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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사시’, 하지원답지 않게 삐걱거리는 면이 있다
기사입력 :[ 2015-07-12 15:48 ]


‘너사시’ 하지원, 반음 올린 귀여움 그 이상이 필요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어느덧 서른도 훌쩍 넘긴 지금 오히려 난 열일곱 살의 나를 스무 살의 나를 자꾸만 돌아본다.”(오하나)

제작진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의 첫 장면은 배우 하지원의 캐릭터에 대해 반추하게끔 만들어준다. <너를 사랑한 시간>의 첫 장면은 업무를 끝낸 슈즈 마케팅 팀장 오하나(하지원)가 금색 하이힐에서 운동화로 갈아 신는 장면이다. 그녀는 오피스룩에 운동화 차림으로 혼자 도시의 밤거리를 걷는다. 이때 건물 상가의 전광판에 불빛이 켜지면서 광고모델의 얼굴이 잡히는데, 그 모델은 배우 신은경이다. 그리고 밤거리를 걷는 그녀의 표정은 말이 없고 쓸쓸하다.

이 첫 장면에서 오하나와 다른 하지만 대중들이 기억하는 드라마 속 하지원의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스쳐간다. 그 인물들은 금색의 하이힐처럼 화려하지만 무겁거나(황진이), 하이힐보다 재빠르게 달리는 운동화가 어울리거나(길라임), 신은경이 과거에 연기했던 인물들처럼 액션이 강해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인다(채옥). 그리고 이 인물들의 내면은 대부분 발랄하기보다 밤거리처럼 어둡고 쓸쓸하고 고독하다. 그들의 목소리는 살짝 낮고, 조용하고,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정작 <너사시>의 여주인공 오하나는 하지원의 대표작처럼 반음 내린 분위기의 인물은 아니다. <너사시>는 색감이나 의상부터가 하지원이 출연한 역대 드라마 중 가장 파스텔톤에 가깝지 않나 싶다. 여주인공 오하나 역시 반음 올린 목소리와 삶의 태도를 지닌 인물로 드라마에서 묘사된다. 과거 하지원의 성공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그늘을 감추려 씩씩하게 굴었다면 오하나의 경우는 그늘이 없어 밝아 보인다고 할까?



물론 <너사시> 속 오나하의 밝음이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간 배우 하지원이 연기한 캐릭터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지원의 경우는 소소한 인물의 감정이나 내면의 흐름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연기하는 배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배우의 매력으로 극 속의 인물을 잡아먹는 타입도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들의 캐릭터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걸 잘 표현해 주는 배우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하지원의 연기는 지금 현재의 일상적인 시간보다 과거의 시간이나 오히려 판타지의 시간에서 더 현실감을 얻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과거 하지원이 보여준 평범한 인물들은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았다. 특히 영화에서 보여준 몇몇 발랄하거나 그저 사랑스러운 여자애들 인물들이 그러했다. 영화의 흥행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존재감 자체가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물론 그녀의 연기에서 이질적인 인물도 하나 있는데 바로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수정(하지원)이 그렇다. 정재민(조인성)과 강인욱(소지섭) 사이에서 오가는 이수정은 종잡을 수 없지만 제일 현실적인 이십대 여자아이 캐릭터에 가깝다. 이수정은 답답한 현실을 위장하기 위해 발랄함을 연기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 수 없어 헤매는 그런 인물이기도하다. 이 애매모호한 지점을 이십대의 하지원은 이십대의 방식으로 적절하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너사시>의 삼십대 오하나는 이십대의 이수정처럼 그렇게 현실적인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성공한 골드미스에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이 늘 옆에 있고 새롭게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 인물은 로맨틱코미디 판타지형 여주인공에 가깝다. 하지만 <너사시>의 오하나라는 판타지가 현실감을 지니려면 오히려 반음 올린 귀여움만으로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인물로 음정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이 지점에서 하지원은 처음 하이힐을 신고 걷는 걸음처럼 무언가 삐걱거리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너사시>는 배우 하지원에게는 꽤 흥미로운 카드이기는 할 것 같다. 모든 스타급 여배우들이 한번쯤 맡았을 법한 유형의 캐릭터지만 의외로 하지원에게는 이런 캐릭터가 처음 아닌가 싶다. 이 오하나란 인물이 품은 매력만 제대로 그려낸다면 하지원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폭도, 대중들이 생각하는 그녀가 지닌 이미지의 영역도 꽤 넓어지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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