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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가수를 왜 떨게 만들었나
기사입력 :[ 2011-10-28 14:46 ]


- 예능프로그램이 선사하는 ‘재발견’의 즐거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흔히들 ‘재발견’이라고 한다. “맞아, 저런 사람이었지!”라며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 혹은 “아니, 저런 사람이었어?” 하고 놀랄 때. 날은 갑자기 을씨년스러워졌지만 지난 한 주 예능 프로그램은 유난히 풍성했고 따라서 저와 같은 감탄사를 부르는 장면들이 많아 반가웠다. 한 가지, MBC <놀러와> ‘안드로메다에서 온 스타 스페셜’ 편에 출연했던 초대 손님 셋이 줄을 지어 나란히 SBS <강심장>에도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의아하긴 했으나 두 프로그램을 마치 전편과 속편처럼 느껴지게 만든 <강심장>의 편집 덕인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고, 평소 ‘초딩’의 면모를 보여 온 은지원의 진심어린 발언 또한 재발견이지 싶다. 한 주를 달군 다양한 ‘재발견’ 중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명장면 세 컷만 뽑아보자.

우선 지난 토요일 KBS2 <불후의 명곡 2-전설을 노래하다> ‘원조 만능 엔터테이너 전영록 특집’에서 ‘하얀 밤에’를 불러 첫 우승을 차지한 홍경민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좌중을 압도한 나머지 그날의 전설 전영록 씨조차 감동하여 기립박수를 보냈을 정도였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어언 한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을 파고들던 후렴구 ‘감싸네’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다.

노래며 연주, 편곡, 모든 점에서 <나는 가수다>와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을 무대였지만 무엇보다 돋보였던 건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는 자세였다고 본다. 이젠 식상해지기까지 한 서바이벌 경연용 음악이 아닌 다양한 시도로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는 점 또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역시 홍경민이다 싶었던 폭발적인 가창력의 ‘해야’도, 잔잔한 감성의 ‘작은 연인들’도, 경쾌한 리듬의 ‘첫인상’도, 하모니카 연주가 곁들여졌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이 아니었음을’도 홍경민을 통해 재탄생 되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그의 여유 자적함은 대기실로도 이어졌다. 출연자 중 가장 연장자인데다가 다섯 번의 출연 만에 얻은 우승인지라 그간 심적 갈등이 있었지 싶건만 시종일관 재치와 웃음으로 후배들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았으니 말이다. 언젠가 알리와 경합을 펼친 후 ‘동료 가수로서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라고 극찬했던 게 기억난다. 알리가 <불후의 명곡2>가 찾아낸 보석이라면 홍경민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든든한 반석이 아닐는지.

두 번째는 SBS <강심장>에 출연해 다시금 폭발적인 끼를 펼친 연기자 윤세아. TV에서 그녀를 처음 본 건 아마 SBS <프라하의 연인>이었을 게다. 극중에서 그녀는 아름답지만 절절한 사연을 지닌 비련의 여인으로 등장했었고 얼마 뒤 SBS <시티홀>에서는 부와 명예를 고수코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차갑고 도도한 재벌가의 고명딸로 나왔었다. 그런가하면 얼마 전 종영한 MBC 아침드라마 <당신 참 예쁘다>에서도 유부남에게 속아 버림받는 미혼모 역할로 또 한 차례 눈물 바람을 한 바 있는데, 그처럼 연기자로서는 주로 그늘진 모습이거나 냉정한 표정을 보여 오던 그녀에게 이런 열정적인 끼가 감춰져 있었다니!





목격을 아니 하고서는 도무지 못 믿을 일이다. 테크노댄스야 첫 출연 때 유감없이 발휘했던 터라 그러려니 했지만 단 2주 동안 연습했다는 스포츠댄스는 감탄을 금치 못할 실력이었다. 듣자니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두 번째 시즌이 내년 초 방송될 예정이라는데 그녀라면 톱3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번엔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듀엣 무대를 펼친 김건모와 김조한. <나는 가수다>의 첫 탈락자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김건모와, 마침 그의 노래 ‘아름다운 이별’을 부르던 날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김조한이 조우해 환상의 조합을 들려줬다. MC 김국진의 요청으로 1995년 ‘별밤 잼 콘서트’ 때의 감동을 재현해 본 것인데 이들의 노래는 역시 긴장과 갈등의 연속인 경연 무대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일 때 더욱 빛을 발하지 싶다.




이처럼 훌륭한 감성과 실력을 갖춘 가수들을 우리는 굳이 왜 떨게 만들어야만 했는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순간이었고 무엇보다 웃음기 있는 김건모를 TV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좋았다. ‘라디오 스타’가 마련한 김건모를 위한 소박한 헌정 음악회, 그 어떤 화려한 무대보다 뜻 깊고 따뜻했으니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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