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연예인이 물의를 일으키면 자신이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DJ DOC의 이하늘은 예능에서 한 발언이 법정고소 사태로 이어지자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물론 음주운전을 하고도 드라마에서 하차하지 않는 배우도 있고 탈세 논란에도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계속 출연하는 가수도 있다. 프로그램 하차 여부는 사건사고의 종류, 물의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한다. 하지만 큰 파장이 예상되는 사고를 일으킨 주인이라면 자신을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내게 되는 공적 매체에서 사라지는 게 대중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먼저, 더 재빨리 취해야 하는 조치가 있다. 바로 자신이 등장하는 CF를 중단시키는 일이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광고주, 또는 광고주의 역할을 대행하는 광고대행사에서 취하는 조치다. 물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광고는 무조건 빼내야 한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비장한 표정으로 프로그램 하차를 발표했는데 웃고 까부는 CF에 등장한다는 건 분위기상 맞지 않다.

이건 광고주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큰 돈을 들이고도 제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예슬이 드라마 촬영도중 촬영장을 이탈하고 미국으로 가버리자 가장 먼저 이뤄진 조치는 광고주가 카페베네 등 한예슬이 등장하는 광고 집행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 지금은 생리대 바디피트 CF 등에 다시 출연하고 있지만 그 이전 만큼의 많은 광고에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건사고는 갑자기 일어나기 때문에 해당 스타가 출연하거나 해당 제품의 광고를 빼는 일도 쉽지 않다. 필자가 광고대행사에 다녔던 80년대 중반의 일이다. 이 회사의 광고주인 모 항공사가 일요일 큰 사고를 냈다. 그날 밤에는 이 회사의 광고가 MBC에 프로그램 광고로 나가게 돼 있었다. 이 광고를 빼지 못하면 정말 큰일 난다.
 
비행기가 추락했는데 TV에서는 이 비행기가 큰 날개짓을 하는 새와 나란히 날아가면서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십니다”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럼에도 일단 집행이 결정된 광고를 빼는 건 쉽지 않았다. 그 권한은 광고가 나갈 프로그램의 PD가 쥐고 있었다. 그래서 주말 가족과 외출나간 프로그램 연출자를 찾아가 경위서를 제출하고서야 겨우 광고를 뺄 수 있었다.

그런데 물의의 주인공이면서도 광고가 계속 나가는 스타도 있다. 정말 드문 경우다. 강호동은 세금 논란 속에 연예계 잠정 은퇴를 발표했는데도 그가 출연하는 이가탄 CF는 계속 방송되고 있다. 방송 횟수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여전히 지상파에서는 강호동과 송해가 출연해 ‘잇몸 튼튼 이가 탄탄, 잇몸 튼튼 이가 탄탄’ 하고 외치는 이가탄 CF를 자주 볼 수 있다.

강호동이 비장한 표정으로 연예계 잠정 은퇴를 발표했는데도 웃고 까부는 CF에 등장한다는 건 그가 이 CF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광고주는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절대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 비싼 돈을 들여 자사 제품에 흠집을 내게 할 회사 사장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해당 모델에게 소송을 건다. 인터파크는 자사 광고 모델이었던 이효리가 4집 앨범이 표절 논란을 빚어 광고가 중단되자 소송을 걸어 법원이 이효리 측이 1억 9000만 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조정을 성립시켰다.
 
하지만 강호동이 모델로 나오는 다른 제품의 광고주들도 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금 논란이 일어나자 강호동은 스스로 잠정은퇴라는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다.

사실 강호동에게 방송 중단은 자신의 공적인 활동을 모두 그만두는 행위다. 이하늘의 방송중단과는 크게 다르다. 이하늘은 가수이기 때문에 TV 출연이 주수입원이 아니다. TV 출연은 가수 활동을 위한 프로모션 성격이 강하다. 음반을 내놓을 수도 있고 콘서트도 얼마든지 열 수 있다.

하지만 예능MC인 강호동은 방송출연이 주수입원이다. 방송 출연이 없으면 광고 모델이나 행사 참가 등 다른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로지 CF로만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강호동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앞으로 방송 활동을 할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쉬는 동안 새롭게 충전해 언젠가 멋있게 컴백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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