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 어째서 생각만큼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신혼일기2>는 사실 나영석 사단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별로 힘이 없는 편이다. 첫 회 시청률이 그나마 3.1%(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건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신뢰감이 우선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가 방영되고 의외로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더니 2회에는 2%로 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장윤주는 시청자들에게도 이미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괜찮은 호감을 가진 톱모델이자 방송인이다. 연하지만 꽤 배려심 깊은 남편 정승민도 그 행동 하나 말 하나가 주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웃는 모습이 예쁜 귀여운 딸 리사 역시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게다가 제주도에서 그들이 지내는 집은 낙조에 산책 나가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놀라운 바다와 어촌의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다. 저런 곳이라면 단 하루라도 지내보고 싶을 정도다.

각각의 요소들을 떼어놓고 보면 <신혼일기2>에 현재 보이는 시청자들의 시큰둥함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리사를 챙겨야 하는 육아의 부담이 있지만, 부러움이 묻어나는 그 그림 같은 영상들이 줄곧 펼쳐지는데 어째서 반응은 영 신통찮을까.



그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신혼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이번 장윤주네 가족이 보여주는 것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다른 관점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이들의 신혼 속으로 쑥 들어온 ‘육아’라는 현실이다.

물론 육아 자체의 고충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공감 가는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아내가 운동을 하러 간 사이 독박육아를 하게 된 남편이 겪는 시간은 혹여나 혼자 육아를 해본 부부라면 충분히 공감 갈 내용이다. 또 외식 같은 걸 할 때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고 아이를 챙겨야 하는 고충 같은 것도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신혼일기2>가 그리고 있는 육아가 일상의 육아라기보다는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것은 실제로 제주도의 이곳이 이들이 사는 터전이 아니고 잠시 프로그램을 위해 머무는 곳이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그들은 그래서 마치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것을 ‘육아의 고충’이라고 얘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 관점은 실제로 일상에서 육아를 접하고 있는 부부에게는 공감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신혼일기> 시즌1에서 구혜선과 안재현이 지낸 곳도 그들이 실제 사는 공간이 아니라 강원도에 있는 렌트를 한 집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것이 ‘육아’ 같은 일상의 틈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혼이라는 것이 이미 경험한 이들은 알다시피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달달한 판타지가 존재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일 게다. 그러니 그들의 여행지에서의 신혼일기는 그 자체로 리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신혼일기2>가 붙여낸 육아와 여행지는 정서적 충돌을 일으킨다. 이렇게 육아 같은 예민한 문제가 진짜처럼 보이지 않게 되면, 그것은 자칫 일반인들과의 정서적 괴리를 일으키기도 한다. 저들은 저렇게 육아를 하면서도 집 앞만 나가면 기가 막힌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실제 일상의 육아에 지친 이들에게는 그것이 그저 남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출산 후 몸을 만들기 위해 갖가지 운동을 계속해왔다는 장윤주의 이야기는 그래서 대단하다고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나는 할 수 없는 박탈감 같은 뉘앙스로 다가온다.

차라리 일 때문에 육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이(그럼에도 육아로 지치기도 했을 테지만) 그것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 제주도로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런 이야기라면 조금은 수긍이 갔을 수 있다. 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의 육아 현실이 이만큼 첨예한 일이 아니라면 그나마 이해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신혼일기2>가 그 알콩달콩한 그림으로 ‘육아의 현실’을 얘기하는 건 어딘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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