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심장’을 ‘이승기쇼’로 바꿔야 하는 이유

[서병기의 핫이슈] 이승기의 예능MC 입지가 크게 넓어졌다. 강호동이 빠지면서 ‘1박2일’과 ‘강심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허당의 어벙한 면도 가지고 있으면서, 재주와 재치를 발휘해 매력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승기에 대해 시청자들도 ‘잘한다’를 연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기는 예능MC에 큰 미련이 없다. 이승기는 연기자이자 가수이며 한류스타다. 곧 5번째 음반이 출시된다. 이 말은 이승기가 예능MC를 가볍게 보고 대충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전업MC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1박2일’에서 강호동 하차 이전에 하차설을 경험했던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

이승기는 자신이 원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맡겨지면 최선을 다한다. ‘1박2일’ 단점극복 프로젝트에서 요리하는 ‘승셰프’로 변신해 나영석 PD를 보조요리사로 만들어 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해 재미를 주었다.
 
이승기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많은 장점을 지녔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은 최대의 무기다. 이승기는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시청자 투어에 참가한 한 남자는 이승기에게 “남자에게 반해보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승기에게서는 호감도라는 매력이 확실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승기는 예능MC로서 전면에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면도 있다. 최전방 슈터가 되는 것을 어색해한다는 뜻이다. 이승기에게는 슈터들(메인MC)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어시스트형 MC나 포인트 가드형 MC가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는 포지션이다.
 
이승기는 ‘1박2일’에서 어수선하고, 막나가는 분위기를 정리해주는 안정적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해야 한다. 은지원 김종민 이수근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멤버가 아니다. 이승기 입장에서는 정리형 MC는 해도 리더형 MC는 낯설어한다. 앞에서 끌고나가기 위해서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데 막내 이승기는 나이나 경력면에서 아직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말문을 닫고있었던 엄태웅이 ‘맏형’으로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이승기는 이수근과 엄태웅 등에게 토크를 패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기의 개성을 더 많이 발휘하게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1박2일’보다는 ‘강심장’이다. ‘강심장’은 강호동이 빠진 이후 게스트들이 활기를 띠고 이승기도 부드럽게 진행해 좋은 분위기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승기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이승기쇼’로 바꾸어주는 전략과 장치가 필요해보인다. 이승기는 게스트들에게 “오디오가 겹쳐도 좋으니 되도록 말을 많이 해달라”고 겸손하게 부탁했다. 말을 별로 하지 못했던 기존 게스트들이 강호동의 빈자리를 채워준다는 의도로 도와주는 건 좋지만 군웅할거 모양새로 가면 안된다. 그보다는 MC 이승기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강심장’은 게스트들의 과거 폭로와 단순 토크로 채워지는 프로그램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무릎팍도사’에서 강호동의 캐릭터가 중요했듯이 1인 MC 체제의 ‘강심장’에는 이승기의 캐릭터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배워가고 있고 노력형인 이승기가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나갈지도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헤럴드경제 기자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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