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결’, 불필요한 스튜디오 토크 왜 고집할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2008년도에 그 시즌1을 시작했다. 그러니 햇수로 따지면 벌써 6년이나 계속 한 장수 프로그램인 셈이다. 햇수를 지나오면서 그 화제성이나 시청률도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송재림과 김소은 커플에 대한 반응은 이 프로그램이 건재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어찌 보면 약간은 과장되어 있고 표현도 과도해 오글거린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오글거림이 그리 기분 나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이 커플이 가진 장점이다. 송재림은 ‘어록’에나 나올만한 멘트들을 시도 때도 없이 날린다. 외식을 하면서 “마늘이 남자한테 좋은 것”이고 “이집트에서는 노예들한테 마늘을 많이 먹였다”며 “나는 너의 노예”라고 하는 식이다.

이런 송재림의 오글 멘트에 김소은 역시 만만찮다. 몸에 좋다는 마늘만 숟가락 한 가득 모아 송재림에게 먹으라고 내민다. 그러자 송재림은 그걸 또 받아먹고는 “나 오늘 너 집에 안 보낼거야”라고 말한다. 손발이 오글거려 차마 입 밖으로 내놓기 어려운 말들을 술술 풀어내고 또 때로는 풋풋한 커플의 모습에서부터 야릇한 분위기까지 만들어내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보는 이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실제 커플이라면 그런 닭살행각을 자기도 모르게 하겠지만 정상적인(?) 상태로서는 도무지 못할 그 행동들은 보는 이들의 환상을 채워준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 오랜 시간동안을 버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다. 결혼의 현실이 아니라 신혼이 갖는 환상에 늘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던 힘.

그런데 그 6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방송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두 사람의 일상으로 파고든 카메라는 최근 관찰카메라 시대를 이미 훌쩍 앞서간 것이다. 따라서 그 카메라의 시선은 여전히 지금의 대중들의 눈높이에도 호응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스튜디오 토크다. 요즘 관찰카메라가 일상 그 자체를 리얼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굳이 스튜디오 토크가 필요할까 싶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 형식을 고집스럽게도 유지하고 있다.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내레이션이 들어가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촬영한 동영상을 보며 스튜디오에서 이러쿵저러쿵 토크를 하는 건 아무리 봐도 시대에 걸맞지 않는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과거 스튜디오 토크가 들어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아직까지 ‘가상 결혼’이라는 형식이 낯설던 시대였기 때문에 스튜디오 토크를 통해 적절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그 균형은 때로는 그 가상을 진짜처럼 여겨지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이 그저 가상일뿐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이 그저 자극만을 위한 사생활 보여주기가 아니라 어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관찰 카메라 시대로 들어온 이상 이런 부연설명들은 사족이 되기 쉽다.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일까지 생겨난다. 송재림이 김소은에게 “난 네 웃는 모습이 좋아”라고 말하고는 “내가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고백하자 김소은이 “책에서 본 거지”하고 농담을 던지고 송재림이 다시 “웃는 얼굴이 자꾸만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 대목은 시청자들을 그 오글거림에 빠져들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에 이어지는 박미선의 “웃는 게 예쁘니까 자꾸 웃기고 싶은가 보다”라는 멘트는 반드시 필요할까. 그건 불필요한 설명이고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상상하는 것에 대한 틈입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멘트가 대단히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세대적인 차이는 송재림과 김소은에 빠져 한 세대를 훌쩍 뒤로 가 그 판타지에 빠져있던 시청자를 깨는 상황까지 만들어낸다. 왜 이런 시대에 걸맞지 않는 스튜디오 토크를 고집하는 걸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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