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홍어 논란에 숨겨진 진짜 문제는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글로벌 특집’으로 마련한 외국인 부자, 부녀와의 여행에서 안정환, 윤민수와 함께 한 시나드 패터슨과 그의 아들 찬이 홍어를 먹는 장면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사실 프로그램 상의 장면들에서는 무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달랑 홍어 삼합 하나 시켜놓고 먹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번듯한 한식 상차림 중에 하나 올라와 있는 홍어 삼합을 시도해보겠냐고 물어보고 먹게 한 일이었다. 이런 일은 여행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그 곳을 알려면 그 곳의 음식을 먹어보란 말도 있잖은가.

어떤 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홍어가 먹기 불편하기는 해도 ‘못 먹을 음식’은 아니고 어찌 보면 한국을 대표하는 맛(발효의 맛)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 장면들이 무례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또 시나드 패터슨의 아들이 홍어를 시도하게 된 것은 윤민수나 안정환이 굳이 시킨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김치를 빼고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며 해보라고 해서 먹게 된 일이다. 이문화에 대해 도전적으로 체험해보려는 마음이 있다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홍어를 먹게 한 일이 뭐가 잘못된 일일까.

게다가 그렇게 홍어를 먹고 맛에 이상해하는 찬이에게 윤민수가 숭늉을 마셔보라고 권한 건 그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시도를 한 것이고 또 거기에 대한 배려도 했다. 그런데 왜 이런 논란이 나왔고 또 그 반향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일까. 급기야 담당 PD는 한 매체를 통해 “편집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는 ‘홍어’의 문제 그 이상의 정서가 깔려 있다. <아빠 어디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라면 이문화를 경험하는 타국의 아빠와 아이의 이런 체험 자체가 하나의 흥미로운 재미이자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빠 어디가>를 비롯한 육아예능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과거에 비해 훨씬 차가워졌다.



그저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다가왔을 때만 하더라도 지켜주고 싶고 바라봐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지만, 최근 이 아이들이 점점 상업화되고 있다는 인상은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이 아이들이 점점 광고 시장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있고 또 아예 더 어린 아이들은 그들이 지내는 공간을 상업적인 PPL로 채우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있다.

순수함을 점점 잃어가고 심지어는 연예인화 되어가는 모습은 결코 시청자들이 바라는 건 아닐 것이다. <아빠 어디가>의 ‘글로벌 특집’만 하더라도 그 기획의도를 보면 다분히 이 프로그램이 가진 상업적 목적을 읽어내게 만든다. 왜 하필 ‘글로벌 특집’인가. 요즘 외국인들이 대세라는 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외국인과의 여행체험이 나쁠 건 없지만 이런 식으로 시청률을 의식하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기획은 <아빠 어디가>의 호감을 떨어뜨린다.

<아빠 어디가>를 대중들이 좋아했던 것은 그것이 굉장히 자극적이거나 시청률이 많이 나와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시청률과 상관없이 아빠와 아이라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마음을 줄 수 있는 대상들의 소소한 여행을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발견하는 아이와 아빠의 모습은 화려함은 없어도 소박한 재미를 주었다. 지금은 그 소박한 정서가 상당부분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갑자기 터진 홍어 논란은 그 문제의 본질이 홍어에 있지 않다. 이문화 체험이야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권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외국인이 홍어를 먹는 그 장면을 왜 굳이 연출하려 했던가 하는 그 의도에 있다. 자연스러운 체험이라기보다는 그 장면이 주는 흥밋거리를 찾는 듯한 그 느낌. 아마도 그것이 홍어 논란을 일으킨 이유가 아닐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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