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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눈물’, 그들은 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기사입력 :[ 2012-01-12 13:18 ]


- ‘남극의 눈물’ PD가 전하는 남극의 재앙 [대담2]

[엔터미디어=TV남녀공감백서] 그들은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오지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이 전하는 영상은 시리도록 아름답고 그 아름다운만큼 슬프다. 그나마 온전히 보존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남극이었지만, 그래서 과연 눈물 시리즈에 어울릴 것인가 걱정되기도 했었지만, 안타깝게도 막상 들어가 본 남극의 눈물은 진행 중이었다. 김진만 PD를 통해 그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대담: 김진만 PD,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이번에도 성우가 아닌 스타가 내레이션을 맡았는데요. 송중기 씨가 기대이상으로 잘해주더군요. 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운 펭귄들하고 음색이 참 잘 어울려요.

김진만: 사실 저는 한동안 남극에 있었기 때문에 송중기 씨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김재영 PD가 요즘 대세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일단 발음이 정확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20대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차분해서 더 좋았고요. 모든 세대에게 두루 호감을 줄 수 있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목소리였으면 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락을 드렸을 때 본인이 하고 싶다고 했어요. 보통은 스케줄이며 이것저것 묻잖아요. 그런데 우선 고맙다는 말부터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분 지금껏 처음 봤어요. 빈말이 아니라 녹음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열정이 있어요. 최고의 톱스타가 되리라 믿습니다.

정덕현: 이미 톱스타인데요?(웃음) 그런데 아마존과 남극을 비교했을 때 어느 환경이 더 힘들었나요?

김진만: 만약 똑같은 기간이었더라면 아마존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기간이 주는 압박이라는 게 사실 엄청난 거죠. 아마존은 30일이고 남극은 300일이었잖아요. 그리고 아마존은 그곳에 한 달 있는 동안 맘먹으면 도시에도 다녀올 수가 있었는데 남극은 갇혀 있어야 했으니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실은 저희를 데리러 온 비행기가 나타났을 때였어요. 그때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한 10개월 만에 처음 본 이동수단이었거든요.(웃음)

정석희: 아무래도 ‘눈물’에 우리가 주목해야 되잖아요. 파괴된 상황이 아마존과 비교해 어느 쪽이 더 심각한가요?

김진만: 당연히 아마존이 훨씬 파괴가 심하죠. 솔직히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걱정이 좀 됐어요. 왜냐하면 남극은 애초에 ‘눈물 시리즈’가 아니었거든요. 창사 50주년 다큐로 남극이 아마존보다 먼저 기획이 된 것이었어요. 그런데 북극과 아마존이 성과를 보이면서 ‘눈물’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저희 눈에는 사실 남극이 ‘눈물’로 잘 안보였거든요.

정석희: 남극은 보존 상태가 좋았단 말씀이신가요? 아무래도 포경을 막은 덕분이기도 하겠죠?

김진만: 그렇죠. 일단 외부의 출입을 막아놓은 상태이니까요. 포경이 아예 금지되고 1961년 남극조약이 체결됐죠. 그 이후로는 과학적 목적 외에는 들어갈 수가 없어요. 펭귄도 절대 잡아서는 안 되고요.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자기의 목숨을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다시 말해 굶주려 죽게 된 상황이라면 펭귄이나 물개를 잡아먹을 수 있게 되어있어요. 그래서 ‘눈물’이 보이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의외로 상당히 문제가 많더라고요. 체감한 것 중 하나는 기후변화가 확실히 일어났다는 거죠. 여름에는 바다가 녹아야 펭귄새끼들이 바로 바다로 들어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바다가 녹지 않으니까 새끼들이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수십 킬로를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많이 죽거든요. 제가 묵었던 기지 앞의 섬에서도 1500여 마리의 펭귄이 태어났지만 결국 살아서 바다로 간 새끼들은 8마리에 불과했어요. 서남극 같은 경우는 펭귄들이 다니던 바닷길을, 녹아서 끊어져 나온 거대 빙벽들이 가로 막는 현상이 생기고 있어요. 그래서 굶어 죽기도 합니다. 조류 콜레라가 펭귄들의 서식지를 덮치기도 하구요. 한 섬의 경우는 쥐들이 엄청나게 번식하고 있어요.

정석희: 남극인데 쥐가 살 수 있나요?

김진만: 기후변화가 일어난 거죠. 인간을 따라와서 기후변화로 따뜻해지니까 번식을 하는 바람에 생태계를 엄청나게 교란시키고 있어요. 왜냐하면 쥐들이 펭귄 알을 먹거든요. 그리고 비행기나 배들도 조심을 한다 하지만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남극해는 순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극 주변을 맴돌기 때문에 큰 배가 침몰이라도 하게 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치게 되는 거죠. 실제로 아르헨티나 배가 침몰을 했을 때 펭귄들이 떼죽음을 당한 경우도 있었어요. 남극의 눈물도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는 거죠.

정덕현: 이제 펭귄 말고 뭘 또 다루게 되나요?

김진만: 1부가 황제 펭귄 이야기이구요, 2부가 해양 포유류 즉, 혹등고래와 해표들의 이야기가, 3부는 남은 펭귄 5종 세트, 4부는 기지와 인간의 이야기, 그리고 에필로그로 되어 있어요. 사우스 조지아 섬에는 정말 여러 종류의 펭귄들이 있어요. 남극 펭귄을 발견한 사람들은 의외로 탐험가가 아닌 물개잡이들이었어요. 그때 킹펭귄을 보니 아델리펭귄보다 엄청나게 큰 걸 보고 킹 이라고 이름을 붙였대요. 그런데 대륙으로 들어갔더니 그곳에는 킹 펭귄보다 더 큰 펭귄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황제 펭귄이라고 이름을 짓게 된 거래요.



정덕현: 수중 촬영도 우리 촬영팀이 했나요?

김진만: 고래는 여름에 적도 쪽에 있다가 겨울에는 남극까지 가거든요. 그중 혹등고래는 한해 25000Km를 오가니 거의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셈인 거예요. 그래서 여름에는 두 분의 카메라맨들이 나눠서 찍고 겨울에는 BBC 카메라맨들과 같이 찍었어요. 솔직히 우리나라 카메라맨들은 욕심이 앞서니까 무리수를 많이 둬요. 우리가 언제 이런 걸 다시 찍어 보겠느냐는 생각이죠. 그런데 해외 카메라맨들은 날씨 조금만 안 좋아도 촬영을 거부해요. 하루에 1000만원에서 1500만원씩 비용이 드는데 날씨가 너무 나빠 못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하는 수 없이 우리 김만태 촬영감독이 주로 바다에서 많이 찍었는데 그럴 때면 속에서는 열불이 나죠.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도 있으니까 그쪽 경험자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에게도 그런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어요.

정석희: <북극의 눈물>이나 SBS <최후의 툰드라>, <최후의 바다 태평양>에 신경이 쓰이진 않았나요? 물론 남극과 북극이 다르기는 하지만요.

김진만: 사실 크게 신경은 안 썼어요. 북극은 곰이고, 남극은 펭귄이니까요.(웃음) <최후의 바다 태평양>은 고래 이야기이니까 겹치나요? 저는 매번 ‘이야기’를 중요시하거든요. 그래서 아마존에서도 그 부분을 가장 염두에 뒀어요. BBC 다큐는 화면이 정말 경이롭죠. 그런데 그 친구들은 이야기에는 그렇게 크게 집중을 안 하거든요. 국민성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반면 저희는 펭귄을 봐도 이 안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그 점에 많이 집중했어요. 예를 들어 황제펭귄 새끼가 있는데 걔를 다른 어른 펭귄들이 자꾸 가져가려고 하면 프랑스 에서는 그냥 그 장면을 한번 보여주고 말아요. 그리고 거기서 그러죠. 주변 펭귄들이 막아줬다라고 말이에요. 그러나 우리가 직접 본 바로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서로 뺏으려고 난리가 난거예요. 어쩌다 틈만 보이면 그 새끼 한 마리를 향해 새끼를 잃은 수십 마리의 펭귄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더라고요. 그들의 새끼에 대한 집착력 같은 부분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또 놀란 건 펭귄들이 눈을 품고 있는 거예요. 알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그 눈덩어리에게 먹이를 주고요. 그런 것들에서 이야기를 찾는다는 점이 기존의 다른 다큐와는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덕현: 그저 자연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게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죠. 그러나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사람의 주관적인 시각이 들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김진만: 의인화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람만이 아니라 물체에조차 그 안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극한의 환경에서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 온 동물들이라면 엄청난 이야기가 그 안에 있을 수 있는 거거든요. 그 시각이 들어가니까 눈물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나아가 좀 더 따뜻한 느낌으로 가면 마음이 아플 수도 있는 것이죠.

정덕현: 그래서 때론 휴먼 다큐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김진만: 그 부분은 자연 다큐를 하는 입장에서 조심해야 될 부분이기도 해요.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겠죠. 그래서 저희가 그런 부분을 반복을 통해서 극복하고 있어요. 우리가 자율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일반적인 것임을 알리는 거죠.

정덕현: 그런 건 보편성으로 얘기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같은 동물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나 펭귄이나 다 같은 것이잖아요.



정석희: 남극의 얘기를 한 3년은 해도 모자라지 않으실 것 같아요. 그런데 외모가 확연히 달라진 이유는 뭘까요?

김진만: 아무래도 머리 때문이겠죠? 대원 중 머리 잘라 주는 친구가 있긴 했는데 솔직히 신뢰가 잘 안 갔어요, 나중에 한국에 와서 막상 자르려고 하니까 그냥 밀고 가보라는 주변의 권유도 있고 해서, 그리고 시간도 없어서 2주 정도 흐르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정덕현: 그런데 계속 자르지 않으면 또 오지로 가시게 될 것 같은데요.(웃음)

김진만: 아, 이젠 그만 하려고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제가 도시 지향적 사람이라서요.(웃음)

정덕현: 마무리 지으신 소감은 어떠세요?

김진만: 개인적으로 겸손해지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을 해요. 블리저드가 몰아치던 어느 날, 그곳에서도 씻기는 해야겠기에 샤워를 하러 나갔거든요. 그때 온갖 동물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너무 두렵더라고요. 일단 불리저드가 불면 문을 나서자마자 안경을 날아가지 않게 잡아야하고요. 줄 하나에 의지해서 걸어야 하고요. 그러니까 대원들과 조금이라도 떨어져서 혼자 있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엄청난 공포가 밀려 와요. 나라는 인간은 이 자연 앞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자각하게 되죠. 정말 바람 한번 불면 날아가는 게 바로 저더라고요. 온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저희는 그냥 죽는 거구요. 펭귄은 허들링을 하면서 버텨내는데 1000만 원짜리 옷을 입어도 버텨내지 못하는 저희는 펭귄만도 못한 거지요. 일본 기지에서는 1988년까지 개를 키웠는데요. 그때 개 밥 주러 나갔던 대원이 길을 잃고 죽은 사건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봐요. 만약 신이 있다면 바로 자연이 아닐까 합니다.

정덕현: 그래도 그런 경험을 하신 게 저는 부럽네요. 달에 가서 지구를 본 사람들은 그 삶이 바뀐다더군요.

김진만: 그 당시에는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300일을 다 보내고 난 지금은 정말 좋아요. 일본에서도 우주선을 쐈는데 그때 같이 탑승했던 기자가 그 이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로 갔단 얘기가 있어요. 그만큼 세상살이가 너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낀 거겠죠.

정석희: 그럼 김진만 PD님도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이 있으신가요?

김진만: 아뇨, 전혀 없습니다.(웃음)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운 좋게도 ‘눈물 시리즈’를 두 번이나 했고 반응도 좋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죠. 저로서는 정말 행운입니다. 여행으로 갔다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일단 기본적으로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찍을 때, 짧은 시간 안에 이해라는 것 없이 쉽게 가는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더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시간을 들여서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그런 휴먼 다큐를 해보고 싶습니다.

정덕현: 지금 스타 다큐 반열에 오르셔서 앞으로 소소한 것은 찍기 어려우실 것 같아요.

김진만: 그런가요?(웃음) 또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영화를 한번 찍어보고 싶어요. 저희가 한 작업은 방송을 위한 다큐잖아요. 다큐가 영화화 돼서 나오는 것이고요. 이번에 저희가 3D로도 찍었거든요. 올 7월에 영화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석희: 프롤로그에 ‘흑야’라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어느 정도의 밤인가요?

김진만: 남위 90도 정도 위치면 거의 태양을 볼 수 없는데 저희가 있었던 곳은 남위 70도 정도로 태양이 2주일쯤 뜨지 않지만 사실은 태양이 밑에 있거든요. 하루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는 살짝 석양 비슷한 것을 느낄 수가 있는 거죠. 한 11시 반 정도부터 2시정도까지 밖이 보이다가 다시 밤이 되는 그런 느낌이요. 그때 마땅히 할 것도 없고 정말 힘들었어요. 흑야 때는 촬영도 못나가고 하루 종일 기지에만 있어야 했거든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괴롭더군요. 그래서 사실 대원들이 알코올 중독에도 많이 걸려요. 할 일이 술 마시는 것 밖에 없으니까요. 효모 원액을 가지고 가서 기지 지하에 있는 맥주 공장에서 직접 발효를 시켜 만들기 때문에 무궁무진하죠. 게다가 천연 빙하수로 만드는 거잖아요.

정석희: 서로서로 사이가 좋아야겠어요. 왕따라도 당하면 정말...... 성격 좋은 사람들을 잘 골라서 뽑아야 할 것 같아요.

김진만: 아, 물론입니다. 10개월 동안은 절대 나갈 수가 없는 곳이니까요. 테스트랑 정신 건강이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남자 분들 몇 분은 술을 너무 많이 드시더라고요. 제가 나중에는 그 술자리 피하느라 힘들었죠. 술을 먹기 싫어서라기보다는 그분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정석희: 극한의 상황에서 이기적인 사람은 정말 보기 싫을 것 같아요.

김진만: 그런데 그런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남극의 독특한 점은 사고가 나면 모두들 다 솔선수범해서 도와준다는 거예요. 자기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기꺼이 구하러 가는 거죠. 아르헨티나 기지에 갔다가 고립이 되어서 비행기 구조요청을 했는데 아르헨티나 공군은 사정이 생겨서 비행기를 못 보내주겠다는 거예요. 그랬더니 칠레 공군기가 와주더라고요.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단지 고립된 사람을 구출하러 온 거죠. 남극이라는 곳은 인류애가 살아있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곳인 것 같아요.

정덕현: 고립의 느낌은 어떨 때는 나쁜 의미도 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좋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핸드폰이 사람을 때로는 미치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항상 신경을 써야 되니까요.

김진만: 저희가 대피소로 가게 되면 전화나 인터넷 등 아무것도 할 수가 없거든요. 그곳에서 2주에서 3주 동안 온전히 촬영만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러면 처음 2,3일은 세상과 소통을 하지 못하니까 많이 궁금해요. 그러다가 중반 정도 되면 오히려 그 상황이 편해집니다. 무념무상 상태로 오로지 촬영에만 전념하면 되니까요.

정석희: 놓치지 말라고 추천하고 싶은 명장면이 있다면?

김진만: 황제펭귄 아빠들의 희생과 사랑을 이 땅의 아빠들이 좀 보셨으면 좋겠어요. 보고 반성하라는 의미가 아니고요, 황제 펭귄 수컷의 일생과 우리나라 아빠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웃음) 저희가 정치적으로 찍은 것은 아니지만 그 안의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현실과 많이 닮아 있어요. 저는 황제펭귄 아빠가 4개월 동안 새끼를 품으면서 고생하고 열심히 사는걸 보면서 이 땅의 아빠들도 위로를 받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더라고요. 힘없는 어린 펭귄 새끼가 소수의 거대한 새들에게 당할 때도 인간 사회와 많이 닮았구나 하고 느꼈죠.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방송 시간이 좀 늦긴 하지만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지켜보면서, 같이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정석희: MBC가 ‘나가수’ 이래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또 다른 하나를 마련한 셈이네요.(웃음)

epilogue: 마치 오지에서 살아온 대원의 귀환을 축하라도 하는 듯한 마음이었다. 만나자마자 덥석 김진만 PD의 손부터 잡아보게 되고 어깨를 두드리게 된 것은. 눈물 시리즈 두 편을 연거푸 찍으면서 그 오지를 닮게 된 것일까. 김진만 PD의 머리는 야생(?)의 이미지가 강했고, 손바닥은 거칠었으며 어깨는 단단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 야생의 느낌을 얘기하면 마치 수줍어하듯 극구 자신은 '도시 취향'이라고 손사래를 치는 김진만 PD. 그 인간과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따뜻한 애정이 그의 다큐에는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이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게 될 지. 남은 '남극의 눈물'에 대한 기대감은 그래서 더욱 크다.


대담 : 정덕현 칼럼니스트, 정석희 칼럼니스트
정리 : 정주연 기자
사진 : 전성환 기자, 김진만PD,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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