서는 화제가 됐을지 몰라도 임성한 월드에 상당한 타격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막장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하는데, 아예 드라마의 룰조차 깨버린 그 행태에 대중들의 반응은 심지어 ‘퇴출 운동’까지 이어졌다.

왜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또 그런 드라마를 편성시켜 주느냐에 대한 비난도 이어진다. 이렇게 완성도는 차치하고 드라마의 문법조차 파괴해버리는 임성한 월드에서 어떤 감상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세계는 오로지 시청률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이런 세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조차 대중들은 불편해한다. 그 황당한 드라마에 그 반응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고, 그것이 못내 탐탁찮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비판 글조차 쓰지 말라는 요구는 그래서 임성한 월드의 작동방식에 제동을 걸려는 보다 적극적인 대중들의 대응으로 보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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