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2 준비에 들어간 ‘댄싱 위드 더 스타’ 임연상 PD [대담]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스타와 함께 춤을! 지난 금요일(8월12일), 드디어 MBC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의 결선 무대에 오를 두 팀(김규리-김강산, 문희준-안혜상)이 결정됐다. 이제 마지막 생방송만을 남겨 놓은 상황, '댄스 스포츠'를 소재로 3개월 간 시청자들을 '춤'의 세계로 이끌었던 임연상 PD를 만나 치열했던 경연의 뒷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대담: 임연상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리: 최정은)

정석희: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영국 방송 BBC로부터 포맷을 들여와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마음대로 만들지 못해 아쉽고 불편한 점이 꽤 많을 텐데요, 매뉴얼의 분량이 어느 정도 인가요?

임연상: <댄싱 위드 더 스타>의 모든 룰(rule)과 툴(tool)은 BBC에서 주어지는 겁니다. 아주 사소한 것 하나하나, 규정을 그대로 따라야만 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심사위원들이 전자 방식으로 점수를 표기하고 있잖아요? 본래 규정은 숫자가 쓰인 패널을 드는 거였어요. 우리나라 시스템이 더 합리적이지 싶은 부분에서조차 그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웠습니다. 매주 화요일 BBC와 컨퍼런스 콜을 해왔는데요. 사실 가장 견해 차이가 심했던 건 춤 구성 부분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우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날까지의 댄스 구성표를 프로그램 출발 전에 미리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영국과 댄스 스포츠에 대한 문화 자체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조건 똑같이 따르라고 강요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댄스 스포츠가 활성화 된 상황도 아니고 파티 문화도 없는데다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또 세트라든가 프로그램 심벌, 올 라이브 연주까지 어떠한 변형도 허용되지 않았죠. 하지만 포맷을 들여와 방송을 해보고 난 후 배운 부분도 많습니다.

정덕현: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소재라서 좀더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듯합니다.

임연상: 네. 그래서 댄스 스포츠에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OST라든가 젊은 층들이 좋아할만한 힙합을 접목시켜 퓨전화 시켜 보기도 했죠. 그런데 시청률을 확인해보니 퓨전보다 정통으로 갔을 때의 시청률이 더 높더군요. 주 시청자 층은 40대 이상의 여성분들이고요. 댄스 스포츠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 신선하다는 생각으로 많이들 시청하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간접광고를 어디에도 넣지 못한다는 것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PPL을 허용하는 분위기거든요. PPL 없이 제작을 하자니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죠.

정덕현: 원래 포맷을 들여오는 프로그램들이 다 이런가요? 어느 정도는 용인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정석희: On Style 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비롯한 유명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일종의 ‘바이블’을 갖고 있더군요. MC인 이소라 씨의 말투조차 매뉴얼에 있었다고 하던데요?

임연상: 그렇습니다. 이 프로그램도 이른바 바이블이란 게 있어요.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너무도 자세한 매뉴얼을 보며 지나친 간섭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캐스팅을 하는데 스포츠 스타는 몇 명, 연예인은 몇 명, 이런 식으로 구성비까지 지정하는 거예요. 이번 멤버 구성이 바로 그 매뉴얼에 따른 겁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스타 마케팅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왜 이래야 하나, 의구심이 들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사람들이 맞았다는 생각이에요. 다 그 까닭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아이돌은 반드시 하나쯤 넣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를 넣었었죠. 그런데 사실 현아는 스케줄이 많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었어요. 춤을 제대로 추려면 일주일 동안 꼬박 연습해도 힘든데 말이죠. 아무리 천재라 해도 그 전날 급하게 익힌 안무로 무대에 올라간다는 게 가능한 일이 아니거든요. 스타 캐스팅을 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인물, 몇 달 동안 몰입이 가능한 인물을 캐스팅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정석희: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점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을 배우고 느끼셨나요?

임연상: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매뉴얼을 보며 하루라도 빨리 우리나라에도 매뉴얼 전문가들이 나와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포맷을 사왔으면 보고 배워서 우리도 팔 생각을 해야죠. 프로그램을 파는 수준에 그칠 게 아니라 로열티를 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BBC 측은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 이 프로그램을 아주 제대로 꿰뚫고 있더라고요. 애당초 BBC 측에서 그랬어요. 춤을 잘 출 것 같은 사람이 나와 잘해서는 재미가 없다고요.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장미란 선수 같은 사람이 나와 줘야 한다고 딱 집어내더라고요. 그래서 장미란, 이용대 선수 등에게 출연 의사를 타진해 봤는데 이 분들은 세계 선수권 등이 겹쳐 출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정덕현: 맞습니다. 이봉주 씨처럼 춤을 전혀 못 출 것 같은 분들이 선전 하는 모습이 감동이더군요.

정석희: 예전에는 '춤'이 주는 어감이 좋지 않았잖아요. 아직도 '춤' 하면 음지의 춤, 즉 중년의 일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김영철 씨가 왈츠를 통해 그 어둠의 느낌, 선입견을 깨준 게 반가웠습니다.

임연상: 네. 딸과 아빠의 마지막 춤이라는 스토리가 좋았습니다. 춤이 꼭 사교적인 면에 국한된 건 아니구나 하고 느끼게 된 거죠. 춤은 기술보다 감정이 더 중요함을 알게 된 겁니다.

정석희: 처음에는 캐스팅이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연상: '춤'이기에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춤을 모르는 분들이 자꾸 이상한 쪽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분들도 '춤'이라 안 하려고 하셨고요. 출연할 마음을 먹었다가도 배우자나 사귀는 분들의 반대로 결정을 번복한 경우도 있어요.

정석희: 이해가 갑니다. 장기간 한 파트너와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 배우자 입장에서는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신체 접촉은 물론 아무래도 오랜 시간 감정을 공유해야 할 테니까요.

정덕현: 젊은 사람들 쪽은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어요. 동호회도 많아졌고요. 춤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할까요? 그런데 <댄싱 위드 더 스타>를 보면 춤마다 갖고 있는 특성을 명확히 캐치하기가 어렵더군요.

정석희: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자막에 익숙한데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생방송인지라 상대적으로 자막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준비된 자막으로라도 춤에 대한 설명을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막에 대한 규정도 매뉴얼에 있나요?

임연상: 많이 고민한 부분입니다. 춤이 가진 특성을 자막을 통해 알려드리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예 오프닝에서 전문 댄서의 춤으로 정석을 보여주자는 생각도 했고요. 사실 스탠더드와 라틴, 두 종목을 다 잘하기는 어려운 일이잖아요? BBC에서는 스탠더드와 라틴을 구분해서 스탠더드를 춘 후에는 반드시 라틴을 해야 하는 룰이 있었어요. 우리도 5회까지는 번갈아 했고요. 한번 춘 종목은 다음 주에는 못 추게 했었지요. 그런데 워낙 춤이 일반화 되어 있지 않은 터라 시청자들께 매번 설명을 한다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자막으로 풀기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세미파이널 무대부터는 세 팀에게 똑 같은 주제를 주었던 겁니다. 지난 주 탱고를 보면 탱고를 잘 모르는 시청자일라도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결승은 아예 지정은 스탠더드, 프리 스타일은 라틴댄스로 하기로 했습니다.

정덕현: 일반인들로서는 저게 다 무슨 소리인가 여겨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듣기만 해도 여러모로 어려운 소재 같은데요.

임연상: 하지만 댄스 스포츠 협회 입장에서 보면 또 ‘저게 뭐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건 댄스 스포츠라기보다는 방송프로그램으로 봐 달라고 부탁했어요. 우선은 여러 사람들에게 이게 댄스 스포츠가 무엇인지, 그걸 알리는 것이 급선무이니까요.



정석희: 노출이 심하다는 비난도 있는데요. 댄스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현아의 솔로 앨범은 규제 대상이면서 왜 댄스 스포츠의 노출 의상과 동작은 용납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임연상: 댄스 스포츠에는 규정 된 복장과 헤어가 있습니다. 수영 선수들이 규정에 의해 수영복을 착용하는 것과 같지요. 그러나 그런 부분에서도 우리 프로그램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 또한 우리는 댄스 스포츠를 알리자는 생각으로 좀 더 자연스럽게 가려고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정덕현: 한국적 상황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무대 밖의 이야기, 즉 개인사와 같은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매뉴얼 때문에 그러지 못해 아쉽겠어요.

임연상: MBC가 가진 다양한 케이블 채널들을 통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 했기에 무대 밖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방송 해볼 생각도 사실 했습니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시간이 없어요. 아마추어 분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바이벌 방송이라면 합숙을 하던 뭐든 제작진의 뜻대로 할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이분들은 일단 본인들이 너무 바빠서 이야기를 만들어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 또한 아쉬운 부분이죠.(임연상 PD와의 대담은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칼럼니스트 정덕현, 정석희, 정리 : 최정은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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