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이와 이영자 이을 다음 타자로 손색 없는 김신영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송은이, 이영자 등이 여성 예능인의 도약이 눈에 띈다. 한때 송은이가 김숙과 함께 방송계에는 여성 예능인의 자리가 없다며 팟캐스트를 스스로 만들었던 때와 비교해보면 바라보는 시선이나 위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어떤 바람을 타고 나타났다고 하기엔 이미 유명한 베테랑인데다, 자신만의 확고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관찰 예능의 시대, 공감형 예능이 대세인 시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거다.

송은이는 회를 돋보이게 하는 천사채나 무채처럼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 각종 콘텐츠를 기획한다. 자신의 최고 히트작이 한방에 사라진 상황에서도 제작자로서 셀럽파이브를 비롯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영자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가 시청자들에게 재발견됐다. 그 특유의 맛깔나게 만드는 몸짓과 말투, 그리고 다년간 축적된 해박한 지식은 오늘날 미식이란 일상 콘텐츠와 만나면서 다시 한 번 뜨겁게 사랑받는 중이다.

셀럽파이브를 조직한 김신영은 이런 활약을 이어받을 다음 주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은 여성 예능인이다. 박미선으로 상징되는 사이드에서 활약해야만 하는 보조적인 여성 MC랑은 역할 상 거리가 멀고, 외모를 앞세운 단조로운 캐릭터로 부름을 받는 예능 선수도 아니다. 2000년대 초반 행님아로 크게 인기를 끌던 신인 시절부터 <세바퀴> 등에서 활약한 구력이 있는데다 <정오의 희망곡>이란 자기만의 확실한 터전까지 갖고 있다. 주가가 한순간 높아진다고 해도 한때의 바람으로 끝나거나 기복을 탈 상황이 아니다.



특히 김신영의 활약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자신만의 영역에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정오의 희망곡>을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부활시켰고,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활동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공개 코미디 출신다운 에너지와 예능 파이터 강호동을 감복시킨 언제 어디서나 웃음을 창출할 수 있는 개인기(에피소드)를 갖춘 A급 예능 선수인 동시에 아이돌과의 친분과 협업, 1990년대 얄개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가요 지식과 복고라는 확고한 콘텐츠 기반과 무대를 갖고 있는 연기자 겸 해당 분야 혹은 커뮤니티의 리더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두 선배들과의 가장 큰 공통점이며, 그간 여성 연예인들이 가졌던 상황과는 다른 역할과 입지다.

어린 시절 HOT 팬클럽 출신인 김신영은 20대 초반의 아이돌들과도 쉽게 잘 어울린다. 아이돌 문화에 해박할 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어려움이 클 아이돌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품이 넉넉한 덕이다. 신인 아이돌들이 노래를 조금 못해도 따뜻하게 감싸주고, 어떻게든 대중에게 잘 알릴 수 있도록 스피커 역할을 자처한다. 맏언니 같은 김신영과 이를 따르는 아이돌 후배들 사이의 관계와 역할은 최근 방송활동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주말 <아는 형님>에서는 예능 소화력이 떨어지는 설현과 지민 등 친한 동생들의 복귀를 돕기 위해 나섰고 다음 주 <베틀트립>에선 오마이걸 미미와 함께한다. 어린 동생들과 함께할 때 좋은 시너지가 나오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김신영이 빈집이 된 <주간아이돌>의 새 MC로 발탁된 건 그래서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신영의 콘텐츠를 지탱하는 또 다른 한 축은 일상성이 중요한 요즘 예능이 목말라 하는 삶의 경험이다. TV예능만큼 버라이어티한 <정오의 희망곡>에서 김신영은 유쾌한데다 해박한 면모까지 보여준다. 유도부, 중국집 오빠의 고백, DJ 에피소드 등등 화수분처럼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만큼 놀라운 것이 1990년대 얄개들을 삶을 복원해내는 기억력이다. 나비, 이지혜 등과 함께하는 ‘추억의 TOP20’를 듣고 있다 보면 당시 가요의 가사나 가수의 정보는 분위기는 물론, 어린 시절 오디를 따러 다니던 이야기나 팬덤 문화 등 당시 분위기를 AI수준으로 끄집어낸다.

김신영의 말투를 빌려 ‘거기까지 말씀드리겠지만’ 김신영은 단순히 웃기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추고 이를 통해 결과를 보여준 정말 몇 안 되는 예능인인 동시에 새로운 버전을 기대하게 하는 앞으로의 행보가 가장 궁금한 여성 예능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MBC 에브리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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