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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군더더기 없는 명품 드라마란 이런 것
기사입력 :[ 2015-01-06 10:03 ]


‘펀치’, 대본·연출·연기 뭣하나 빠지는 게 없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대본에 연출, 연기까지 빼놓을 게 없는 오랜만에 보는 삼박자(?) 드라마다.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에서 이미 필력을 인정받은 박경수 작가는 이번 <펀치>에서도 명불허전의 대본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이 흥미로운 건 작은 오브제 하나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내는 세세함과 동시에 정치나 법 같은 거대담론의 이야기까지를 한 그릇 안에 담아내는 능력 때문이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의중을 담는 장면이나, 또 칡뿌리 하나를 나눠 먹는 것으로 궁지에 몰린 이태준(조재현), 이태섭(이기영)의 형제애를 보여주는 디테일은 박경수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의 완벽함을 잘 보여준다. 박정환(김래원)이 이태준, 이태섭, 김회장을 한꺼번에 잡아넣을 수 있는 진술서를 어렵게 받아내 아이 엄마인 신하경(김아중)을 석방시키는 카드로 사용한 후, 진술서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장면은 그렇게 풀려난 신하경에게 그가 건넨 딸의 입학허가서를 그녀가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리는 장면과 중첩되면서 드라마의 멋과 맛을 살려낸다.

<추적자>나 <황금의 제국>에서 익히 봐온 것처럼 박경수 작가는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적인 이야기에 능하다. 하지만 이번 <펀치>를 보면 그가 가족드라마적인 이야기나 멜로에도 능숙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구도나 표현은 지극히 함축적이다. 하지만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대사 속에 숨겨진 의중을 담아내는 박경수 작가의 능력은 드라마를 진중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요인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 시간 안에 가족을 지켜내야 한다는 박정환의 절박함. 그 죽음 앞에서는 정의나 욕망, 선악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래서 오히려 박정환의 행보는 지극히 순수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수 작가는 이 죽음 앞에 선 박정환을 통해 현실에서 그토록 소환되곤 하는 정의나 욕망, 선악의 문제가 얼마나 소소해질 수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긴 하지만.



<펀치>는 연출에 있어서도 군더더기 없는 면모를 보여준다. 빠른 전개 속에 담겨지는 디테일한 장면들은 박경수 작가의 대본이 만들어낸 것일 테지만, 그것을 간결한 영상으로 보여주는 연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권력게임 속에서도 작품은 박정환의 고통을 적절한 거리를 두고 비춰준다. 게다가 문학적이라고 볼 수 있을 만한 장면 연출을 <펀치>는 자주 보여준다. 동생을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이태섭이 죽음 직전에 부모의 묘들을 환각처럼 보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부모의 묘가 수몰된 곳으로 자식이 뛰어내린다는 그 설정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연기는 안으로 아픔을 꾹꾹 누르며 가끔씩 그 울분이 터져 나오는 역할에 특히 강점을 보이는 김래원을 위시해, 그와 각을 세우는 조재현, 그리고 악역으로서 제대로 된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박혁권 등등 거의 모두가 미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명길, 김아중, 서지혜, 김응수, 이한위, 이기영, 장현성, 송옥숙까지 그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연기들이 가능한 건 아무래도 작품의 캐릭터가 선명하게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디테일하면서도 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대본에 그 대본을 살려내는 연출과 연기가 더해졌으니 금상첨화다. 한번 들여다보면 끝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펀치>의 매력. 그것은 이 삼박자의 조화와 균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보는 명작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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