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십오야’, 뼈대부터 포장까지 인터넷 콘텐츠의 혼을 담다
매번 새로움을 경신하는 나영석 사단과 ‘채널 십오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번에도 새로운 실험이다. 재미를 쫓는 가벼운 시도와 좋은 사람, 그리고 우연은 나영석 사단 유니버스의 핵심이다. <신서유기><윤식당>(<윤스테이>), <삼시세끼> 등 기존 브랜드들도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는 이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방송과 유튜브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선 콘텐츠 제작에 본격 나섰다는 데 있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를 중심으로 숏폼 예능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과 활로 모색하고 있으며, 수 년 간의 성과를 축적한 지금 또 한 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발을 디뎠다.

<출장 십오야>는 나영석 사단의 유니버스에 포함된 유연석과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제작진과 나영석 PD의 친분을 바탕으로 술자리 전화통화에서 발화한 기획이다. 나영석 PD가 출장MC가 되어 <신서유기>의 여러 게임과 퀴즈에 필요한 소품을 담은 캐리어를 손수 끌고 전에 없던 예능 배달 서비스를 펼친다. 이벤트 회사와 비슷한데 동고동락한 작가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경품이나 벌칙을 걸고 <신서유기>를 비롯한 방송에서 연출했던 예능 게임을 진행한다.

방송으로만 봤던 퀴즈와 게임의 체험 기회를 다른 콘텐츠, 그 누구와도 유연하게 접목할 수 있도록 펼친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공식 출연자가 나영석 PD 혼자다. 메인MC를 비롯한 출연진을 캐스팅해서 볼거리를 만드는 방송의 기초 문법까지 아예 걷어내고, 진정 인터넷방송 크리에이터처럼 제작진이 곧 출연자가 되어 콘텐츠를 만든다.

기획의 발아가 <슬의생>의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채널 십오야에서 이번 달부터 독점공개 중인 <슬기로운 캠핑생활>인 만큼, 첫 번째 의뢰인은 <슬의생>의 주역들인 조정석, 전미도,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이다. 이들은 고전 게임인 인물 퀴즈, 고요속의 외침부터 마피아게임까지 나영석 PD와 함께 <신서유기>를 체험하면서 예능에서만 볼 수 있는 인간적 매력과 재미를 만들어냈다. 반가운 조합의 배우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열정적으로 게임에 몰입하고 긴장하고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가능만 하다면 방송으로 프로그램화했어도 흥행했을 만큼 긍정적인 반응과 웃음이 피어났다.

유입 통로를 여러 군데로 마련해놓은 점도 흥미롭다. <출장 십오야>는 지금 잠시 쉬고 있는 <신서유기>를 기다리는 팬들, 버라이어티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슬의생>의 세트장에서 오랜만에 모인 배우들을 본다는 점에서 <슬의생> 팬덤과도 큰 접점이 있다. 가벼운 숏폼 콘텐츠라는 접근도, <슬기로운 캠핑생활>에 대한 관심도 매력이다.

그간 숏폼 콘텐츠에 대한 도전을 숱하게 했지만 무엇보다 이번 <출장 십오야>가 기대되는 것은 이전 콘텐츠에 비해 시간 제약이나 기획의 범위 측면에서 보다 과감하고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방송에서는 라디오PD나 작가들이 아예 심야에 DJ를 맡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예능에서 PD가 메인 출연자가 되어 콘텐츠를 생산한 경우는 없었다. 물론, 예능에서는 PD가 프레임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긴 했지만 언제까지나 그 비중의 차이일 뿐 카메라와 같은 곳에 선 제작진의 영역 안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문율에 가까웠던 콘텐츠의 주체를 돌려버렸고, 즉흥적인 것에서 재미를 추구하고, 갖고 있는 브랜드에 인건비 제외한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는 고효율의 유튜브다운 기획을 전격 선보였다.

시청률도 2%대로 그 시간대 자리했던 선배들과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다. 다음주부터 <슬의생> 팀을 떠나 다른 환경에서 보다 본격적인 출장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나영석 사단 유니버스 전체를 두루 돌아볼 수 있는 가정방문 성격을 띤 동시에 기동성 있는 콘텐츠로서 나영석 사단의 인물과 콘텐츠 내의 유기적인 관계를 도모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시도한 나영석 사단의 숏폼 콘텐츠가 방송 작법을 근간으로 삼고 시간 단축과 편집의 묘에 집중했다면, 이번 <출장 십오야>는 뼈대부터 포장까지 인터넷 콘텐츠의 혼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런 색다른 시도와 변화가 팬데믹 이후 재미가 부쩍 사라진 오늘날 예능에 새로운 바람이 되길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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