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집’, 성동일·김희원·여진구를 선택한 건 탁월했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은 같은 방송사의 <삼시세끼>처럼 밥해먹고 JTBC <캠핑클럽>처럼 여행을 다니지만 두 예능과는 확실하게 다른 매력이 있다. <바퀴 달린 집>에는 먹고살기 위한 미션도 없고 <캠핑클럽> 같은 우정과 화해의 감정선 역시 없다.

대신 이 <바퀴 달린 집>에는 툭툭, 먼지를 털고 어딘가로 이동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유유자적만이 있다. 거기에 전국 여행 집들이라는 포맷에 맞게 손님들을 초대하고 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전부이다. 근데 그 수다가 별로 대단하지 않지만 귀를 기울이며 듣게 된다. 동시에 자꾸만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것만 같은 편안함을 준다. 왜냐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으니까.

<바퀴 달린 집>은 이 프로그램 특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자막에 쓸데없이 힘을 주거나, 편집을 통해 별 것 아니지만 이상한 긴장감을 주지도 않는다. 출연진 인터뷰를 통해 인위적으로 출연진의 감정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제작진은 <바퀴 달린 집>에 어울리는 집주인들을 섭외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어쩌면 그것만으로 이 프로그램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제작진의 예상은 적중했다.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는 <바퀴 달린 집>의 예능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적절한 여유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바퀴 달린 집>의 세 남자는 각기 다른 성격을 가졌으면서도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개인주의적이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배려하지만 타인의 영역에 대해 함부로 침범하는 남자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기 연령대가 다른 이들 사이에는 서열이 아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 그렇기에 <바퀴 달린 집>에는 흔한 아저씨예능처럼 서로에게 깐죽거리거나 빈정대는 농담이 없다. 그런 입씨름으로 기름칠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의 형성은 맏형격인 성동일 덕이 크다. <바퀴 달린 집>에서 성동일은 캠핑의 달인 솜씨를 톡톡히 보여준다. 요리부터 캠핑장비 설치까지 그의 손은 만능이다. 하지만 그는 원활한 캠핑을 위해 동생들을 다그치거나 억지로 끌고 가려 하지 않는다. 대신 성동일은 묘하게 부드러운 솜씨로 일행을 포섭해서 함께 합류시키는 힘이 있다. 또한 적재적소의 칭찬과 부드러운 미소로 함께하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맏형이다.

반면 <바퀴 달린 집>을 통해 예능의 중심으로 들어온 김희원은 또 다르다. 김희원은 캠핑 생활에 적합한 인재는 아니다. 일솜씨도 어설프고 가끔은 미간을 찌푸리며 툴툴거린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행동이 밉지가 않다. 언뜻 tvN <스페인 하숙>의 배정남이 떠오르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바퀴 달린 집>에서 김희원은 사실 귀하고 자란 도련님에 가깝고, 이런 존재의 특징은 그저 있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희원은 귀가 열려 있어서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주고, 또 특유의 편안한 말솜씨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그러니 많은 일을 도맡아하는 성동일을 웃기는 건 언제나 옆에 있는 김희원의 몫이다. 점잖은 막내 여진구 앞에서 은근히 재롱을 부리는 것도 김희원이다. 그리고 김희원의 나른하게 뚱한 표정은 이 <바퀴 달린 집>의 시그니처 같은 인상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희원은 <바퀴 달린 집>을 통해 단 커피가 아닌 여행 중에 맛보는 쓴 커피의 여유를 배우기까지 했다. 그리고 바퀴 달린 집이 전하려는 메시지도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행 중 맛보는 쌉쌀한 커피.

반면 막내 여진구는 막내답지 않게 점잖고 어른스럽다. 어떤 일이든 척척해내는 그는 멋지기까지 한데, 심지어 그 일들을 즐기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새로 만나는 풍경, 새로 맛보는 음식에 대해서는 소년처럼 감탄하는 게 어김없이 막내의 모습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은 예능인데, <바퀴 달린 집>은 게스트에도 공을 들였다. 라미란, 공효진, 이성경, 혜리, 아이유 등 <바퀴 달린 집>의 손님들은 모두 출연진과 드라마나 영화로 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이들의 생활과 어우러져 편안한 집들이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렇듯 <바퀴 달린 집>은 소소한 캠핑여행의 즐거움만으로도 볼만한 예능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관찰예능이나 여행예능을 빙자해 힘주고 쥐어짜는 대신 편안하게 굴러가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퀴 달린 집처럼.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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