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집’의 남다른 풍경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코로나가 바꾼 풍경 중 하나가 힐링 콘텐츠의 대폭 감소다. 지난 7~8여 년간 우리네 안방에 로망과 힐링을 선사하던 주요 콘텐츠인 여행 예능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나영석 사단이 시작한 우리나라의 여행 예능의 매력은 이국적 풍광을 담은 단순한 관광의 차원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에 있었다. 트렌드를 제시하고, 삶의 가치관에 대한 생각을 더 하고, 시야와 견문을 넓혀주는 문화적 대리 체험을 제공하면서 TV를 보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일상의 굴레를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그런 와중 tvN <바퀴달린 집>이 새로이 시작됐다.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이후 본격적으로 런칭한 신규 여행 예능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동식 집을 갖고 캠핑하는 이야기인데 꽤나 힙한 문화적 맥락을 기반으로 한 기획이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친자연주의와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밴라이프, 그리고 비슷한 맥락으로 해외 대도시의 살인적인 주거비 때문에 유행하는 타이니 하우스라는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기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여행이 제한된 오늘날 풍선효과로 폭발한 캠핑의 로망과 감성까지 담고 있다. 특히나 미니멀한 비박 콘셉트와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인 차박과 캠핑카에 대한 로망 실현 측면에서도 꽤나 트렌디한 욕망을 잘 포착했다.

그리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 자극한다. 지난 고성편이나 이번 주 제주도편을 보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밀려오게끔 유려한 영상미를 선사한다. ‘첫인상은 언제나 좋다는 성동일의 의미심장한 말처럼 바퀴 달린 집은 아름답고 한적한 자연 속에 들어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을 만든다. 바퀴 달린 집의 네모진 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이 마치 ‘TV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김희원의 말처럼, 시청자들은 바퀴 달린 집이 굴러가 자리 잡은 앞마당의 풍경에, TV를 통해서 그렇게 많이 소비된 제주도의 풍경을 보면서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자연 속으로 떠나고 싶은 설렘을 느낀다.

물론, 여기까지는 많은 여행 예능에서 봐온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퀴 달린 집>의 진짜 신선하고 흥미로운 지점은 캐스팅에 있다. 트렌디한 문화에서 착안한 콘텐츠를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재밌는 예능으로 만든 한 수는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의 존재다.

욜로가 뜬 몇 해 전부터 트렌디한 문화 자체를 예능으로 소개하려는 시도가 적잖게 있었다. 캠핑, 서핑, 한 달 살기 등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이른바 힙스터 문화를 소개하고 전파하는 예능은 많았지만, JTBC <효리네 민박>을 제외하고 크게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이유는 트렌드를 포착하긴 했지만 출연자들이 그 문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소개하는 방식 이외에 다른 식으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매니악한 취미 이상으로 관심을 키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퀴 달린 집>은 힙스터 문화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는 그 이름부터 조합까지 힙스터의 자도 느껴지지 않는 데다, 셋 다 캠핑 경험마저 전무하다. 바로 이 지점이 이 기획이 훌륭하다고 생각한 포인트면서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이 예능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구성원 중 차승원처럼 요리에 정통한 출연자가 리드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해야 하는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지역 제대로 된 제철 특산물들을 돈 주고 공수해서 먹는다. 문화 전수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고정 출연진 중에 없다. 기획의 저변에 깔린 문화적 요소는 주객을 전도해 배치한다. 고성편 게스트 라미란이 캠핑의 묘미와 볼거리를, 이번 게스트로 출연한 공효진이 밴라이프에 대한 철학을 강조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흔적 없이 살다오는 팁을 전하고 가겠다는 식이다.

30년 지기 성동일과 김희원의 푸근하고 끈끈한 관계는 느긋한 여유를 만들어낸다. 어설픔과 좌충우돌이 느슨한 목표 의식과 어우러지고, 열심히는 하지만 하는 일마다 허당이며, 문화적 자아 측면에서 순백인 여진구와도 선후배라기보다 가족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함께한다. 울타리는 트렌디하지만 그 안에 전혀 한 감성과 취향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을 두면서 <바퀴 달린 집>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아니라 따뜻하고 웃기는 예능이 됐다.

그래서 성동일이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당황하지 말라는 당부와, ‘호텔에 놀러온 거 아니잖아라는 말이 이들의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 원래 힙스터라고 명명되는 순간 한 문화와 아이템은 시들해지는 게 생리다. 좌충우돌과 허둥지둥, 어설프고 서투른 이들의 뜻하지 않은 활약 덕에 트렌디한 문화에서 출발한 기획이 뻔하지 않는 예능으로 다가왔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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