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이예지 PD "시청률 유혹 있지만 사람이 더 중요" [대담]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세상을 멀리 보기 위해선 망원경이 필요하나 작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면 현미경도 필요한 법,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평범한 이들의 크고 작은 고민을 현미경의 눈으로 끌어 당겨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에 나온 출연자 가족들의 끈끈한 가족애가 내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가 하면 서로의 관계 속에 얽힌 고민들을 통해 시청자 또한 위안을 얻으니 왜 아니 좋겠는가.

속 시원히 고민을 털어놓은 당사자는 물론 초대 손님과 네 명의 MC, 그리고 시청자들은 어느 새 한마음 한 뜻으로 부모의 마음이 되고, 자식의 마음이 되고, 또한 너와 내가 된다. 기존의 스타 중심 토크쇼와는 반대되는 시선으로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가는 이예지 PD에게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제작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대담: 이예지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열심히 만들어도 반응이 통 오지 않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어느새 타 프로그램과 시청률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해야 되나요?

이예지: 물론 최근 시청률이 올라서 기분이 좋지만 우리 프로그램을 의미 있게 봐주는 시선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고 시청자들도 고민에 동참해주시는 분위기라서, 그 점에 더 보람을 느낍니다. 아기 목소리 때문에 고민이었던 한 여성 출연자는 이 프로그램 이후 성격도 밝아지고 들어온 수술 제안을 오히려 사양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요. 고민을 털어 놓는 순간,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나 봅니다. 이런 후일담들을 전해 들으면 힘이 나죠.

정덕현: 일반인을 초대해서 사연을 듣는 프로그램이라 그에 따른 어려움이 많죠? 동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들과 비교해봤을 때 비연예인 대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예지: 초기에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아예 관심들을 두시지 않았고, 사내에선 밤 11시 골든타임에 부적합하다는 의견까지 있었어요. 일반인의 사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죠. 아무리 보도 자료를 내보내도 기사화 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제작진도 MC들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작진이 줄곧 염두에 두고 진행해온 부분은 시청률이 아니라 ‘사람’과 ‘진심’이었어요. 자칫 우리가 범할 수 있는 사소한 실수들이 출연자들께 누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 내부적으로 있었어요. 저희 프로그램에는 문은애라는 연륜이 있는 작가님이 계신데요. 경험이 많으신 만큼 늘 엄격하게 조율을 잘 해주세요. 솔직히 시청률 때문에 유혹에 흔들렸던 적도 있었지만 중심을 잃지 않도록 다잡아 주셨습니다. 그런 진심이 시청자들과 통했지 싶어요.

정석희: 그러나 일반인이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초기에 홍보 때문이긴 해도 아이돌이며 스타급 연예인들이 많이들 나왔잖아요? 그래도 관심을 끌어내지는 못했죠. 그보다는 오히려 포맷을 바꿔 연승제로 가면서부터 뭔가 짜임새가 있어졌다고 봐요. 말씀하셨듯이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풀어갈 방법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게스트로 성시경 씨가 나왔던 시점인데요. 방청객과 MC, 초대 손님이 호흡을 맞춰 함께 만들어가는 그림이어서 좋았습니다. 방청객이 그저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느낌이 오니까 시청자도 한편이 되어 몰입하게 되고 비로소 공감대가 확실해진 거죠.



이예지 : 그렇습니다. 계속 흔들리는 와중에 자리를 찾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성시경 씨가 나왔던 게 9월 중순이었는데 그전에 ‘옹달샘’이 게스트였던 적이 있어요. 아마 8월? 그때 '페이트짱' 좋아하는 '오덕후'에게 유세윤 씨가 했던 말이 기억나요. 일본에 가면 당신 같은 사람 많다면서, 이상한 게 아니라고, '페이트짱' 쟤가 오히려 문어발이라는 식으로, 유머로 풀어줬었죠. '옹달샘'이 새로운 토크 방식을, 우리가 가야할 길을 그때 보여준 거예요. 제가 엔딩 멘트를 살렸던 초대 손님이 유세윤 씨와 성시경 씨인데요. 유세윤 씨는 자신은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요즘 고민하고 있다고 했고요, 성시경 씨는 사람들이 모든 사람의 고민을 펼쳐 놓으면 모두 자기 고민만 뽑아간다는 마음에 남는 얘길 해줬어요. 확실히 라디오로 많은 사연을 접해본 분들이 누군가의 고민을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정덕현: 아무래도 관객이나 대중들과 자주 소통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라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끌어가는 게 아니라 주고받고 하는 게 '개콘'을 했던 유세윤 씨나 라디오를 한 성시경 씨 같은 분들에게는 더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이 포맷은 어떻게 기획이 된 건가요?

이예지: 제가 이 프로그램이 이른바 ‘입봉’이고요. 이 프로그램 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조연출을 하고 있을 적에 게스트로 나온 컬투와 만났는데요.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봤을 때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재미가 있는 거예요. 관객이 존재할 때 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엄마께서 <전국 노래자랑> 열혈 팬이시거든요. 저희 엄마 걱정은 송해 아저씨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그거에요.(웃음) 당시 컬투에게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전국 노래자랑> MC를 하고 싶다고 답하더라고요. 저희 회사가 봄가을로 제안서를 내야 되요. 그래서 ‘컬투 플러스 전국 노래자랑, 컬투가 토크쇼를 한다면?’이라는 여백이 많은 제안서를 냈는데 우연찮게 채택이 됐습니다. 하지만 컬투만 가지고 황금시간대를 이끄는 건 모험이라는 주변의 의견이 있는지라,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일반인을 누구보다 잘 아우르는 신동엽 씨와 이영자 씨를 찾게 됐죠.



정석희: 처음 MC 구성을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예전에 SBS <대결 8대1>에서 신동엽 씨와 컬투가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좋은 조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거든요. 물론 신동엽 씨와 이영자 씨는 자타가 인정할 환상의 짝꿍이지만요.

이예지: 처음에는 서로들 어려워해서인지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누가 뭐래도 진행으로는 탑인 신동엽 씨와 공연이나 DJ 쪽으로는 최고인 컬투, 그리고 이영자 씨도 쇼 MC 경력이 만만치 않고, 이렇게 나이며 기수, 학교 선후배 관계 등 여러모로 오묘한 사이도 보기 드물어요. 한 마디로 어느 한 구석도 높낮이가 없이 수평 구조로 이루어진 MC들인 거예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서로 조심하는 부분들이 조합이 되고 팀워크가 된 것 같더라고요. 영자 언니에겐 제작진 입장에서 특별히 고마운 마음입니다. 솔직히 현장에서 진행 PD가 할 허드렛일을 언니가 도맡아 해주시거든요. 스스로를 던져가며 방청객들과 화합하는 이영자 씨와 그런 이영자 씨가 던지는 소스들을 얄미울 정도로 잘 활용하는 신동엽, 그리고 방청객을 쥐락펴락할 줄 아는 컬투가 서로 보완이 잘 됐지 싶어요. 남자 셋이 영자 언니를 막 약 올리다가 결국에는 언니한테 모두 두들겨 맞는. 그런 조합이 웃기지 않나요?

정덕현: MC들이 서로를 너무 배려하면 좀 밋밋하게 느껴지죠. 부딪히는 부분이 있어줘야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요?

이예지: 그래서 저는 항상 MC들에게 진행자가 아닌 플레이어가 되길 바란다고 해요. 게임에서 캐릭터와 같은 역할인거죠. 예를 들면 깐족거리는 신동엽 캐릭터와 미욱한 정찬우 캐릭터 같은 거요. 그래서 시트콤 같은 상황이 더 자주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합니다. 그리고 항상 더 친해지시길 권하죠.(웃음)
(이예지 PD와의 대담은 2편으로 계속 됩니다)


대담 : 이예지 PD,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그림 : 정주연 기자
사진 : 정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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