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 호주배낭여행편, 왜 과욕이었을까?

[서병기의 핫이슈] KBS ‘남자의 자격’의 배낭여행편은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떨어진다. 점점 과욕이 되어가고 있다. ‘남격’에서 10일간의 호주배낭여행은 엄청난 기획이다. 서호주아웃백(Outback 광대한 사막 오지)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행객에게는 대단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별로 재미가 없다. 사막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호주 배낭여행편은 ‘남자의 자격’의 성격과 맞지 않는 기획이다. 배낭여행이라기보다는 자동차로 가는 오지체험이라 할 수 있는 서호주배낭여행은 9박10일 일정으로도 충분치 않다. 원래 스몰 사이즈를 지향하는 ‘남격’ 최대의 라즈 사이즈, XL 사이즈라 할 수 있다.

주로 중년 남자들의 소소한 일상과 체험 등으로 꾸려온 ‘남격’이 유럽배낭여행은 더욱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호주의 오지를 선택했다. 하지만 ‘특집’이라는 이름을 달고도 스케일이 너무 컸다. 지리산 종주 특집 정도가 ‘남격’에 딱 어울린다. 호주 아웃백 여행은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기보다는 ‘남자가 죽기 전에 하면 엄청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목록이다.

그렇다 해도 보여줄 게 많거나, 감동을 줄만하면 그 곳에 가야할 명분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지의 화면보여주기와 정보제공 차원에서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는 게 휠씬 낫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캥거루와 소떼를 만나는 것은 처음에는 놀랍고 신기한 일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별 감흥이 없다.

게다가 기억에 남을만한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4주간 방송된 현재까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이경규와 김국진이 대판 싸운 것과 김국진이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분실한 것 정도다. 이경규를 이렇게 활용못하기도 힘들 정도다.

여행이란 예기치 못하는 상황을 만나 얻게되는 체험이 묘미다. 그래서 우리는 불편해도 판에 박힌 일상생활을 벗어나 기꺼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일상과 다른 낯선 여행지에서의 느낌과 경험은 이후 삶의 활력소요 에너지가 된다.

그러니 ‘남격’ 배낭여행편도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열려있어야 한다. 제작진은 과정만 약간 제시할 뿐 결과는 누구도 모르는 식이어야 한다. 하지만 ‘남격’ 배낭여행편은 이미 결과가 그려진다. 그래서 감동이 약하다. ‘자뻑’밖에 안된다.

낮에는 광활한 비포장도로를 흙 먼지를 날리며 열심히 달린다. 한두차례 차바퀴가 진흙속에 빠져 이를 빼내느라 곤혹을 치른다. 그리고 칠흑같은 어둠이 오면 야영장 또는 펜션형 모텔에 들어간다. 이 기본 일정 외에 보여준 게 별로 없다.  



물론 야영지에서 전직 소방관인 호주인을 만나 안되는 영어로 대화하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고, 10대 현지 여자 아이를 만나 김태원팀과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또 카리지니 협곡 트레킹을 통해 시청자에게 비경(秘境)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는 서호주 여행 패키지상품의 옵션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좁은 차안에서 앉아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야깃거리가 적다보니 협곡트레킹에서 암벽을 타며 양준혁과 여성 VJ를 맺어주려는 것 같았다. 그나마 이경규 김국진 전현무 윤형빈팀보다는 김태원 양준혁 이윤석팀이 야영지에서 노래를 만드는 등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남격’ 멤버들은 호주 배낭여행을 통해 뿌듯한 경험을 하고 좋은 기운을 얻어올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색다른 체험이 시청자에게까지 전달돼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남자의 자격’은 싫든 좋든 ‘나는 가수다’와 경쟁해야 한다. 재미도 감동도 없고 예산만 많이 드는 호주배낭여행편으로는 ‘나가수’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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