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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10%의 의미
기사입력 :[ 2015-07-21 16:41 ]


‘상류사회’, 삼류사회에서 그려지는 사랑이란 복잡한 감정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의 첫 회에서 여주인공 장윤하(유이)는 자신의 가족인 재벌가 태진그룹 사람들을 보며 홀로 생각에 잠긴다.

“인생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90%라고 한다. 나는 10%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장윤하)

이어 돈에 의해 타락하고, 인생의 중심이 돈이며, 돈으로 쉽게 사람을 움직이는 세계의 중심에서 살아온 여주인공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숫자는 돈이 아니라 인간에게 적용될 때 항상 거짓말을 한다.” (장윤하)

<상류사회>는 언뜻 상류사회를 비꼬는 드라마처럼 보일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보다는 가난하건 부유하건 간에 상관없이 인간이 지니는 알 수 없는 것들 10%에 대해 말한다. 그 10%는 인생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놓치고 싶지 않은 절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 10%의 알 수 없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란 감정이다.

그런데 이 사랑 또한 어쩌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까? 그렇다면 사랑을 과연 순수한 감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상류사회>는 그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물고 늘어지는 드라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태진그룹의 막내딸인 장윤하가 있다.

윤하는 태진그룹 일가의 네 자녀 중에서도 유달리 독특한 아이다. 태진그룹에서 태진제약을 맡고 있는 맏딸 장예원은 지극히 냉철한 야심가다. 반면 셋째 딸인 장소현(유소영)은 자기 밖에 모르는 SNS 중독 나르시시스트에 감정적인 인물이다. 이들과 달리 기업의 부회장인 둘째아들 장경준(이상우)은 다른 재벌가 사람들과 다르게 인간적이면서도 젠틀한 분위기까지 갖추고 있다. 여주인공 윤하가 가장 따르고 믿는 인물이 이 오빠 경준이기도하다.



태진그룹의 막내딸 윤하는 어릴 때부터 친어머니의 미움을 대놓고 받고 자란 탓일까? 그녀는 약간의 애정결핍 증상과 더불어 자신이 속한 상류층의 세계에서 어떤 소속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녀가 가장 따르는 오빠 경준을 포함 다른 자매들은 각각 성격이 다르지만 상류층의 세계에 익숙한 가치관과 윤리관을 지니고 있다. 반면 윤하는 그 세계 너머 다른 세계로의 탈주를 꿈꾸는 여주인공이다. 체험 삶의 현장을 위해 그녀는 신분을 숨기고 유민 백화점 푸드코너의 알바로 일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사회의 쓴맛만이 아니라 자신이 꿈꾼 살아 있는 삶의 달콤함도 맛본다. 윤하에게 그 달콤함의 증거는 사람 혹은 사랑으로 다가온다.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면서 그녀는 같은 알바생 이지이(임지연)와 단짝이 된다. 비록 고졸에 가난한 집 출신이지만 윤하가 보기에 지이는 누구보다 맑은 마음을 지녔으며 그가 속한 세계의 뼛속까지 속물스러운 인간들과 다르다.

“윤하야,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뭔지 알아? 망가지지 않고 살아온 방법이 뭔지 알아? 돈 걱정. 우리 엄마 아빠 이혼한 이후로는 항상 돈 걱정 한 것 같아. 당장 돈이 없어서. 돈을 마련해야 돼서. 여기서 걱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현실이야. (중략) 윤하야, 현실은 강하다. 돈보다.” (이지이)



또한 처음으로 자신의 배경을 모르고 다가온 남자 최준기(성준)와는 사랑에 빠진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르던 오빠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절망에 빠진 윤하에게 순수한 사랑은 위로이자 의지처가 된다. 그런데 준기(성준)의 사랑은 윤하의 상상과 달리 순수한 것이 아닌 목적지향적 접근이란 것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가난한 집안이지만 지혜로운 어머니와 능력 없이 착하기만 한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준기는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다. 가난한 부모는 사랑 때문에 서로를 다독이며 살지만 준기의 눈에 그 삶은 답답해 보이기만 한다. 준기는 부모와 다른 상류사회로의 진출을 위해 자신의 고교동창인 유민그룹의 후계자 유창수(박형식)를 사다리로 삼는다. 반면 창수는 윤하처럼 역시나 준기를 순수한 우정으로 대한다.

드라마 <상류사회>는 준기의 사랑과 우정이 일종의 혼테크와 상류사회 진출을 위한 목적이란 것이 드러나면서 비틀리기 시작한다. 순수하고 믿을만한 녀석이었던 준기의 속내에 윤하와 창수는 그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돈과 욕망과 재력이 삶의 중심인 상류사회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착함과 성실함과 순수함을 요구하는 건 좀 우스꽝스러운 건 아닐까? 어쩌면 그들이 바라는 준기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그들이 이상적으로 바라는 준기의 가면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상류사회>에서 준기가 창수에게 자신의 속내를 고백하는 순간은 드라마의 주제와도 어쩌면 맞닿아 있는 장면이다.

“내가 원하는 건 이인자야. 나한테는 일인자가 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어. 그래서 널 선택했어.” (최준기)
(중략)
“너 꽤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힘 있는 사람한테 빌붙어서 이득 보려는 싸구려였어.” (유창수)
“그런 걸 사회생활에선 인맥쌓기라고 하지. 너도 재벌 3세 모임에도 나가고 젊은 경영인들 모임에도 나가잖아. 같은 거야. 근데 내가 하면 싸구려고 네가 하면 경영수업이지.” (최준기)
(중략)
“함께 가자고 했을 텐데. (중략)내가 너에 대한 배신감이 얼마나 큰지 알아?” (유창수)
“넌 네가 원하면 사람마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선민의식 있으니까. 넌 내 마음 못 가져. 네 계급의식 용납할 수 없어.”(최준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드라마 속 준기는 의도적으로 접근한 윤하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상류사회의 표본이라고 생각한 재벌가의 막내딸이 지닌 의외의 순수함과 건강함에 준기 스스로가 빠져든 것이다. 하지만 준기가 윤하에게 느낀 이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타인들은 쉽게 믿지 않는다. 심지어 준기와 연인이었던 윤하마저도 마찬가지다.

사실 상류사회인 듯 포장된 현실의 삼류사회에서 사랑은 늘 의심받기 쉬운 감정이다. 숫자는 돈이 아니라 사람에게 적용될 때 항상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사랑은 사실 거짓말과 참말이 늘 애매하게 섞여 있기에 사람들은 순수한 사랑에 목을 맨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 자체가 모두 거짓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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