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로 승부 보는 ‘바퀴2’, 확장성 한계 미리 고민해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바퀴 달린 집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청률도 나쁘지 않다. <바퀴 달린 집2>는 수년째 금요일 저녁을 책임지는 나영석 사단의 슬롯에 들어와 시즌1의 평균값인 4%정도는 거뜬히 해내고 있다. 차와 집도 바뀌고,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편성도 바뀌고, 출연진도 여진구 대신 임시완이 투입됐으니 이런저런 변화가 적다고 할 수 없지만, 시즌12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구수하고 수더분한 성동일과 김희원이 여전한 가운데 예의바른 청년 역만 바뀌었을 뿐이다.

대신 노선이 조금 더 분명해졌다. 트렌디한 기획과 전혀 트렌디하지 않은 출연진의 만남이 뻔하지 않는 그림을 만들었던 시즌1의 특색은 더욱 두드러진다. 캠핑 예능의 범주에 속하지만 박달대게, 과메기, 구룡포 갈치찌개 등 지역 특산물은 더욱 풍족하게 나오고 낯설고 어설프게 하나씩 알아가던 캠핑 관련 장면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전기장판과 전기밥솥만큼이나 슬로라이프, 밴라이프, 캠핑의 낭만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무드는 한층 더 깎아냈다. 장비에 대한 관심, 캠핑에 대한 애정, 자연주의 예찬에 빠지지 않은 유일한 캠핑 예능답다.

다시 말해 바퀴달린 집(밴라이프, 타이니 하우스)을 주요 설정으로 삼고 있지만 영미,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인 대도시의 살인적인 주거비의 대안, 친자연주의적 접근이나 요즘 핫한 캠핑에 관한 로망은 없다. 촬영지 근처에서 이동을 시작해 미리 섭외한 사유지에서 스텝들이 공수한 장비들을 포함해 사이트를 꾸리고 음식을 사오거나 해 먹는다. 정차하고 나면 개입하는 제작진도 없고, MC도 없고, 주제도 없고, 미션도 없고, 특별히 진행되는 에피소드도 없다. 파도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유난히 마음을 열게 만드는 풍경 좋은 곳에서 반가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먹는 게 전부다.

볼거리의 대부분이 풍경이 좋거나 포항에서 촬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공효진, 오정세가 나온 이번 회처럼 초대 손님과 연관이 있는 동네를 찾아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데 집중된다. 예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배우들이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해 여유로우면서 단조로운 일과 속에서 나름 진솔한 모습을 펼친다. 각자 할 일을 할뿐 딱히 MC는 없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하룻밤을 함께한다는 설정 자체가 진행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래서 틀 자체는 관찰예능 같고, 아무런 진행이 없는 것 같지만 인물의 매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긴 호흡의 토크쇼와 재미와 그 결이 비슷하다.

시즌1에서 성동일은 마치 <분노의 질주>의 반 디젤처럼 틈틈이 이게 가족이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시즌2에서는 이미 소개와 인사가 되어 그런지 유사가족 커뮤니티로의 결속이나 친밀함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관심을 새로 합류한 임시완을 시작으로 찾아오는 게스트에게 쏟는다.

이번 포항 편에서는 시즌1의 첫 손님이었던 공효진과 함께 찾아온 배우 오정세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출연작마다 인상적인 연기로 온갖 상을 휩쓸고 다니는 그가 넘치는 끼와 달리 무척 심한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는 사실은 과녁이 됐다. 공효진과 성동일은 그런 그를 놀리면서 긴장을 서서히 풀어가게 만들었고, 평소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김희원은 즐거워했다. 그렇게 분위기를 몰아간 덕분에 시청자들은 배우 오정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게 됐고, 그의 개성 넘치고 때로는 코믹한 연기들이 사실은 부단한 노력과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란 걸 알게 됐다. 최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예능 <어쩌다 사장>과 마찬가지로 배역 밖으로 나온 배우들끼리 만들어가는 새로운 버전의 토크쇼는 예능MC들이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하는 토크쇼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 편해 보인다.

<바퀴 달린 집2>가 오늘날 필요한 힐링 코드를 품고 예능의 지평을 넓히며 찾아온 것은 반갑지만, 날씨에 대한 민감도가 무척이나 높은 철인 요즘 겨울 이야기로 찾아온 점이 아쉽다. 안 그래도 단순하고 단출한 볼거리까지 겹쳐 떠나고픈 설렘의 공기는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먹는 것과 쿡방에 몰두하다보니 동행하고픈 몰입이 그리 강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의도한 재미와 힐링이 토크쇼처럼 인간적 매력 찾기에 있다면 너무나 확고히 굳어진 패턴과 예상에서 간혹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시즌1캠린이나 가족적 커뮤니티를 다져가는 나름의 성장서사가 떠나고픈 캠핑의 분위기나 쫓아보게 만드는 관찰예능의 정서를 만들었다. 지금처럼 먹는 것 이외의 장치 없이 게스트에 의존하기만 한다면 단조로운 반복이 가져오는 확장성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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