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링캠프'의 성공 방정식은?

[서병기의 트렌드] 토크쇼에서 폭로와 독설이 주목받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피로도도 만만치 않다.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나친 경쟁과 승자독식 구조, 독설심사평 속에 편하게 보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예능, 특히 토크쇼는 없어지지 않는다. 조금씩 포맷과 컨셉이 바뀌며 진화해나갈 뿐이다. 토크쇼는 인간과 인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인데 세상이 존재하는 한 그것이 사라질 리는 없다.

요즘 토크쇼는 스타급을 데려온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 스타의 신변잡기식 이야기는 이제 별 의미가 없다. 스타성이 조금 떨어지는 게스트라도 진솔한 이야기가 공감을 얻으면 충분히 성공한다.

‘승승장구’가 요즘 주목 받는 건 A급 스타를 초청한 덕분이 아니다. 오히려 김청, 이혜영 등 아침 주부 대상 토크쇼에 나오는 게스트도 나온다. 에드워드 권이나 안내상, 김정운 교수, 정진영, 김정태 등이 나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주면서 분위기가 훈훈했을 때 효과가 컸다. ‘무릎팍도사’ 강호동의 공격성이 약화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자극적인 이야기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하고 이성보다는 감성을 건드리는 토크쇼가 돋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억지로 짜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울려 편하게 볼 수 있는 분위기라면 더욱 좋다. 그런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이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다.

‘힐링캠프’는 제목에 치유(힐링)를 내세웠지만 특정 병을 치료한다기보다는 탁 뜨인 공간에서 쉬면서 편안하게 내려놓고 마음을 충전하고 가라는 의미 정도를 담고 있다. 토크쇼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야 ‘+α’가 나온다.
 
‘힐링캠프’에서 낮에는 탁 트인 잔디밭을 거닐고 밤에는 텐트를 치고 모닥불 앞에 모여앉으니 게스트들도 좋아하고 편안해진다고 한다. 연예인이 방송에서 말을 하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최근 녹화를 마친 지성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분위기가 편안해서인지 생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캠핑족들이 늘어난 것은 소통이 잘 안돼 답답하고 지친 마음을 안고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편안한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살며 이웃과 가족끼리도 부족했던 대화가 대자연을 배경으로 텐트를 치면서 이뤄지는 경험을 맛본 사람은 중독될 수밖에 없다. ‘힐링캠프’나 파일럿 프로그램에 그친 ‘오 마이 텐트’는 분위기만으로도 만남과 소통이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힐링 캠프’는 아직 김영철, 김태원 두 편밖에 방송되지 않았다. 첫 회에서 배우 김영철이 위기를 맞았던 부부생활을 털어놓고 자신 위주로 살았다는 반성을 할 때만 해도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고 MC와 게스트가 완전히 교감을 이루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회에서 김태원이 나오자 캠프파이어 앞에서 살아왔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느낌이 강하게 살아났다.

물론 ‘남자의 자격’에서 형성된 MC 이경규와 김태원의 인연이 바탕이 됐지만 웃음 속에 인생의 진지함이 묻어났다. 김태원이 이경규 형에게 쓴 편지를 읽을 때는 남자간의 우정과 사랑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힐링캠프’는 MC가 게스트의 발을 씻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게스트에게는 자신에게 칭찬을 해보라고 주문한다. 이 뒤를 이어 자신을 객관적으로 알아보는 ‘이래서 좋아요&싫어요’는 토크를 끌어내는 장치다.

연예인들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 대한 듣기 좋은 소리만 들어서는 안된다. 싫어하는 소리도 듣고 쿨하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러이러해서 재수없다’는 대중의 반응에 대해 인정 또는 항변을 함으로써 자기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게 된다.

3명의 MC들은 아직 완전히 조화를 이룬 건 아니지만 의외로 조합이 괜찮다. 이경규는 게스트에 대한 트집잡기, 뒷끝이 있는 토크가 있지만 게스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장난용으로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 고참이라고 무게 잡지 않고 때로는 망가지며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경규는 ‘귀여운 중년’을 향하고 있다.

한혜진은 예능MC가 처음이지만 신선함뿐 만 아니라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똑똑하면서도 솔직하다. 무엇보다 자연에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 싫은 것은 싫다고 얘기할 수 있고, 그런 상황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착한 심성과 진심이 바탕이 돼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음이 따뜻한 김제동도 역할이 조금 더 늘어나면 진가가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힐링캠프’가 조급해하지말고 이런 분위기를 살려나간다면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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