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가족’, 갈등도 화해도 모두 가족이니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사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이 없다는 건 거짓일 것이다. KBS <용감한 가족>이 이문화 체험을 하기 위해 거주하는 톤레사프의 수상가옥의 환경은 그저 밥 한 끼 챙겨먹는 것도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더운 날씨에 밤이면 몰려드는 벌레들, 그리고 없는 살림에 쳐놓은 그물은 허탕 치기 일쑤다.

그러니 이런 공간에 함께 복작대며 부딪쳐 살아간다는 건 당연히 힘겨울 수밖에 없다. 작은 일에도 날카로워지고 게다가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 배고픔은 서럽기까지 할 것이다. 설현의 생일날 생긴 이 ‘용감한 가족’의 팽팽한 갈등은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 것인지 몰라도 그 파장은 꽤 컸다.

홧김에 심혜진이 던진 돈 봉투에 마음이 상한 이문식은 밖으로 나가버리고 이 모든 게 자기 탓인 것만 같은 첫째 딸 최정원은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 싸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모두가 노력했지만 쉽게 풀릴 수는 없었다. 특히 심혜진의 마음을 돌리려고 아들 민혁이 그녀의 편에 서서 중재를 요청했지만 그녀는 그럴 마음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상황에서 그간 투덜대기나 하고 농땡이를 피우는 것처럼 보였던 박명수가 가장 빛나는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이다. 박명수는 몇 마디 농담을 툭툭 던지는 것으로 심혜진을 웃게 만든 다음 이문식과 중재도 시켰다. 그리고 멋쩍어 하는 가족들의 분위기를 계속 웃음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사실 박명수는 이 프로그램 속에서 계란을 실수로 떨어뜨린 설현의 머리를 밀쳐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사실 때문에 논란을 겪기도 했다. 또한 2회째까지 설현이 별로 하는 일 없이 받기만 하는 듯한 모습 또한 논란으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2회 말미에 나온 심혜진이 돈 봉투를 던지는 예고편 역시 논란을 예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3회까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논란은 <용감한 가족>이 추구하는 남다른 리얼리티에서 비롯됐던 것으로 보인다. <용감한 가족>은 보통의 관찰 카메라가 논란이 될 만한 갈등요소들을 편집을 통해 들어내기 보다는 가감 없이 보여주고 또 그 갈등이 풀어지는 과정 또한 그대로 보여주는 ‘용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명수가 인터뷰를 통해 말했듯이 대충 캐릭터나 잡아서 편하게 보낸다는 건 이 리얼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비록 가상 가족이지만 함께 같은 공간을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진짜 이야기가 조금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카메라는 그것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려 한다. 그러니 갈등요소들은 보통의 가족들이 그러하듯이 이 ‘용감한 가족’이 살아가는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초반에는 어딘지 일 안하고 사고만치는 삼촌처럼 보였던 박명수는 막상 진짜 갈등 상황들이 발생하고 방송이 설정이 아닌 진짜라는 걸 알게 되면서 차츰 이 힘겨움과 관계의 어려움을 풀어내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개그맨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일 것이지만 힘겨운 현실을 비틀어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그가 이 <용감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라는 걸 그는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결국 <용감한 가족>은 유사 가족이 진짜 가족처럼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차츰 그 낯선 곳에 익숙해지고 그들이 사는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수상가옥에 살지만 그 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이들이 그 톤레사프 호수에 풍덩 뛰어들 때 그들은 이 낯선 곳에서의 이방인이 아닌 구성원으로서 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대로 낯설었던 유사 가족이 진짜 가족처럼 느껴지는 과정을 그대로 닮아있다. 그러니 이런 동화의 과정 속에서는 갈등도 화해도 모두 필요하다. 가족이니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