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자회담’의 비상에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문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예능 라인업에 합류한 <육자회담>은 국내 최초 고기 예능(쿡방)을 모토로 삼는다. 육감 미식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란 간판을 내걸고 고기에 대한 지식을 나누며 더 맛있고,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겠다고 한다. 여러 예능에서 요리 솜씨를 뽐내며 궁셰프라는 타이틀을 얻은 이상민이 진행을 맡고, 축산업자 출신의 정형부터 먹방까지 가능한 육식 유튜버 밥굽남, 배우이자 400만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먹방 유튜버 쏘영, 요식업자로 전업하면서 고기 요리 관련 채널을 운영 중인 돈스파이크, 먹방 채널을 운영 중인 식신정준하, 원조 스타셰프 강레오가 함께 굽고 뜯고 맛본다.

제목이나 기획의도를 보면 JTBC의 찬란한 유물인 <비정상회담>과 같은 토크쇼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 물결의 영향과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생긴 문화와 2015년 스타셰프 열풍을 불러일으킨 쿡방의 요소가 두루두루 뭉쳐 있다. 바탕은 코로나로 인한 캠핑붐의 증가와 발맞춰 최근 유튜브 요리 관련 콘텐츠 중 각광받고 있는 바비큐, 캠핑 콘셉트의 고기 요리 관련 유튜브 채널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우선 촬영장 콘셉트부터 캠핑이다. 출연진 중 절반 정도가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고, 회가 갈수록 옅어지고 있으나 고기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마초적 감수성까지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방송으로 플랫폼을 건너온 대부분의 사례가 그렇듯 유튜브를 방송의 틀 안에 수용하면서 채널의 성장배경이 되었을 특유의 날 것의 매력들이 감소했다.

호흡이 느리고, 소재는 소프트하고, 직접적인 소통이 존재하지 않고, 한정된 분량과 역할 속에서 유튜브 콘텐츠의 맛 뵈기는 아무래도 매력도가 확 떨어진다.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긴 했지만 신선하지 않은 이유다. 그럼으로써 정체성은 사실상 중심을 잡고 있는 (돌아온) 1세대 스타 세프 강레오로 상징되는 쿡방에 가까워졌다. PPL의 향이 짙은 넘버나인 소고기, 초신선 돼지고기, 호주산 와규와 태즈메이니아 소고기 등 매회 같은 고기를 각자의 스타일과 전문에 맞게 구우면서 다양한 요리의 향연을 펼친다.

그러면서 좋은 고기를 보는 방법과 분위에 대한 이해 등 구매부터 맛있게 굽는 법,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곁들이는 팁까지 고기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눈다. 고기를 다루는 대표적 방식인 직화, 훈제, 팬 요리를 한 자리에서 보고 비교하는 재미와 함께 생산과정 탐방, 고기 등급에 대한 이해, LA갈비의 유래, 고기에 흰 후추 가루가 유용한 이유, 육류 종류와 부위에 따른 알맞은 굽기 정도, 와인과 육류의 페어링,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인증에 대한 홍보, 생소한 돼지 내장 그물 지방을 활용한 희귀한 목살구이 등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 값이 있다.

회가 점점 거듭될수록 유튜브스러운 장치나 감성은 제하고 쿡방과 정보전달에 더욱 집중한다. 최초임을 내세우고 유튜브와 접목한 지점이 분명 있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이상민을 난감하게 만드는 정준하의 아재개그나 퀴즈 등 대결이나 미션, 스토리가 없는 쿡방에서 재미와 긴장요소를 만들기 위한 예능적 장치들이 그런 분위기를 더 한다.

그런데 <육자회담>이 오늘날의 예능으로 발돋움하는데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비큐, 고기 요리 관련 일부 유튜브 채널이 하나의 장르를 이룰 정도로 성장한 것은 맞지만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오늘날 이 시점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콘텐츠다. 사회적으로, 또 문화적 트렌드로 봤을 때 식탁에 고기반찬 없으면 시무룩해지는 게 당연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과거 건강과 웰빙을 이슈로 채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면 오늘날 비거니즘은 건강이 아닌 정치적인,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적극적 선택이자 운동의 실천 차원에서 당위와 공감을 얻고 급속히 팽창 중이다. 국내 채식주의자 수는 지난해 기준 150만 명 내외라고 하는데, 그 추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의 여러 다큐나 저작물들이 관심을 받고 있고 정부 및 여러 기관에서 채식 장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식품 산업 측면에서도 비건 관련 문화와 고기를 대체할 식품 개발은 요식업 차원을 넘어선 거대한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까지 전 지구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 환경 문제가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고, 우리의 일이 됐다. 뉴노멀에 대한 관심이 생존의 문제가 된 상황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현재의 축산업은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든 비즈니스라는 견해에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처럼 이상 기온 현상과 코로나로 인해 뉴노멀의 원년인 2020년에 기후변화를 일으킨 인류의 대표적 문제로 꼽히는 현재 방식의 축산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육식예찬이다 보니 콘텐츠 자체에 대한 호평이나 폭넓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기 험난한 마니악한 방송이 되고 있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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