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 신혜선과 ‘야구소녀’ 이주영의 공통점과 차이점

영화 '야구소녀'
영화 '야구소녀'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이번 칼럼에 내가 제목을 붙인다면 변하지 않는 여자들이 될 것이다. 이 여자들은 <야구소녀>의 주수인과 <결백>의 안정인을 가리킨다.

먼저 <야구소녀>의 주수인(이주영)을 보자. 수인은 중학교 때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얻었고 다니는 고등학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 선수이다. 많은 고등학교 야구선수가 그렇듯, 수인의 꿈은 프로팀에 입단해서 계속 야구를 하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996년에 생물학적 남자만이 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규칙을 바꾸었기 때문에 수인이 들어가는 걸 금지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할까? 무엇보다 프로야구팀에 들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길일까? 수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것은 프로야구팀에 들어가는 것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이치에 맞고 의미도 있다. 단지 수인은 프로야구팀에 들어가길 원한다.

수인은 어린 시절 세운 목표를 바꾸지 않고 이전의 자신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도전적인 인물이다. 이 인물을 다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익숙한 멜로드라마의 접근법이 있다. 수인은 개고생해서 간신히 프로야구단에 들어가지만 주변 남자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한다. 하지만 또 죽어라 연습을 해서 결정적인 시합에서 공을 세우고 인정을 받고... 익숙한 한국 스포츠 드라마의 전개이다.

영화 '야구소녀'
영화 '야구소녀'

<야구소녀>는 이 길을 따르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최윤태는 자기 자리에 똑바로 서 있는 수인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보는 대신 실제 선수인 것처럼 진지하게 다룬다. 신체조건, 장점, 단점을 정확하게 관객들에게 알리고 이 조건을 갖춘 선수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최대한 정확하게 점검한다. 수인의 능력을 확인하는 단계가 끝난 뒤에 사회적 편견과 맞서 싸우는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야구소녀>의 장점은 이 두 개의 과정이 최대한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라는 것이다. 최윤태 감독은 기자 간담회에서 주수인과 같은 선수라면 충분히 영화 속에서와 같은 성취를 이룰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그건 적어도 이 과정을 통해 감독 자신은 설득되었고 거기에서 이야기를 멈추었다는 뜻이다. 이건 좋은 창작의 태도이다.

영화 '결백'
영화 '결백'

<야구소녀>의 주수인은 자기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지키려는 주인공의 도전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박상현 감독의 <결백>에서는 그래선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이 영화는 법정물이고 주인공 안정인(신혜선)은 일급 로펌에 다니는 에이스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화에서 이런 위치에 있는 주인공들은 중반 이후 개선의 과정을 거친다. , 승리, 명성에만 집착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종종 과거의 자신을 상징하는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안정인의 캐릭터 역시 바뀌어야 할 인물처럼 보인다. 진실보다 성공을 추구하는 인물이고 무엇보다 성격이 안 좋다. 신혜선은 자신이 연기한 정인을 친구하기 싫은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박상현 감독 역시 정인을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물로 그리려 했던 것 같다. <결백>은 살인혐의를 쓴 어머니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딸의 이야기이고 중반을 넘어가면 나 같은 관객들은 거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한국식 멜로드라마가 기다리고 있다. 눈물과 오열의 명연기가 기다리고 있는 건 당연하다. 확실히 영화가 끝날 무렵의 정인은 시작했을 때와 조금 다른 사람이다.

영화 '결백'
영화 '결백'

<결백>에서 재미있는 점은 영화의 스토리와 주제가 꾸준히 정인의 개심을 요구하고 있지만, 변호사 정인은 바뀌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후반부의 법정장면에서 정인은 도입부에서 보여준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교활하고 기회주의적이고 현실적이다. 중간중간에 흘리는 눈물은 진심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정인의 교활함과 수상쩍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정인은 자신의 진심을 승리를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일까? 그건 영화 속 드라마가 정인에게 엄청나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인은 이미 무대가 되는 마을의 세계가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온몸으로 체험해 알고 있다. 중간에 밝혀지는 진실은 그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이미 어떤 식으로 싸워야 하는 지 잘 알고 있는 정인이 투쟁의 방식을 바꾸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감독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백>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K 장녀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르치는 것처럼 쓸데없는 건 없다는 게 아닐까.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야구소녀><결백>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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