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장 최신 예능, ‘나홀로 이식당’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나홀로 이식당>은 오늘날 예능의 최전선이다. 대표적인 예능 선수인 이수근이 강원도 인제의 평화로운 감자밭 앞에서 홀로 깜짝 식당을 차린다. <강식당> 멤버 중 백종원의 가장 칭찬을 많이 들었던 일머리 있는 직원이지만 설거지 총책임자에 머물러야 했던 이수근이 주인공이 되어 설거지는 물론이고, 재료 준비부터 요리는 물론 손님 응대와 서빙, 카운터, 주차와 감자 캐기를 비롯해 산골 식당의 모든 운영과 일을 도맡는다.

그런데 홀로를 제외하면 그다지 새로운 점은 없다. 백종원에게 메뉴를 사사받고, 시골의 슬로라이프 감성을 곁들인 팝업 스토어 설정은 새로울 것 없는 나영석 사단 팝업스토어의 전매특허다. 10분 편성 숏폼 프로젝트도 <아이슬란드 간 세끼>부터 벌써 다섯 번째다. 나영석 사단의 TV 콘텐츠 제작과 유튜브 플랫폼 진출이란 투 트랙 전략을 쓴 지 1년이 지났고, 그 결과 나영석 사단의 채널 채널 십오야는 구독자 수 200만 명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JTBC에서 방송 예정인 BTS<인더숲>처럼 본방보다 다른 플랫폼의 콘텐츠가 더 충실한 비슷한 사례가 하나둘 생겨나고, 유튜브용 스핀오프 콘텐츠를 제작해 대박이 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을 비롯해 JTBC<뭉쳐야 찬다>, <아는 형님>, 소극적이지만 MBC <나 혼자 산다>도 비방용 숏폼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는 등 유튜브 숏폼 콘텐츠 제작은 방송가의 전반적 추세다.

다만, 채널 십오야의 콘텐츠에 홀로라는 단 하나의 변화가 얹어지면서 <나홀로 이 식당>은 오늘날 예능 방송의 최전방에 서게 됐다. 지난해 11월 말 유튜브 라이브방송 도중 나온 달나라 공약이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연히 시작됐지만 기획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요즘 예능의 고민과 트렌드를 오롯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얼굴과 한 사람의 행동과 한 사람의 상황을 쫓는 1인 예능 체제는 오늘날 방송 예능국의 플랫폼 전환 노력과 고민이 집약되어 표출되고 있는 양식이며 무슨무슨TV’로 명명되는 유튜브 콘텐츠의 문법과 맞닿아 있다. 캐릭터 자체에 서사가 들어가고 캐릭터로 인해 이야기는 흥미를 품게 된다. 이는 유튜브, 디지털미디어 콘텐츠의 가장 익숙한 그림이다. 단 한 명의 캐릭터만 가져가면 되니 운용과 비용은 가벼워진다. 그 덕에 시도할 수 있는 소재는 오히려 무한대로 늘어나는 확장성을 갖는다. 다양한 소재를 짧은 호흡으로 가져갈 수 있으면서 상황에 맡게 팀을 꾸리면 되는 가변적 체제라 관계망의 고착화나 출연자간의 갈등이나 의욕 저하와 같은 고질적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부캐전성시대를 연 유재석의 MBC <놀면 뭐하니?>의 성공은 그 가능성과 출구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복귀 후 디지털 콘텐츠와 접목하려는 시도와 실험을 다방면으로 펼쳤던 김태호 PD가 유재석 솔로판 <무한도전>으로 유튜브 세대를 포함한 대중을 사로잡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뿐 아니라 기존 예능 방정식이라 할 수 있는 리얼버라이어티와 관찰예능의 어려운 점인 출연자간의 조율이나 지속가능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넣어두고, 기존 예능작법으로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 숏폼 콘텐츠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래서 지난 1~2년간 방송가에 유튜브 웨이브를 몰고 온 장성규, 박준영, 김민아 등 유튜브의 영향력으로 TV에 입성한 룰루랄라출신들과 달리, 이제 메인MC급 예능인들이 방송국의 지원을 등에 없고 디지털 콘텐츠의 바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구라철>의 김구라를 필두로, 박명수가 이달 내에 JTBC에서 새로운 멀티플랫폼 콘텐츠 <할명수>, 데뷔 40년차의 이경규는 카카오M에서 디지털 콘텐츠 세상에 도전하는 <찐경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제 새로움이나 캐미보다 캐릭터의 매력, 몰입하게 만드는 호감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수근은 나영석 사단의 출연 멤버 중 가장 재치 있는 정석 예능인이지만 정서적 매력보다는 주로 팀 내 롤플레이어로 활약해온 전형적인 예능인이다. 그래서인지 <나홀로 이식당>은 이수근의 인간적 매력을 돋우는 장면을 차곡차곡 쌓는다.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위트 있는 말과 웃음을 연출하는 긍정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맡은 일을 척척해내는 재치 있고 유쾌한 모습과 함께 아내와 다정한 통화를 하는 스위트한 남편의 목소리, 방송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맡은 일에 만전을 기하는 책임감과 진지함을 드러낸다.

이제 유튜브로 위시되는 디지털 플랫폼 전성시대에 들어서면서 캐릭터 자체가 브랜드를 넘어 콘텐츠의 모든 것이 됐다. 캐릭터의 매력이 그 어떤 스토리라인이나 설정보다 폭발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기획이 있고 캐스팅을 하던 방식이 아닌 캐릭터가 있어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이 달라졌다. 먹방보다 운동으로 터진 김민경이나 로우틴 사이에서 슈퍼스타가 된 틱톡의 지석진과 같은 사례나, 김구라, 박명수, 이경규 뒤를 잇는 걸출한 예능인들의 디지털 콘텐츠 도전장은 점점 늘어갈 것이다.

이런 시기에 전형적인 예능 선수인 이수근으로 1인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나영석 사단의 도전이 기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이수근의 고생기가 아니다. <나홀로 이식당>은 디지털 플랫폼에 진출하는 예능의 현재에 관한 이야기다. 기존 나영석 사단의 포맷 위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예능 선수인 이수근에 집중한 콘텐츠로 어떤 재미를 담아낼 수 있을지, 이수근의 캐릭터에 얼마나 더 새로움을 더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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