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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한국의 유별난 관심, 그만큼의 의심
기사입력 :[ 2015-04-23 16:07 ]


‘어벤져스2’, 지금까지 이런 잡탕은 없었다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반(反)▲.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영화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른다. 예매율 94%라니 경이적이다. 전작 <어벤져스>(2012)는 2억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1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할리우드 역대 흥행 3위에 올랐었다.

속편은 마블 역사상 최고인 2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고, 캐릭터와 로케이션도 더 다채로워졌다니, 얼마나 환상적인 재미를 줄 것인가. 한국관객의 입장에서 기대는 더욱 각별하다. 작년 봄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한국 로케이션이 진행됐다. 당시 천문학적인 경제효과를 운운하며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서 촬영된 장면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배우 수현도 출연한다니,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수밖에.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결과는 소소(So So)이다. 일단 영화 속 서울의 모습은 국내 관객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영화자체도 그다지 환상적이지 않다. 캐릭터의 이질성과 액션의 물량 공세가 강화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서사에 몰입되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인물들의 관계가 쓸데없이 복잡한데다, 악역이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라 매력이 없다. 요컨대 억지스러운 악역에 의해 펼쳐지는 대립이 아무리 호화찬란한들 긴장이 느껴지질 않는 것이다.

◆ ‘중2병’스러운, 혹은 ‘쏘우’스러운 개똥철학자 악역

<어벤져스2>는 원래 잡탕이었던 <어벤져스>의 잡스러움을 한층 강화시켰다. ‘슈퍼 특공대’가 ‘슈퍼 슈퍼 특공대’가 된 셈이랄까. 그 중에서 전작의 주요 인물이었던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의 활약이 줄어든 대신, 비주류였던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등의 기용도가 높아 졌다. 여기에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2014)에 등장했고,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2014)의 쿠키 영상에 등장했던 초능력 남매도 보태진다. 빠른 사나이 퀵 실버와 염력을 사용하는 스칼렛 위치의 비중은 상당히 높다. 특히 스칼렛 위치는 이질적인 매력을 뽐낸다.



스칼렛 위치는 많은 캐릭터들과 갈등을 일으키는데, 그의 염력에 자극받은 헐크가 난동을 일으킨다. 헐크는 브루스 배너 박사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변신하는 녹색괴물로,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파괴적으로 날뛴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들도 희생된다. 이러한 헐크를 막기 위해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개발한 새 슈트를 입고 헐크 버스터로 변신하여 헐크와 맞서는데, 헐크와 헐크 버스터가 맞붙는 액션 장면은 요하네스버그의 도심파괴와 더불어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의 초반에 잘난 척 심하고 입이 거친 아이언 맨은 바른생활 사나이 캡틴 아메리카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스칼렛 위치 남매는 초반에는 어벤져스와 맞서다가 영화의 중반을 넘기고서야 어벤져스와 같은 편이 되어 싸운다. 이처럼 <어벤져스2>에는 이질적인 캐릭터들이 난무하는데다 자기들끼리 대립하는 장면들이 많다. 이렇다보니 <어벤져스>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대체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몰라 혼란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유일한 악역인 울트론은 영화가 시작된 지 한참 만에 등장하는데다, 존재감도 약하다.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오류에 의해 자신만의 사고를 갖게 된다. 악역인 울트론이 토니 스타크의 피조물이란 사실은 ‘악마도 하느님의 피조물’이요, 일종의 ‘타락한 천사’로 보는 중세 신학의 세계관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 많고 이질적인 영웅들 속에서, 탄생부터 종속적인 울트론의 악마성은 별로 강렬해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그도 ‘원 오브 뎀(one of them)’ 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즉 여러 이질적인 캐릭터들 중 하나일 뿐, 독보적인 악역의 카리스마가 없다. 울트론은 자신을 무한 복제하고 스스로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을 지녔으며,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지닌다. 그러나 고유한 악마성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섬뜩함이나 대결의 긴장이 느껴지질 않는다.



모든 정보를 흡수한 울트론이 갈등의 최종원인이 인류임을 깨닫고, 평화를 위해 모든 인류를 제거해야 된다고 믿는 설정은 나름 흥미롭다. 이는 인간존재에 대한 깊은 회의와 냉소를 담은 설정이지만, 영화는 그러한 회의론을 깊이 있게 펼쳐놓지 못한다. 가령 <지구를 지켜라!>가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독한 성찰의 과정을 생략한 채, 한 줄짜리 회의론을 읊조리며 심각한 척 인류파괴에 나서는 것은 ‘중2병’ 스럽거나 ‘쏘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난감함은 울트론이 셰익스피어 풍의 독백을 읊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된다.

◆ 별 생각 없다. 그래서 별 재미도 없다

<캡틴 아메리카2 : 윈터 솔저>(2014)는 다른 마블 시리즈에서 잠깐씩 언급되었던 ‘쉴드’를 자세히 보여줬다. ‘쉴드’(전략적 국토 개입 및 집행 병참국)는 ‘어벤져스’들을 관리하는 기구로, 초대형 군사작전기지와 세계평화위원회가 혼융되어 있다. ‘쉴드’는 세계안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보를 취합해 전 세계에서 선별된 2천만 명의 위험인물들을 일시에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려다가 캡틴 아메리카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다. 이는 제국권력을 행사하는 현재의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즘과 맞서 싸우며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비판하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어벤져스2>에서 ‘쉴드’는 소리 소문 없이 복원되어 있다.



또한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만든 울트론에 의해 인류가 위험에 빠지는 것에 대해 충분히 반성하지 않는다. 그는 동료들이 죽는 환각을 겪은 후, 울트론을 개발하다가 프로그램 오류로 악당을 만드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는 “윤리도 제도도 듣기 싫어. 안전한 세상을 위해 울트론은 필요해”라는 우격다짐과 “잠깐만 연구에 쓰겠다”며 로키의 창을 가져가는 식으로 굴다가 사단을 낸다. 영화는 토니 스타크의 독단과 경솔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 토니 스타크는 또다시 울트론에 맞설 인공지능 ‘비전’을 개발하겠다고 나서다가 “시작되지도 않은 전쟁을 이기려고 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동료들의 만류에 부딪힌다. 결국 ‘비전’으로 인해 영화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어벤져스2>는 토니 스타크의 행동을 충분히 숙고하지 않음으로써, 있지도 않은 적에 대한 방어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예방조치들(가령 테러방지법이나 미사일 방어체계 등)의 문제점을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 방어수단을 만드는 것이 옳은지,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일인지 숙고해야 되지만, 영화는 옥신각신을 보여줄 뿐 사고의 진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벤져스2>에서 서울 장면은 영화의 70%가 지난 시점부터 등장한다. 상암동의 MBC신사옥과 강남대로, 마포대교 등이 나오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다. 새빛 둥둥섬 정도가 약간 특이해 보일 뿐, 전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빌딩과 도로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니까 거기가 한국인줄 알지, 외국 사람이 보았을 때 특별해 보일만한 요소는 없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글 간판이 보이고, 한국말이 들리는 것이 이채로울 때는 이제 지나지 않았을까.

<어벤져스2>는 미국과 한국 뿐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전 세계 23개 지역의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이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찍은 이유로 제작진은 “어벤져스를 미국의 히어로가 아닌 국제적인 존재로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게 아니었을까. 즉 영화의 촬영지가 된 많은 나라의 관객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표심을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지금 한국에서 쏟아내는 과열된 관심과 표심을 보면, 그러한 의심이 더욱 굳어진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어벤져스 2>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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