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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2’, 이럴 거면 굳이 왜 돌아온 걸까
기사입력 :[ 2019-04-08 14:03 ]


‘마리텔2’의 이유 있는 패착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되짚어보자. 2015년은 예능사에 있어서 모처럼 역동적이고 활기가 넘치는 한 해였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관찰예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쿡방’과 <마리텔>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가능성을 맛볼 수 있었다. 그때의 신선함은 현재도 유산으로 남아 여러 스타 셰프들이 지금까지 활발히 방송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특히 백종원, 이연복 등은 존재 자체가 프로그램의 기획이 될 정도로 그 이후 확고한 브랜드로 올라섰다.

쿡방은 요리를 엄마, 주부가 하는 살림의 영역에서 문화의 영역으로, 일상의 관심사로 탈바꿈시켰다. 이런 흐름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시작됐지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화, 예능이 일상의 생활양식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계기는 MBC <마리텔>을 통해서다. 쿡방은 1인가구의 증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사회문화적 흐름을 열었고, <마리텔>은 이런 흐름을 폭발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포맷이자 플랫폼이었다.

백종원, 팬들과 소통에 통달한 AOA 전 멤버 초아, 30대들의 추억을 사로잡은 종이접기 선생님 김영만 등 확실한 포인트가 있는 캐스팅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긴 했지만, <마리텔>이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은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마리텔>은 인터넷 문화와 각종 대중문화 서브컬쳐를 가져와 B급 감성 가득한 CG, 채팅창을 활용한 자막 등 인터넷 세대들과 함께 호흡하는 듯한 새로운 편집 방식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화려하고 완벽하다기보다 스태프들과 어울려서 어떻게든 꾸려가는 마이너한 감수성이 흘렀다.



무엇보다 신선함은 충격에서 나왔다. 방송 플랫폼을 피라미드 형태로 수직화해서 놓고 보면 가장 꼭대기에 있을 공중파채널이 가장 아래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1인 방송을 차용한 전복 자체가 놀라움이자 재미였다. 유명 연예인들이 일반인들이 하는 1인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인터넷 생방송과 이를 재가공한 본방송의 차이를 지켜보는 열혈 매니아층도 생겼다.

하지만 <마리텔>은 유행의 사이클을 넘지 못했다. 신선함과 색다름은 퇴색되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먹힐 만한 콘텐츠를 가진 인물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된 까닭이다. 인기나 유명세보다 콘텐츠의 탄탄함이나 의외성이 통한다는 것이 신선한 매력이었는데, 게스트(콘텐츠)의 지속가능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어느새 아이돌 팬덤의 놀이터가 되면서 대결구도의 긴장감 또한 사라졌다. 그리고 2017년, 3년 만에 쓸쓸하게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이름값보단 콘텐츠에 집중했던 성공의 이유가 패착의 원인이기도 했다.

지난 이야기를 이리도 길게 하는 것은 2019년에 <마리텔2>를 다시 시작한 이유를 어떻게든 찾고 싶어서다. 인터넷 생방은 지난 금요일에 이제 2회차가 진행되었고, 본방송은 첫 번째 생방송을 2주로 나눠서 내보낸 것이 전부긴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시즌2는 꽤나 당황스럽다. 물론, 출연진은 김구라 이외에 모두 달라졌다. 장소도 일산스튜디오에서 서울 모처로 장소를 옮기고, 챔피언벨트를 두고 펼치던 대결은 기부금(별풍선 개념) 합산이란 협동 미션으로 바꾼 것도 큰 변화다. 플랫폼이 바뀌었다. 그 사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다음팟 대신 ‘트수(트위치+백수)’라는 나름의 마이너 감성으로 무장한 커뮤니티가 확고한 트위치와 손잡았다. 트위치의 기부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감사 리액션’을 추가한 것도 변화다. 다만, 이 부분은 1인 인터넷방송의 명암이 합착된 상징적인 행위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시차다. 세월이란 게 야속해서 2015년에는 맞았던 것이 2019년에는 틀린 것이 되기도 한다. 그 당시 연예인들이 시청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1인 방송을 한다는 게 신선했지만, 지금은 방송 출연하는 연예인보다 유튜브에서 개인방송을 하는 연예인들이 훨씬 더 많다. 2017년 이후부터라고 봐도 공중파가 아니라 TV콘텐츠 자체를 위기로 빠트린 유튜브의 시대가 열렸는데, <마리텔>은 이런 세상의 변화를 가볍게 무시하고, 2015년 버전 방화벽으로 나타났다.

<마리텔>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대중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서브컬처 패러디와 B급 유머 코드를 CG와 자막을 통해 녹여내는 편집스타일은 <도시어부>가 이미 계승해서 더 깊게 들어갔고, 현존하는 예능 중 가장 먼 섬인 <불타는 청춘>마저도 이런 화법을 지향한다. 유튜브의 방대한 콘텐츠와 유튜버들의 성실함을 상대하기에 강부자를 제외한 현재 출연자들은 이미 너무 많이 소비되었거나 무엇을 보여줄지 대략 그려져서 궁금하지가 않다.

꾸준함이 보장되지 않는 <마리텔>식 인터넷방송 콘텐츠는 일상성, 진정성, 지속가능성 어떤 면에서도 딱히 장점이 없고, 이슈를 만들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미 <마리텔>의 진화된 버전이라 볼 수 있는 네이버 v라이브, 유튜브, 트위치 등등 경쟁매체가 너무 많은데다, 방송가로 좁혀 봐도 <가로채널>이나 JTBC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 인터넷 개인방송을 예능 방송에 접목하는 실험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마리텔>은 시대적 흐름을 한발 앞서서 견인했다. 그리고 공중파, 나아가 예능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무엇보다 캐스팅 방식을 바꿨다. 인지도나 홍보성 출연이 아니라 콘텐츠를 중시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한 매우 가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시즌2는 아이즈원에 기댄, CJ발 아이돌팬덤 소비방식 이외에 동시대성을 느낄 만한 콘텐츠가 없다. 그나마 높은 화제성도 아이즈원이라는 아이돌 팬덤에 의한 발화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마리텔1>과 달리 신선함을 가져다 줄 재미 요소나 기대하게 만드는 시대정신을 찾을 수가 없다.

지금은 공중파 방송과 1인 인터넷 방송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인 관계가 아니라, 유튜브라는 거대한 블랙홀과 그 외의 것들로 재편되어가는 상황이다. 누군가 진짜 해볼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마리텔>이 아니라 바로 유튜브로 가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마리텔1> 초반에는 출연자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아니라 로켓 발사대도 됐지만, 지금은 지극히 일상적인 포맷이자 오히려 마이너한 무대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시대가 오기 전에 이미 급속도로 식상해졌던 프로그램이 훨씬 불리해진 환경에서 똑같은 포맷으로 다시 도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결>, <진짜사나이> 등등 유독 좋았던 시절을 잘 잊지 못하는 MBC 예능국의 성향 탓일까? <마리텔> 시리즈는 센세이션했던 만큼 재미를 넘어선 기대가 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생방송까지 지켜본 <마리텔2>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에 기댄 빛바랜 추억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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