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도전’과 ‘나가수’의 싸움, 박명수는 피해자?

[서병기의 대중문화 트렌드] 박명수는 상복이 없다. 열심히 하고 성과를 올렸는데도 유난히 상복이 없다. ‘해피투게더3’에서 깨알같은, 안정된 웃음제조기 역할을 했지만 KBS에서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다. 물론 ‘라디오스타’가 확대 개편되고도 자리를 잡는데 크게 기여한 김구라도 ‘라디오스타’ MC들과 함께 ‘MC부문 특별상’ 수상에 그쳤지만 박명수도 마찬가지다.

‘피터’ 박명수는 ‘조나단’ 정준하와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받기는 했지만 이는 방송사에서 주는 상이 아니라 네티즌의 실시간 투표로 받은 상이다. 박명수는 올해 SBS 예능에서는 특별한 활약이 없었기 때문에 올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는 무관에 그친 셈이다.

박명수가 올해 MBC 예능에서 일궈낸 성과는 적지 않다. ‘무한도전’이야 분기별로 대세가 바뀐다고 할 정도로 기여도가 비교적 분산돼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박명수의 웃음 방출 능력은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 ‘나는 가수다’가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음악예능으로 자리잡게 하는데도 박명수의 지분이 적지 않다. 본인 입으로 ‘나가수’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말까지 했다.

박명수는 ‘신개념 비주얼 가수’ 김범수의 매니저로 좋은 호흡을 보여왔고 김범수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결코 매니저를 맡기 쉽지 않은 인순이의 매니저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미션곡을 선정할 때와 중간평가 때는 진행도 함께 맡아 MC 윤종신과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만약 박명수가 연예대상을 받는다면 올해 MBC에서 그 가능성이 엿보였다.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외에 탁재훈도 연예대상을 받았다. 박명수가 상을 못받는 이유는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고, 옆에서 말로 치고들어오다가 뜬금없이 몸개그를 보여주는 유형이라는 점이 작용하는 것 같다.
 
이런 스타일을 때로는 ‘2인자’라는 말로도 표현하는데, 박명수에게는 대상을 주기에는 미흡한 것 같고 우수상이나 최우수상을 주려니 ‘성’에 안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탁재훈은 짧은 기간이나마 메인MC로 맹활약하며 전성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대상이 주어졌다. 박명수는 ‘큰웃음, 빅재미’를 준다고 하지만 1년내내 깨알같은 웃음을 두루 제공하는 스타일이다.
 
MBC가 올 연말대상을 개인이 아닌 프로그램에 준다고 했을때 박명수는 수상 기회를 놓친 것이다. ‘무한도전’과 ‘나가수’의 싸움으로 좁혀진 가운데 박명수는 이 둘 모두에 속해있으면서도 기쁠 수가 없었다.
 
결국 올 최고 히트 콘텐츠인 ‘나가수’가 ‘항상’ MBC 최고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을 누르고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받자 박명수 외에도 ‘무도’팀에서 상을 못받는 멤버들이 대거 생기게 됐다. 박명수는 MBC에서 상을 받지 못하면 받을 곳이 없다. 경쟁사에서 너무 잘해 자사 예능을 위축시키면 상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박명수가 MBC에서 상을 못받고 있는 동안 유재석과 박명수는 KBS ‘해피투게더3’에서 열심히 웃기고 있었다. 박명수는 “조만간 유재석을 버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YES”라고 답하면서 “저도 이제 동등한 입장에서 방송해봐야죠. 언제까지 가신 역할을 해야 하나요. 원래 체질은 우두머리다. 가신 체질이 아니다. 홀로서기를 못한 건 나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명수의 개그스타일은 이런 것이다. 상황을 틀어버리는 것, 허를 찌르는 것이다. 남들이 예측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려는 것이다. 박명수는 MBC 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리기 전날 “‘무한도전’도 내가 살려 냈고, ‘라디오스타’도 내가 한 번 나가 살려 냈다”며 “내일 기대하겠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상 안 주면 EBS로 가겠다”고 말했다.
 
박명수는 허세 속에 개그를 집어넣는다. 그래서 진부한 개그보다는 의외성 있는 개그를 하려고 한다. 농담인지 진담인지도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이 조금은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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