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집’ 자체적인 세계관 형성에는 실패했다는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이 마지막 여정을 향해 가고 있다. 고성을 시작으로, 제주도, 문경, 남양주, 춘천, 거제도 등 우리나라 곳곳의 풍경과 자연의 정취를 담아내 떠나고픈 설렘을 선사했다. 구수하고 수더분한 성동일, 김희원과 예의바른 청년 여진구의 색다른 조화가 만드는 케미스트리는 편안한 힐링의 정서를 더한다. 기성품 닭갈비 소스와 여진구가 만든 수제 소스를 두고 벌인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여진구표 소스를 외면한 두 형님의 멋쩍어하는 표정과 긴 변명 끝에 나온 이게 가족이야라는 성동일의 한마디는 이 프로그램이 갖는 매력과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편안한 힐링 콘텐츠답게 설정은 단순하고 느슨하다. 어딘가로 여행가고, 초대 손님이 오고 계속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풍경 좋은 곳에 트레일러를 끌고 가 정박하고 손님을 맞이해 전국에 지인이 있는 성동일의 인맥을 활용해 산해진미가 가득한 한상을 차린다. 물론, 이번 주 방송처럼 낚시를 나가고, 문경에서는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등 때때로 엑티비티가 추가되긴 하지만, ‘진짜 맛있네’를 연발하는 먹방이 메인이다. 여기에 엉뚱하고 뜬금없는 아재 개그가 곁들여진다.

특별한 미션이나 먹거리에 대한 제한 없이 풍족하고 여유롭고 느림의 미학이 있는 캠핑의 낭만 속에서 수수한 차림의 게스트들이 합류해 소소한 일상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라미란, 혜리, 이성경, 공효진, 아이유, 엄태구, 이정은, 박혁권, 정은지, 하지원 등 출연진의 친분이 없었다면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화려한 게스트 진용이 포인트다. 이들은 수수한 옷차림만큼 마음을 탁 틔워주는 자연 속에서 나름 진솔한 이야기를 펼친다.

혜리와 이성경처럼 격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기본이고, 결혼에 대한 생각과 연애관을 밝힌 공효진이나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이야기한 정은지, 예능 자체가 어색한 엄태구, 아버지가 내린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선물을 가져온 배려심 깊은 아이유, 여중생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하지원 등 게스트들의 다양한 매력과 인간적인 면모가 어우러진다. 이런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캠핑의 감성과 힐링의 정서와 어우러져 로망을 싹틔우기 어려워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설렘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작은 아쉬움도 있다. <바퀴 달린 집>은 그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친자연주의, 미니멀라이프, 대도시의 살인적인 주거비의 대안으로 유행하는 밴라이프, 타이니 하우스라는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접근은 결국 끝까지 없었다. 두 번째 게스트 공효진이 밴라이프에 대한 로망과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외형만 빌려온 캠핑 콘텐츠가 됐다.

바퀴 달린 집이란 특색보다는 일반적인 힐링, 캠핑 콘텐츠에 스스로 머물면서 자연, 사람, 먹방과 같은 기존 힐링 콘텐츠를 넘어선 문화적 확장성까지는 마련하지 못했다. 밴라이프 정신 즉 미니멀라이프에 대한 관심이든지, 자연주의에 관한 힙한 감성으로 설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힐링캠프>와 비슷한 토크쇼처럼 풍경 좋은 어느 곳에서 게스트에 기대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이 반복되다보니, 설렘이 농도가 옅어지고 익숙해졌다.

물론, 트렌디한 기획에 전혀 트렌디하지 않는 출연진들이 능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오히려 맥락을 비트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힙스터 문화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는 그 이름부터 조합까지 힙스터의 ‘힙’자도 느껴지지 않는 데다, 셋 다 캠핑 경험마저 전무하다는 점이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기획이 이질감 없는 예능이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허둥지둥하며 당황하던 이들이 지금은 점점 능숙하게 운전하고 트레일러를 다루고, 타프를 치고, 요리를 하게 된 것과 달리 작은 집에 바퀴를 달고 여기저기 떠나는 여행을 하는 이유와 애정은 숙성의 단계를 밟지 못했다. 바퀴 달린 집을 타고 여행하지만 다른 캠핑이나 여행과 다른 지점, 새로운 면을 부각하는 데는 소홀했다. 그런 점에서 다른 힐링, 여행 콘텐츠들과 차별화되는, 로망과 볼거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나쁜 성적표는 아니지만,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아이유 편을 제외하고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토크쇼처럼 정해진 구성에 게스트에게 의존해 재미를 만드는 볼거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바퀴 달린 집은 점점 배경으로 머물고 그 공간이 주는 재미는 점점 화면에서 사라졌다. 길 위의 집이 주는 자유로움보다 안락한 텐트에 가까운, 야외에 차린 세트와 사실상 큰 차이가 없었다. 트렌디한 기획과 전혀 트렌디하지 않은 출연진의 만남이 뻔하지 않는 예능을 만들었지만, 정작 바퀴 달린 집 자체의 매력을 남기지는 못했다. 여러 게스트들이 인간미를 발산하는 무대로는 훌륭했지만, 바퀴달린 집을 타고 떠나는 색다른 여행의 제안과 로망을 담아내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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