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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동거’, MBC가 김구라 소원 들어주는 곳인가
기사입력 :[ 2017-05-15 10:39 ]


발칙한 ‘우리 결혼했어요’의 재탕, ‘발칙한 동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국이 최근 새로운 예능 <발칙한 동거-빈 방 있어요>를 선 보였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가장 발칙한 점은 동거가 아니라 재포장의 의지이다.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장수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를 전격 폐지하더니, 다른 한쪽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우결>과 똑같은 내용물을 재포장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내놓았다. 일종의 돌려막기인데, 이 두 프로그램 간의 설정 차이는 가상 커플을 가상 동거로 바꾼 것 이외에 없다.

<발칙한 동거>는 스타 리얼 동거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한은정의 집에 김구라가, 용감한 형제의 집에 <런닝맨>의 동기 양세찬과 전소민이, 피오의 집에 홍진영과 김신영이 들어가 며칠을 지내고, 동거를 이어갈지 새로운 동거인을 찾을지 선택하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함께 사는 것은 아니고 촬영 때문에 이틀 정도 머무르면서 서로 제시한 조건에 함께 수행하며 궁합을 알아본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 동거인들이 대거 바뀌었다. 케이윌의 집에 한은정이, 스티브J&요니P 부부의 집에 조세호와 피오가, 걸스데이 유라의 집에 김민종과 김구라가 들어갔고, 앞으로 그들의 사는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남녀의 썸에 집중하는 접근 방식, 관찰형 예능 이전 버전의 낮은 수위의 리얼리티, 누구와 함께 살게 될지 ‘깜깜이’인 상태에서 설레며 기다리고 서로의 위시리스트가 담긴 계약서에 충실하게 일상보단 이벤트에 가까운 행위들을 함께하면서 가까워졌다는 따뜻한 결말이 예고된 스토리. 이런 세 가지 측면에서 <우결>의 기시감이 짙게 드리우는데다 조세호까지 가세해 <룸메이트>의 그림자도 겹쳐진다.

<발칙한 동거>가 내세운 기획 의도는 혼자라이프가 대세가 될 정도로 사람들이 파편화되어 살아가는 이때, 사람이 사람에게 적응해가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관계와 소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함께할 때 얻을 수 있는 재미와 따뜻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의도와 달리 대부분의 관계는 연상연하, 동갑내기 또래, 나이차 많은 커플 등 남녀구도의 썸으로 이뤄지면서 내세운 방향과는 크게 상관없는 길을 가고 있다. 게다가 프로그램의 중심 내러티브가 되는 건, 김구라가 <라디오스타>에서 농담처럼 말한 1980년대생 여배우와 연애하고 싶다는 이야기의 실현이다. 김구라와 한은정, 김민종과 유라 등 이른바 나이차 많은 여성과 썸을 타는 아재의 로망을 적극 공략한다. 애초에 내세웠던 함께 살면서 벌어질 다양한 관계나 모습의 포착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이 구도는 좋게 포장하면 로망이고 판타지지만, 젠더 감성이 결여된 전형적인 사례기도 하다.

‘동거’라는 포맷을 내세운다면, 이 포맷이 지금 이 시대나 세대에게 어떤 점에서 재미가 될 수 있고, 어떤 의미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지 구체적인 고민이 있었어야 했다. 오늘날 예능에는 목적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청춘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거나, <비정상회담>이나 <윤식당>처럼 국정이나 세대를 초월한 가족을 맺어줘서 문화적인 경험을 통해 볼거리를 창출하는 편이 시청자들에게 로망이나 판타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연예인들이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그들끼리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재미를 찾겠다는 전략은 오래전에 이미 유산으로 등록된 옛날 예능 문법이다.



안타깝게도 <발칙한 동거>는 출연자들이 왜 동거를 하는지 그 이유 자체가 없다. 여기서부터 리얼리티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너무 얕고, 시청자들을 호객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은 얇아진다. 실제 동거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행위도 이벤트와 같은 방송용이 될 수밖에 없다. 함께 MBC의 금요예능 블록을 형성하는 <나 혼자 산다>와 집과 일상을 공개하는 것은 똑같고 심지어 방송 내내 ‘집이 예쁘다’, ‘감각적이다’라고 칭찬을 할 만큼 훨씬 럭셔리한 공간이 등장하지만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주지 않는 이유다. 예를 들자면 실제로 방을 구하는 연예인들끼리 동거를 시작하고, 거기에 며칠 카메라가 들어가서 찍어오는 정도의 리얼리티가 오히려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단순히 연예인들의 멋진 집과 ‘연예인들이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드릴게요’와 같은 무미건조한 접근은 한계가 너무나 크다.

한마디로 <발칙한 동거>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섬기고 있다. 유효기한 만료는 MBC 예능국 스스로도 <우결>을 폐지하면서 인정한 바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우결>의 장치들과 접근법을 그대로 재활용해서 새로운 동거 리얼리티를 시작했다는 점이 의아하다. 그냥 TV 한편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교류를 원하는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설정 속의 판타지와 로망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MBC는 이제 <우결>을 비롯한 과거와 제대로 된 이별을 해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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