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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 한국 관객들 취향 제대로 저격한 이유
기사입력 :[ 2016-07-19 17:10 ]


‘도리를 찾아서’,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을 위한 위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저는 단기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는 도리입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는 너무나 작고 깜찍하게 생긴 물고기 도리의 이런 말로 시작한다. 도리는 바로 직전 자신이 한 이야기조차 깜박 깜박 잊어버린다. 그래서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한다. 그런 도리를 부모들은 참을성 있게 대하며 한 편으로는 용기를 준다. 밖에서 놀다가 집을 찾아오는 일이 쉬울 리 없지만, 도리의 부모는 조개껍질을 표식으로 그걸 따라 오다보면 집으로 올 수 있다고 도리에게 알려준다.

너무나 작은 존재인 도리가 살고 있는 바다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넓다. 그러니 커다란 스크린에 작은 도리가 부모를 잃어버린 채 홀로 어둠 속에 있는 장면은 고스란히 그 막막함을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게다가 도리는 단기기억상실증이 아닌가. 도무지 혼자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도리는 말린을 만나 그의 자식인 니모를 함께 찾으면서 친해진다.

이 정도 되면 <도리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이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가가 대충은 이해될 것이다. 부모를 잃어버린 도리가 이번에는 말린과 니모와 함께 부모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다. 하지만 이런 소소함으로 기대감을 놓았다면 <도리를 찾아서>는 의외의 즐거움과 감동은 물론이고 어떤 삶에 대한 깨달음까지를 얻는 작품의 성과에 놀라게 될 것이다.



여정에서 도리가 만나게 되는 위장술의 대가 문어 행크와 멀리까지 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어린 시절의 친구 고래상어 데스티니, 그리고 음파 탐지 능력으로 멀리 있는 도리의 위치를 파악해내는 벨루가 고래 베일리 같은 동물친구들은 이 애니메이션이 다채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한다. 행크가 위장술을 이용해 미션을 수행하는 캐릭터로서의 긴장감과 웃음을 준다면, 짝패로 도리를 돕는 데스티니와 베일리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이 작품의 따뜻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먼 여정을 통해 도리가 부모를 찾아내는 그 과정은 대단히 감동적인 장면으로 연출된다. 하지만 이런 다소 의도된 감동보다 이 애니메이션이 좋은 건 도리라는 캐릭터에 담겨진 우리네 삶의 비의다. 단기기억상실증을 갖고 있는 도리는 그것을 장애로 여기지만 긴 여정을 통해 도리가 발견한 건 그것이 다름 아닌 그를 계속 살아가게 해준 동력이었다는 점이다. 부모가 해줬던 말 “계속 헤엄쳐”라는 말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하나씩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결국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사실 우리를 힘겹게 하는 건 막연하게 다가오는 정해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스펙을 쌓는 건 바로 그 두려운 미래 때문이 아닌가. 그래서 도리의 단기기억상실증은 이러한 우리네 현실 속에서 바라보면 하나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멀리 예측하려 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 그래서 정해진 운명이나 미래 따위는 없으며 자신이 해나가는 것들과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변수들(이를 테면 친구들 같은)이 더 흥미진진한 미래가 된다는 것을 도리의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렇게 가족을 찾아 나선 도리는 부모를 찾지만 또한 여정을 통해 또 다른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니모와 말린이 그렇고 행크와 데스티니, 베일리가 그의 새로운 가족들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지만 애초에 그가 예상한 것보다 더 큰 것들이 도리에게는 미래로 주어진다. <도리를 찾아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 앞에 서서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를 보내고 있다. 이것은 이 애니메이션이 우리네 관객들을 취향 저격한 이유다. 걱정하기 보다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도리를 찾아서>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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